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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김태리 '악귀'가 먹힌 이유[김노을의 선셋토크]

  • 김노을 기자
  • 2023-07-08
여름엔 간담 서늘한 공포물을 빼놓을 수 없다더니 올해 여름은 '악귀'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 연출 이정림)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를 표방하는 드라마로, 장르물의 대가라 불리는 김은희 작가가 전작 '지리산'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김태리가 주인공 구산영 역으로 극을 이끌고 여기에 오정세가 염해상 역, 홍경이 이홍새 역, 진선규가 구강모 역, 김해숙이 나병희 역, 박지영이 윤경문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로 극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관심도를 입증하듯 시청률 역시 1회 9.9%를 시작으로 줄곧 10%대를 이어가며 순항 중이다.(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

흥행하는 작품, 작품성을 인정받는 콘텐츠에는 시청자들이 공감할 포인트가 다수 포진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김은희 작가는 늘 그랬듯 이번에도 현실의 어두운 면, 현대의 자화상 같은 존재들을 작품 속 상황과 인물들에 투영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취준생 산영은 교류가 끊겼던 아버지 강모의 부고 소식에 할머니 댁을 찾았다가 부친이 남긴 유품인 붉은 배씨댕기로 인해 악귀에 씐다. 민속학자 해상은 강모가 유언처럼 남긴 '딸을 지켜달라'는 말에 구산영을 도우려 하고, 해상을 불신하던 산영은 주변에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목도하며 악귀의 존재를 받아들인다.

인물들의 형편이 현실을 반영한 데 이어 극 중 상황, 사건들도 당연히 현실을 대변한다. 김은희 작가는 '악귀'에 자신의 장기인 범죄 스릴러 장르에 오컬트 장르를 더했는데, 나아가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들을 끌어와 시청자들이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도록 설계했다.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보이스 피싱범, 동생의 아동학대 피해 사실을 알리려는 청소년, 주술 행위인 염매를 당한 어린 아이처럼 원혼들이 악귀로 작용하는 것이 그 예다.

해상은 산영에게 악귀의 존재를 설명할 때 인간의 욕망이 악귀를 더욱 크게 만든다는 중요한 말을 남겼다. 또한, 산영 역시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며 냉소적인 태도를 취한다. 바로 이 대목이 악귀가 판치는 '악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인간의 욕망, 시대가 낳은 분노, 억울한 피해자들의 원한이 악귀를 만든다는 뜻이며 드라마가 가진 비판 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억울하게 삶을 잃고 죽어서도 원한을 풀지 못한 원혼, 즉 악귀들을 보며 시청자들은 분개하고 슬퍼한다. 이제 막 초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만큼 사이다 요소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극이 진행될 수록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소 느슨한 개연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매력적인 캐릭터, 절로 감정 이입되는 사건들이 극 중 풍성하게 자리잡은 만큼 좀 더 촘촘한 서사 구조가 완성된다면 빈틈없는 '악귀'가 완성되지 않을까.
김노을 기자 |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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