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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주호민 "교사 고소만이 남은 선택지였다..탄원서 제출"[종합]

  • 윤상근 기자
  • 2023-08-02

자폐 아들을 가르친 특수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한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이 2번째 장문의 글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주호민은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 1일 만남을 청했으나 대리인께서는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달라고 했다. 깊은 고민과 여전한 두려움을 안고 조심스럽게 저희의 입장을 밝힌다"라고 운을 뗐다.

주호민은 아이에게 녹음기를 부착해 등교시켰던 거셍 대해 "어떤 보도나 반응에서도 녹음 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생각이 이르지 못했다"라고 해명하고 "이상 행동이 계속돼 딱 하루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서 보냈고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요인이 있는지 확인을 했는데 그 하루 동안의 녹음에서 충격을 가누기 어려운 말들을 듣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사가 아이에게 '너는 아예 돌아갈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라고 단정하는 말도 가슴 아팠지만 그것이 이 행동을 교정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엄하게 가르쳐 훈육하려는 의도의 어조가 아닌 다분히 감정적으로 '너는 못가'라며 단정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적인 어조의 말들에서 교사는 아이의 이름 대신 야, 너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이것이 훈육의 차원이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아이가 불안할 때 익숙한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는 상동행동이 있는데, 그럴 때에 '그딴 말 하지 마' 하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아이에게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주호민은 "녹음 속에서 아이는 침묵하거나 반사적으로 '네'를 반복하며 그 말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비로소 아이의 이상행동들이 이해가 됐다. 그 당시 부모의 처지에서 그 녹음을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아이를 이 교사와 분리해야 한다는 것 하나였다"라고도 밝혔다.

주호민은 사건 발생 이후 교사에게 사과, 상담을 요청하지 않고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한 것에 대해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라고 밝히고 "지나고 나면 보이는 일들이 오직 아이의 안정만 생각하며 서 있던 사건의 복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적으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 아이 엄마 또한 충격과 혼란 상태여서 분리를 빨리해야 한다는 결론만 있을 뿐 어떤 절차를 밟아 이를 실행을 할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 어려운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다만 주호민은 "학대의 의심이 있어서 선생님과 분리조치를 원하는데 교육청에 신고하면 학교 측에 얘기해 절차를 밟아서 진행해 주실 수 있는지 물었고 교육청에서는 아동학대는 최초 학대행위 발견자가 신고의 의무가 있는데 학부모도 해당되니 학부모님이 직접 신고를 하셔도 된다고 했다. 학교에 가서 이 사실을 얘기하고 교사를 만나고 하는 게 너무 부담스운 상황이었지만 수사기관에 신고해서 해결하는것은 피하고 싶어서 신고하지 않고 학교를 찾아갔다. 교장실에서 저희가 들었던 녹음 속 상황을 말씀드리면서 녹음을 들어달라 했으나 거절하셔서, 구두로 내용을 자세히 설명드리고 교사가 교체되기를 원한다고 말씀드렸다"라며 "교장선생님은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야만 가능하다고 했고 분리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교사에게는 사법처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안내를 받은 곳은 없었다. 학교 측의 답변을 방관적 태도로 느낀 아이의 외삼촌이 교장선생님과 대화 과정에서 어떻게 그렇게만 말할 수 있느냐 항변했다. 당시에는 결국 학대 혐의로 고소를 해야 교사와 분리될 수 있다는 것만이 저희에게 남은 선택지였다"라고 답했다.

주호민은 특수교사 신고 이후에도 녹음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하지 않았어야 할 행동을 했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저희를 호의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인지라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어떨지 두려움이 컸다. 숙고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부끄럽고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충동적인 단 한 번의 행동이었고 아이 엄마 스스로도 끔찍하게 느껴 바로 폐기했다. 담임선생님과 활동 지원사님께 사죄드리며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주호민은 재판에서 특수교사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내가 상대 교사께 사과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처벌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 '네'라고 답한 것"이라며 "아내와 상의해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여기까지 와버렸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주호민은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지만 녹취를 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말도 들었고,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정들로 인해 말을 할 수 없었다. 확대시키지 않고 저희 문제만 빨리 해결하려고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부모님들과 사건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는데 섣불렀고 어리석었다"라며 "빠르게 특수교사가 대체되기를 희망했으나 특수교육 쪽은 특히나 인력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 교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교육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다른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많이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당연한 것이라 저희가 달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서로 의지하던 사이인 부모님들과 상의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죄드리고 반성하면서 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해제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 어리석게도 막연히 이렇게 고소를 하게 되면 중재가 이뤄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를 하면서 신고와 고소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학교에 신고를 해도 수사기관에 바로 넘기는 시스템이어서 학교가 학부모에게 신고를 권한 상황이니 고소를 하게 됐고, 고소를 한다고 해서 바로 직위해제가 되는 게 아니고 혐의가 인정돼 기소로 결정이 되면 가능하다고 들었다. 저희는 상대 교사의 사과를 기다렸다. 교감선생님과 아이의 일반학급 담임선생님께 아이엄마에게 선처 의사를 물으셨고, 아이엄마는 형사사건이어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진심어린 사과면 충분히 선처할 생각이고 선처를 위해 돕겠다고 말씀드렸다. 상대 측의 요청으로 중재를 위해 물어오셨던 건 아니어서 전달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상대 교사 측에서 연락을 했으나 우리가 거부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호민은 "아내와 상의해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가고 나서야 상대 교사의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다.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고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여기까지 와버렸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윤상근 기자 |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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