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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 느낀다" 얼돼, 규정되지 않는 목소리[★FULL인터뷰]

  • 김노을 기자
  • 2023-08-11
긴 터널을 지나온 래퍼 얼돼(Errday Jinju)가 2년 만에 자신의 진짜 '얼굴'을 내보였다.

얼돼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이날 정오 발매된 새 EP '얼굴' 관련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일 발매된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문신', '꿈뻑 (Feat. Rakon)', '손톱', '나 홀로 집에 (Extended) (Feat. Khundi Panda)', '바보', '자장가', '만나요' 등 7곡이 수록됐다. 그와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프레디 카소가 전곡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얼돼가 자신의 이야기로 꽉 채운 앨범 단위의 신보를 내놓는 것은 지난 2021년 3월 발매한 EP 'B.612'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그해 '경찰서 (Thieves) (Feat. QM)', '익절 (Feat. Don Mills)', '이모티콘 (Feat. D-Hack)' 등 세 곡, 올 초 '만나요 (silly dream)', '나 홀로 집에' 등 두 곡의 싱글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를 오래도록 기다린 리스너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얼돼는 2년여 년 만에 컴백한 소감에 대해 "정말 설레고 비로소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이제 두 번 다시는 길게 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고 밝히며 웃었다.



◆ 2년의 쉼, 길 잃은 느낌이었지만 결국은 답 없는 것이 답


데뷔 후 왕성히 활약하던 얼돼는 지난 2년여 간 잠시 활동을 쉬어갔다. 이에 대해 그는 "여러 상황도 있었지만 사실 재미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부조화를 느낄 때가 많았고, 대체 뭐가 나인지를 모르겠더라. 스스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길을 잃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결국에는 답이 없는 것이 해답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히 음악 작업은 계속 하고 있었다. 활동을 쉰 거지 작업을 쉰 게 아니다. 프레디 카소 형을 통해서 퀄리티 컨트롤을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비록 곡을 버릴지언정 끊임없이 작업을 해온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얼굴'에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기운과 자조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이런 무드는 얼돼 특유의 감미롭고 독특한 보컬과 어우러져 높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얼돼 역시 앨범 기저에 깔린 음울한 기운을 언급하며 "이번 앨범은 자조적인 지점이 많다. 어쩌면 내가 나한테 쓰는 시간, 나를 알아보는 시간, 나를 인지하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한 지 10년이 다 되었으면 자신있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 스스로를 좀 알고 싶었고, 그런 감정이 담겨서 다소 어둡고 자조적인 분위기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얼돼가 쓴 가사는 은유적이면서도 미사여구를 배제해 솔직한 매력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직설적이지 않으면서 적절히 감정을 드러내는 솜씨가 단연 일품이다.

얼돼는 "예전에는 문맥의 개념을 모르고 마치 '라임 모음집' 같은 가사들을 썼다면 언제부턴가 (가사가) 좀 달리 써지더라. 모든 게 그렇겠지만 힙합은 '척'을 하면 구려진다. 예를 들어, 가사에 욕을 쓰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안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하는 거다. 나는 그런 맥락에서 달인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음악적 욕심을 드러냈다.



◆ 공들여 내놓은 '얼굴', 리스너들이 오래 들어주는 앨범으로 남기를


비록 긴 시간을 방황했지만, 얼돼는 언제나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세월동안 숨기고 싶은 상처가 있으면서도('문신') 모두에게 보답하고 싶고('바보') 사랑과 사람 앞에 가끔씩은 한숨을 돌리는('꿈뻑'), 비록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한층 더 성숙해진 얼돼다.

2년이라는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 얼돼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음악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즉답했다.

얼돼는 "당연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나중 모습을 그려보면 '이 상태라면 소멸돼도 상관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게는 음악밖에 없다. 앞으로도 잘 되든 안 되든 음악을 할 거고, 언젠가는 성과를 낼 거라 믿는다"고 의지를 다졌다.

오랜만에 내놓은 새 앨범인 만큼 이런 저런 욕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리스너들이 오래오래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이 얼돼의 가장 큰 바람이다.

얼돼는 "가사를 많이 봐주면 좋겠다. 음악을 빠르게 소비하는 세상이지만 가능하다면 앨범 전체를 순서대로 들어주고, 오래 들어주기를 바란다. 또, 어떤 분들에게는 꺼내볼 수 있는 앨범으로 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독보적인 음색은 얼돼만의 무기


얼돼의 음악은 독창적이다. 그래서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기엔 아깝다. 이런 사실을 본인도 잘 아는 듯 얼돼는 싱잉 래퍼, 얼터너티브 힙합 같은 장르나 수식어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넣지 않는다.

그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하도 딴지를 걸어서 내가 하는 음악에 대해 '힙합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음악을 만든 사람이 프레디 카소인데 네가 뭐라고 하던 이 음악은 힙합이지 않냐'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더 나아가자면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다. 그냥 음악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들으시던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중에서 포크송, 산울림의 영향이 크다. 힙합으로 보자면 다이나믹 듀오, 드렁큰 타이거, 허니패밀리, 소울컴퍼니를 좋아했다. 여러 음악을 듣고 자랐고, 현재 나는 다방면에서 빠른 흡수를 하는 장점을 갖고 음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미로운 미성도 얼돼만의 날카로운 무기다. 일각에서는 노래 부르는 얼돼의 목소리를 듣고 남성인지 여성인지 헷갈리다고 할 정도다. 이에 대해 얼돼는 "자부심을 많이 느끼는 만큼 그렇게 생각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감사하다. 별다른 고충도 없다"고 담백하게 밝혔다.

앞으로 얼돼는 쉼 없이 달릴 예정이다. 지난 2년 간의 시간을 스스로 보상하고, 자신을 기다려준 이들에게 보답할 때이기 때문이다.
김노을 기자 |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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