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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 오늘은 '노비츠키'[안윤지의 돋보기]

  • 안윤지 기자
  • 2023-07-16
래퍼 빈지노가 7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빈지노가 돌아옴과 동시에 '힙합계 시간이 흐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은 그의 컴백을 기다린 모양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빈지노의 생각과 취향도, 대중의 생각과 취향도 변한다. 이 때문에 빈지노의 신보는 호불호가 극명하지만, 중요한 건 그는 단 한 순간도 과거를 따라 하지 않는다.

빈지노는 지난 3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새 정규앨범 '노비츠키'(NOWITZKI)를 발매했다. '노비츠키'는 빈지노의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기록을 담아낸 앨범. 이미 참여진으로 밝혀진 바 있는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커셔스 클레이와 미국 힙합 뮤지션 켄드릭 라마로 잘 알려진 레이블 TDE의 싱어송라이터 랜스 스카이워커를 포함, 김심야, 오이글리, Y2K92, 백현진, 250 등이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최근 음원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모하고 숏츠, 릴스 등 숏비디오가 유행하는 시점에서 정규 앨범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가수들은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 등으로 매달 1곡 발매 혹은 5~6곡 발매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빈지노는 18곡으로 꽉 채운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앨범을 발매한 7월 3일은 빈지노의 앨범에서도 명반으로 호평받는 '24:26' 발매일과 같다. 이 때문에 '노비츠키'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노비츠키'는 타이틀곡 '여행 Again', 'Radio' 외에 '침대에서/막걸리' '990' '바보같이' '단 하루' 'Change' 'Crime' 등 총 18곡이 수록돼 있다. "군 제대 후 스태프 한 명이 '2년 안에 안 나오면 안 된다'란 말을 듣고 기가 죽었다. 그래서 열심히 곡을 만들었고 만들다 보니 앨범을 안 내도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밝혔던 빈지노는 그간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100곡을 만들며 밑바탕을 그렸다. 빈지노를 향해 대중이 기대하는 느낌은 그룹 재즈팩트(Jazzfact)와 '24:26' 분위기다. 국내에선 재즈를 기반으로 둔 힙합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과거의 빈지노를 기대하고 본다면 '노비츠키'는 낯설고 충격적이면서 신선하다. 철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빈지노는 어느새 30대 어른이 됐고 청춘 속에만 머물러 있을 것 같은 그는 남편으로서의 삶을 산다. 이런 성장이 오롯하게 느껴지는 게 바로 '노비츠키'다.

빈지노 가사의 가장 큰 특징은 추상적인 표현이다. 한 단어에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곡을 특별하게 만들고 익숙한 패턴의 리듬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또 그는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이를 고급스러운 표현법을 구사했다. 예시로 들자면, 그의 이름을 알린 '아쿠아 맨'(Acua man)도 마음을 주지 않은 여성에게 구애하는 자신을 물고기로 표현한 참신함이 감탄을 자아냈다. 이런 표현법이 하늘에 붕 떠 있다고 느껴진다면 '노비츠키'는 땅에 맞닿아 있다. 현실적이고 빈지노의 음악을 잘 듣지 않은 사람이 들어도 한 번에 이해할 만한 가사가 주를 이룬다.

"파도에 넣어 / 발목에 붙은 모래알 떼 / 일렁 일렁 아래 위로 서핑족들 같이 / 바람이 흘린 저 구름을 보니 머릿속에 스치네 회 생각이 / 젓가락 접시에 having some 회 / 나 이거 먹고 난 다음에 음악할게 / 회 회 회 회 회"

'여행 Again' 속 가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빈지노의 가벼운 재치가 들어있으면서도 30대란 나이가 들어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빈지노보단 더 성장한, 7년간 경험치를 모두 뽐내는 느낌이다.

7년간 빈지노에겐 많은 변화가 존재했다. 몸담고 있던 일리네어 레코즈가 사라졌고 수많은 신예 래퍼가 등장을 지켜봤다. 그는 독일 출생 모델 스테파니 미초바와 결혼했으며 부부로 살고 있다. 이런 모든 순간이 지금의 빈지노를 만들었고 앞으로 나아갈 빈지노를 그려냈다. '노비츠키'는 빈지노의 '오늘'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안윤지 기자 |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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