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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실험 즐거워"..'킹더랜드' 김선영, 이준호 누나로 설득력 터진 '여왕의 아우라'[★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3-08-19

배우 김선영의 첫 등장에서 시청자는 이미 압도됐다. 자칫 밝고 가볍게만 보일 수 있던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극본 최롬(팀 하리마오), 연출 임현욱)에서 김선영이 분한 구화란의 등장으로 극의 무게가 확 잡혔고, 이준호의 서사도 풍성해졌다. 이준호를 끊임없이 견제했던 그 얼굴이 매서웠는데, 김선영의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란다. '뮤지컬계 여왕'의 위엄이 전파를 탄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킹더랜드'는 웃음을 경멸하는 남자 구원(이준호 분)과 웃어야만 하는 스마일 퀸 천사랑(임윤아 분)이 호텔리어들의 꿈인 VVIP 라운지 '킹더랜드'에서 진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김선영은 극중 킹그룹 장녀이자 킹호텔, 킹에어 상무 구화란 역을 맡았다. 구화란은 킹그룹 경영자 자리를 꿰차기 위해 이복 동생 구원을 견제했던 인물이다.

김선영은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 '마리아 마리아', '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 '에비타', '맨 오브 라만차', '영웅', '엘리자벳', '위키드', '레베카', '햄릿 : 얼라이브',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하데스타운', '데스노트' 등 걸출한 작품의 주역을 맡으며 20여 년간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가 '킹더랜드'로 첫 드라마를 선보였다.


-'킹더랜드'를 마친 소감은?

▶종영 2주를 남겨놓고는 휴가를 가서 휴가지에서 종방을 봤다. 남편과 같이 쫑파티도 했다. 촬영은 미리 끝났지만 방송이 다 끝나야 끝나는 것 같더라. 해외로 휴가를 갔는데 비행기에서 승무원 분들과 사무장님이 바로 알아보더라. 우리 드라마에 업종이 비슷한 얘기가 나와서 알아보셨겠구나 싶었다. 한인분들도 알아봐주셔서 놀랐다. 정작 우리동네에선 잘 체감을 못하다가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를 많이 보는 게 느껴지더라.

-'킹더랜드'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처음에 대본을 보고 재미있고 웃겼다. 유쾌했는데 촬영을 하면서도 이 매체(드라마)가 처음이니 내 것을 하느라 바빠서 내 거나 열심히 잘하자고 생각했다.(웃음) 내 신이 긴장감 있고 무겁다 보니 다른 현장을 못 봐서 어떻게 나올지 더 예상을 못 했다. 막상 드라마를 보니 너무나 화기애애하게 잘 나왔더라. 준호 씨와 윤아 씨의 호흡도 잘 맞았던 것 같다.

-공연은 많이 했지만, 드라마 연기는 처음이라 촬영 때 긴장이 꽤 됐겠다.

▶다른 쪽에서 내가 오래 활동했는데 연기는 계속 해와서인지 새로운 곳에 와서 긴장이 되거나 떨리는 건 없었다. 그래도 집중을 놓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극중 내 전사가 쭉 이어지는 게 아니니 등장할 때 설득력을 주려고 했다. 화란이 유일하게 우리 작품에서 악역이고 긴장감을 주는 역할인데 내가 밸런스를 안 무너뜨리려고 했다.

-이복동생을 끊임없이 견제한 화란 역, 어떻게 준비했나.

▶어떻게 계속 긴장감을 줄지 계속 탐구했다. 설득력을 가지려면 화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걸 생각해야겠더라. 무엇이 결핍됐는지 실마리가 풀려야 연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분야의 연기이고 16회다 보니 내 이야기가 드문드문 나오는 걸 어떻게 잘 이어갈까 고민했다. 최대한 집중력을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로웠던 역할이기도 했다. 위압감을 주고 나에게서 나오는 구화란이 어떻게 해석될까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다행히 준호 씨와의 연기 결, 무드와 잘 맞았던 것 같다.

-화란 역을 준비하면서 참고한 실제 재벌가의 스타일이 있는지.

▶캐스팅 할 때 감독님이 '우리가 숱하게 재벌 얘기를 하지만 재벌의 진짜 모습은 이렇다더라는 걸 보여주자'고 했다. 단순히 그들이 돈이 많은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삼성가 분들의 모습을 참고해보잔 얘기도 했다. 스타일을 다 찾아보면서까지 참고한 건 아니지만 그런 분들이 가진 아우라를 참고하려고 했다.


-첫 드라마 연기인만큼 시청자 반응도 좀 찾아봤는지.

▶진짜 몰입을 많이 한 분도 많았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잘 하긴 했는가 싶었다. 착한 역은 아니니까 여러 반응이 있었겠다 싶으면서도 욕이 좋은 건가 싶었다. 내 인스타그램에 애교처럼 '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라고도 썼다. 그렇게 몰입할수록 좋은 건가 싶었다. 반응들은 '관상은 과학'이라면서, '인상이 세다'고 하더라. 영혼을 끌어안고서 화난 모습을 보이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준호 씨와 내가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누나가 아니라 이모 아냐'라고도 하더라. 예상한 부분이기도 했다.(웃음) 시청자분들이 드라마에 애정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이준호와 남매 역할로 만난 소감은?

▶서로 좋은 에너지를 받은 것 같다. 나는 준호 씨가 주는 에너지를 받으면서 레이어드로 잘 쌓았다. 준호 씨는 정말 배우란 생각이 들었고, '이 친구는 참 대단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호 씨는 자기가 놓치지 않으려는 에너지가 보여서 티키타카가 됐고, 이 친구 보통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방송 때는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줘서 이 친구의 매력이 많다고 생각했다.

-임윤아와도 함께 작품에서 만났다.

▶윤아 씨도 이번에 같이 하면서 너무 천사랑 그 자체인 것처럼 사랑스럽더라. 준호 씨와 함께 두 사람이 극을 잘 끌고 갔구나 싶었다.

-화란의 전사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나.

▶아빠와 엄마 사이에 화란이 태어났고 얼마 후 엄마가 돌아가셨다. 몇 년 후에 새로운 엄마가 와서 동생 구원이 태어났다.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 않냐. 그래서 화란이 욕을 먹은 건데, 화란은 왜 무언가를 부여잡으려 했던 걸까 생각했다. 화란에겐 그 어린 시절이 가장 아킬레스건이었다고 생각했다. 구회장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화란에게도 사랑을 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화란은 인간병기처럼 길러진 거다. 화란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걸 못 배우고 결과를 내서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법만 배운 거다. 화란이 구회장에게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든 게 당신이지 않냐'는 말도 하는데 악인으로만 보기엔 안타까운 인물이다. 화란은 많은 걸 가지고 있지만 어린아이 때 아빠에게 상장을 들고 갔는데 상장을 찢는 순간에 멈춰있었다. 그래서 원이를 그렇게 경계한 거다. 나는 화란이 뱉는 말이 단순한 말싸움, 허투루 한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너 따위가'라는 식으로 원이를 대하면서 1차원적으로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무대에서 주로 연기하다가 TV로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링해 보니 어땠나.

▶객관적으로 안 보이고 부족한 것만 보였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다. 칭찬도 많이 해주셨지만 배우 개인은 아쉽다. 그래도 드라마가 좋게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도 처음 한 드라마여서 걱정이 있었다. 욕심 없이 해서인지 아쉬운 건 뒤로하고 잘 끝낸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무대에서의 연기와 드라마에서의 연기, 환경에서 어떤 점이 달랐나.

▶나이가 들어서 긴장감은 크게 없었는데 기술적으로 빨리 적응해야겠다 싶었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첫 촬영 때 심장이 쿵쾅쿵쾅하더라. 최대한 숨기려고 했다.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인지도 해야 했다. 기술적인 것에 너무 신경 쓰면 너무 의식할까봐 내가 이 인물에 어떻게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촬영이 건너 뛰고서 5회 촬영이었는데 그런 맥락도 이어져야 했다. 그래도 빨리 편하게 적응이 되더라. 내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했다. 그 외로움을 이 작품 안에서 고스란히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남편인 뮤지컬 배우 김우형이 '킹더랜드'에 대해 피드백 해준 게 있는지.

▶첫날 떨렸다고 내가 말했는데 남편은 '괜찮던데!'라고 하더라. 남편이 '킹더랜드' 드라마 취향이 맞았다고 하더라.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은 '엄마 잘했다'고 하면서도 다른 악역이 나오면 화면에 발차기를 할 정도로 몰입을 하더라. 아들이 '다음엔 엄마도 착한 역할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웃음)

-'킹더랜드'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나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중간중간 개그 장면도 좋아했다. 내 장면 중에선 어린 시절의 장면, 남편과의 장면 등 스파크가 일어나는 장면을 기대하고 봤다. 다만 거기서 내가 튀지 않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청자 분들 반응 중엔 '원이랑 화란만 나오면 장르물이 된다'는 말도 있더라.(웃음)

-'킹더랜드'로 어떤 걸 얻고가는 것 같은가.

▶공연계에선 나를 웬만큼 아시지만 대중 분들은 나를 아직 잘 모르지 않나. 배우로서는 나를 알린 게 기분 좋고 반가운 일이다. 무대를 넘어서서 배우로서 여러 가지를 가질 수 있겠단 기대감이 생겼다. 공연에서 만나는 캐릭터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장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하고 글로벌 인지도도 달라진 것 같나. '킹더랜드'가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에서 팬을 많이 모았다.

▶휴가 갈 때도 비행기에서 사무장님과 승무원분들이 인사를 해주시더라. 여행지에서도 많이 알아보시고 신기했는데, 감사하면서도 내가 나쁜 누나로 나와서 죄송했다. 가늠도 안 되는 나라의 언어가 댓글로도 달려서 신기했다. OTT로 인해 '위아더월드'가 됐다는 걸 느꼈다.

-배우 25년 차다. 그동안 어떻게 연기해온 것 같은지. 매너리즘의 시간은 없었을까.

▶뭐든 10년이 넘어가면 그게 매너리즘인지 모르겠는데 한 번씩 되돌아보는 시간도 오면서 자기가 느끼는 갈증도 오는 것 같다. 10년 차가 됐을 당시엔 주연이더라도 여자주인공의 역할이 한정적이었다. 다양한 역이 쉽지 않았는데 그때부터 다양한 역을 해보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서 오히려 요즘엔 공연쪽도 역할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최근엔 '호프'에서 70대 노파 역도 연기했다. 최근엔 공연이 나의 업으로 계속 같이 가야되는 거구나 생각하다가 기회가 닿아서 '킹더랜드'도 하게 됐다. 매너리즘이라기 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주기적으로 온 것 같다. 공연쪽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가 공존하는 시대가 오다 보니 무대와 매체를 나누는 게 의미가 있겠나 싶다. 이제는 기술적인 장소만 바뀌는 거지 이야기의 영역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극장도 '이래야 해'라는 게 있었는데 관객 수준이 높아졌다. 이제는 어디서 뭘 하든 유연하게 대처만 하면 배우들이 여기저기서 연기할 기회는 많아지겠다고 이번에 느꼈다. 예전부터 나는 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공연 외 드라마에서의 연기도 계속 열어두고 있는 건지.

▶그렇다. 노래는 원래 좋아해서 늘 같이 있는 거고 연기는 내가 재미있어하는 거다. 뮤지컬 데뷔를 26살에 해서 그때부터 연기를 배워왔는데 한순간도 연기가 재미없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연기를 어디에 가서 하든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감사하게 하겠다.

-인생의 절반을 연기하며 살았다. 앞으로 배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가.

▶요즘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무언가를 보여주자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나를 실험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되게 즐거운 연기생활이 되겠다. 지금은 연기자가 너무 많은데 심지어 잘하시는 분들도 너무 많아서 내가 어디에 가있든 주어진 것에 내 자신이 민망하거나 아쉽지만 않게 만나고 마무리하자는 생각이 있다. 늘 잘할 자신은 없지만 기대감은 있다. '내가 여기서 무언갈 해야지'란 생각도 교만이고 오지랖인 것 같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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