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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연 중요하지 않아"..'밀수' 박정민, 잘 받아먹었다[★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3-07-29
배우 박정민이 영화 '밀수'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제자리에서 머물지 않고,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박정민은 "캐릭터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라면서도 "많이 기억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의 배우 조인성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춘자(김혜수 분)와 진숙(염정아 분)을 보필하며 밀수판을 배우다 야망을 갖게 되는 막내 '장도리'로 분한 박정민은 캐릭터 특유의 순박한 표정과 말투는 물론, 점차 야망을 가지게 되는 입체적인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한층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박정민은 류승완 감독의 제안에 단번에 출연을 수락했다. 그는 "제가 집에 있는데 감독님이 전화가 오셔서 영화에 출연해 볼 생각이 있냐고 하셨다. 이전에도 제작사 외유내강 영화들에 출연을 했었고, 감독님 영화도 제안받은 적이 있는데 스케줄이 안 맞았다"며 "감독님은 단순하게 '밀수하는 영화인데 재밌는 캐릭터가 있다'고 하셨고, 저는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과 '유령'이라는 단편 영화를 찍고 나서 자주 연락하면서 지냈다. 영화적으로도 그렇고 배우로서 태도를 배웠다. 영화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이니까 들으면서 많이 배웠다. 더 팬이 됐고, 그 전에 제안받았던 영화들도 당연히 했어야 하는데 너무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했던 것"이라며 "감독님 영화라면 뭐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좀 놀랐다. 제가 해본 적 없는 것 같은 캐릭터인데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이 역할을 맡기시겠다고 한 거지'라는 의아함과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는 감사함이 있었다"며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한 것 같고 제가 따로 준비했다기 보다는 저는 여기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감독님의 말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저한테 뱃사람 같은 단단한 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고 벌크업을 하고 있었는데 한달 전 쯤 피팅을 했는데 살크업을 한 상태에서 갔더니 저를 보시고 '이대로 나오는 건 어때?'라고 하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약간 배도 나오고, 살도 많이 붙어있는 상태였는데 다음날부터 운동을 안 나갔다. 지금보다 10kg 이상 찌웠다"고 말했다.

장도리 역할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류승완 감독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는 박정민은 "70년대 시골 아저씨처럼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뇌가 아닌 심장에서 나오는 말을 내뱉으신 분들이 있다. 감독님의 고향에 그런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분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의 어떤 행동이나 대사에도 감독님의 디렉션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있다"며 "잘 받아먹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집에서 뭘 준비해가도 감독님이 던져주시는 것보다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극 중 장도리는 파격적인 헤어와 패션 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김) 혜수 선배님의 도움이 컸다. 선배님이 평소에도 인터넷 하시다가 멋지다 혹은 영화에 나왔으면 좋겠다 싶은 의상들을 저장해 놓으신다고 한다. 선배님이 장도리에게 어울릴 만한 레퍼런스를 많이 보내주시고, 감독님이 캐치해 주셔서 의상팀과 얘기해서 만든 옷도 있다. 코로나19 때였는데 원단을 터키에서 들여오는 등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완성된 비주얼을 보고 신났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보면 가면을 쓰면 연기하기가 더 자유로워지는 경우가 있다. 근데 마치 가면 하나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내 평소 얼굴이 아니니까 뭘 해도 납득이 가는 허용 범위를 넓혀줬기 때문에 신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부터 염정아, 조인성, 김종수 등과 호흡을 맞춘 박정민은 "워낙 아우라와 에너지가 크신 선배들이니까 그걸 반감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거에 쩔쩔매서 연기를 잘해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했고, 감히 이기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제가 어떻게 조인성을 이기겠냐"라고 웃었다.

이어 "제가 원래 사람 눈을 잘 못 쳐다보는데 연기할 때는 눈을 쳐다봐야 한다. 나이트클럽에서 춘자(김혜수 분)와 진숙(염정아 분), 권 상사(조인성 분)까지 넷이 함께 하는 신이 있었는데 거기서 선배님들 눈이 압도적이었다. 카메라 뒤에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의 눈이 아니라 각장의 역할로 계셨다"며 "제가 거기서 뭔가 휘저어야 하는 상황인데 초반에 헤맸던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압도적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수에 대해서도 "제가 후반부에 선배님에게 얻어맞고 이런 신에서 헤맸던 적이 있는데 선배님의 압도적인 연기와 에너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장에서 많은 칭찬을 들었다는 박정민은 "(김) 혜수 선배님은 '밀수'에서 박정미니 연기하는 장도리가 너무 좋으신 것 같다. 항상 너무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촬영 끝나고 '파우스트'라는 연극을 보러 갔는데 선배님이 계시더라. 거기서도 제 칭찬을 해주셨는데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하는데 선배님들의 칭찬에 힘이 많이 났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정아 선배님은 '정민이는 너무 예쁘다. 공부 잘해서 예쁘다'라고 하시더라. 식혜도 보내주시고, 명절 선물 보내주신다. 또 내가 시키지 않은 뭔가가 집앞에 와있으면 다 혜수 선배님이 보내주신 것"이라며 "냉장고를 하나 더 사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 인성이 형도 감사한 게 영화 '더 킹' 때 처음 뵀는데 그때 그렇게 많이 뵙지 못했다. 근데 살갑게 대해주시면서 그 이후로 연락도 많이 주시고 친한 사이가 됐다. 선배님의 출연 소식에 마음이 편했다"며 "액션신에서 인성이 형 클로즈업한 얼굴을 보고 식겁했다. 너무 멋있고 잘생겼더라. 현장에 있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탄성을 내질렀던 기억이 난다. 제 촬영 때는 그런 반응이 별로 없었다"고 웃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기적', '헤어질 결심', '밀수'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박정민은 '하얼빈', '1승', '전, 란' 등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역할의 크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박정민은 "주연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부터 작은 역할까지 여러 역할이 들어오는데 제가 해볼만하다 싶으면 그냥 선택하는 것 같다. 사실 주인공은 시켜주면 좋지만, 부담스럽다.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누구인지 고려할 상황이 많지만, 제일 먼저 보는 건 시나리오고, 거기서 제가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밀수' 외에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출연한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일장춘몽'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장 감독들의 러브콜에 대해 "시키는 걸 잘해서인 것 같다"고 웃었다. 박정민은 "수동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제가 단편 영화 연출했을 때 느꼈던 건 배우가 놀라운 지점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배우가 정확하게 해줄 때 쾌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 받아먹는다는 칭찬도 훌륭한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준비도 많이 해가는데 감독님이 원하시는 걸 받아들여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많다"면서 '밀수'에 대해서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박정민은 "2년 동안 많이 기다렸던 영화다. 촬영하면서 너무 좋았고,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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