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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비', 그대로 켄분(Kenough)하다

  • 김나연 기자
  • 2023-07-22
핑크빛의 바비랜드에서 무지개 빛깔의 울림이 전해진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정형화된 바비(마고 로비 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수많은 '바비'들과 살아가고 있는 가장 완벽한 '바비'이자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주인공이다. '바비'들과 함께하는 춤과 노래, 파티를 즐기며 '바비랜드' 속 정해진 규칙과 틀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의 삶은 갑작스럽게 어긋난다.

자신에게서는 맡을 수 없었던 냄새가 나는가 하면 하이힐에 맞춰 들려있던 뒤꿈치가 하루아침에 땅에 내려앉는다. 이 일을 계기로, '바비'는 '켄'과 함께 현실 세계로의 특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바비'는 예기치 못한 위험과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959년 세상에 처음 등장해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큰 사랑을 받아온 '바비'라는 아이코닉한 존재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부터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물이 나오지 않는 샤워기, 입보다 큰 칫솔, 먹을 수 없는 음식까지. 비현실적이지만, 인형이 사는 곳이기에 현실적인 '바비랜드'라는 공간이 디테일하게 탄생했고, 우리가 아는 핑크색의 모든 스펙트럼이 담겼다. 한 페인트 회사의 형광 핑크 페인트를 모두 품절시킬 만하다.

이렇듯 '바비'는 압도적인 화면에 시작부터 눈이 즐겁다. 상상과 현실, 2차원과 3차원을 오가는 시각적인 재미가 상당하다. 여기에 실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유머도 첨가돼 풍성함을 더했다. 그러나 '알아야만' 웃을 수 있는 내용도 있어 주변의 웃음 소리에 의아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바비'에는 단순히 웃고 즐길 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비랜드 속 바비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과정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바비와, '말'과 '가부장제'를 대표로 한 남성성에 눈을 뜨게 되는 켄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그리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결국 켄에 의해 바비랜드가 켄덤랜드로 바뀌어버린다. 대통령을 하던 바비도, 켄의 말과 행동에만 영향을 받을 뿐이다. 바비인 '나'란 존재는 없다. 이에 '바비'는 인간(아메리카 페레라 분)의 입을 통해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편견과 벽, 자기 검열 등 세상의 부조리함을 외친다. 결국, '바비'가 하고 싶은 얘기가 그 대사에 모두 담겨있기도 하다.

켄에게도 바비가 있어야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그냥 켄으로서의 존재 의미에 대해 되새겨준다. 우리 자신은 그대로도 켄분(Kenough, Ken+enough)하다고 말이다. 마고 로비는 '바비'에 대해 "완벽히 페미니즘 DNA에 기반하고 있고, 환상적인 휴머니스트 영화"라고 설명했다. 다만, 너무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전달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는 압권이다. 말 그대로 '바비 인형' 같은 모습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마고 로비는 인간 세계에서 느끼는 괴리감, 바비랜드의 돌아온 뒤의 좌절감, 또 새로운 것을 깨닫고 길을 개척해 나가려 하는 다층적인 모습을 세심하게 표현해냈다. 라이언 고슬링은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또 하나의 대표 캐릭터를 남긴 듯 보인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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