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이가 두리안에게 마지막으로 그렇게 대사할 줄 몰랐고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긍정적인 성격인데 그 대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놀랐죠. 저는 살다살다 이런 대사는 처음 봤어요."
모든 배우가 그랬듯, 한다감도 임성한 사단에 처음 합류하자마자 충격을 받았다. TV조선 토일드라마 '아씨 두리안'(극본 피비(Phoebe, 임성한)/연출 신우철, 정여진) 중 한다감이 분한 은성이 그래도 정상적인 인물인 줄 알았는데 막판에 자신의 남편을 사랑한 두리안에게 대리모를 부탁하다니... 엔딩에 임팩트와 논쟁거리를 강하게 남기고 장렬하게 퇴장한 한다감이다.
'아씨 두리안'은 단씨 집안의 별장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때마침 월식이 진행된 순간 등장한 정체 모를 두 여인 두리안(박주미 분), 김소저(이다연 분)와 단씨 일가 백도이(최명길 분), 단치감(김민준 분), 단치강(전노민 분), 단치정(지영산 분), 단등명(유정후 분)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시대를 초월한 운명이 펼쳐지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
'아씨 두리안'은 '보고 또 보고', '하늘이시여', '인어 아가씨', '신기생뎐',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파격적인 스토리를 선보인 임성한 작가의 신작이자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구가의 서' 등을 연출한 신우철 감독이 함께했다.
한다감은 극중 단치감의 아내이자 백도이의 둘째 며느리 이은성 역을 맡았다. 이은성은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을 지녔지만 뼛속까지 교양 있고, 의례적인 미소가 배어있는 입체적인 인물. 현생에 나타난 단치감의 전생 부인인 두리안과 묘한 삼각관계를 보였다.
-'아씨 두리안' 종영 소감은?
▶시원섭섭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 끝날 땐 아쉬움이 많은 것 같다. 임성한 작가님의 대본이 어렵다 보니 분석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캐릭터를 내 영혼 안에 끌어당기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가님에게 조금이라도 은성이란 캐릭터에 누가 되지 않게끔 노력을 많이 했다. 은성이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서 육체적으로, 내면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마지막에 은성이 두리안에게 대리모를 부탁해 충격을 줬다. 엔딩은 어떻게 봤는지?
▶엔딩을 배우들에게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다. 배우들에게 각자 장면의 대본만 주셔서 비밀리에 하고 싶으셨다고 생각했다. 우리끼리 종방연 때 서로 어떻게 찍었는지 물어봤다. 상상했던 것과 다들 다르게 나왔다고 하더라.
-어떻게 엔딩을 상상했나.
▶은성이란 친구가 두리안에게 그렇게 마지막으로 대사할 줄 몰랐고 충격적이었다. 내가 긍정적인 성격인데 그 대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놀랐다. 공감이 어느정도 돼야 연기를 할 텐데 나는 살다살다 이런 대사는 처음 봤다.
-임성한 작가는 실제로 본 적은 있나.
▶작가님을 본 적은 없다. 연락이 오셔서 합류하게 됐다. 아직 나는 전화번호도 없고 통화도 못 해봤다. 예전부터 임 작가님 작품을 한 배우분들에게 '번호 알지?'라고 물을 정도로 그런 걸 믿지 않았는데 진짜더라. 작가님이 저희 작품 할 때 케이터링을 한 번 보내주셨다. 연출부를 통해서 모든 전달 사항을 얘기했다. 제일 많이 얘기한 게 머리스타일이었다. 내가 앞머리를 했는데 평소에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어서 처음에 우왕좌왕했다. 작가님이 1cm만 머리를 더 앞으로, 뒤로 디테일하게 얘기했다.
-은성의 단발머리는 김건희 여사 머리 스타일을 참고했다고.
▶처음부터 김건희 여사님 머리 스타일이 사진으로 와서 그렇게 헤어를 많이 연구했다. 작가님은 재벌가의 교양있는 인물을 연구해서 저에게 피드백 하신 것 같았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하다 보니 괜찮았다.
-'아씨 두리안'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
▶임 작가님 대본에 대해 상상력을 많이 키워서인지 생각보다 노멀하다고 생각했다. 뒷 부분에서 상상하지 못한 전개가 나오면서 '이래서 임성한 작가님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됐다.
-제일 놀랐던 장면은?
▶도이가 치감을 과거에 방석으로 해했던 것에서 놀랐다. 도이와 주남의 30살 연상연하 사랑도 상상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은성이 두리안에게 대리모를 얘기하는 장면도 놀랐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서 연기하기 힘들진 않았나.
▶나는 나름 연기를 하면서 임성한 작가의 작품만이 보여주는 연기를 하지 않고 한다감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려고 했다. 이 작품을 통해 한다감이 다른 작품에서도 연기할 때 어색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그래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려고 했다.
-'아씨두리안'은 극 초반 며느리 장세미(윤해영 분)가 시어머니 백도이에게 "어머님 사랑해요.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요"라고 고백하는 파격 '고부 동성애'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짝사랑하는 설정에 대해 배우들은 어떻게 봤나.
▶배우들은 긍정적으로 봤다. 배우들이 '세미는 왜 옆에 없어?'라며 농담도 하면서 촬영했다. 그걸 충격적으로만 보진 않았다. '이번에 윤해영 씨 인기 엄청 많아지겠는데?' 싶었다.
-임성한 작가가 또 작품에 부르면 출연할 생각인지.
▶불러주시면 감사하다. 내가 은성이를 표현한 걸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직접 들은 게 없어서 궁금하긴 하다. 한번 만나서 얘길 들어보고 싶다.
-임성한 작가의 대본을 보니 어떤 점에서 어렵던가.
▶일반적인 대본이 아니다. 대본의 일반적인 규칙에서 조금 벗어난 경향이 있다. 한번 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많다. '물컵 하나에 얼음 세 개'란 지문 등이 있을 정도여서 그런 게 어려웠다. '이 대사를 하면서 물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는다'는 지문이 있는 식이다. 시간을 바꾸는 장면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다. 나중에는 계속 보니 대본이 어렵지 않았다. 토씨 하나 틀리면 안 되는 걸로도 유명하지 않나. 처음엔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당연하게 익숙해졌다.
-'아씨 두리안'이 지금까지의 작품 중 초고난이도였나.
▶대사 양이나 그런 점에선 단연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웃음)
-이번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준 것 같나.
▶내가 도시적이고 현대적이고 시크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어떤 연기를 하면 또 새로워지는 것 같다. 이번에 또 다른 모습을 시청자에게 상기시킨 것 같다. 연기적인 모습에서도 조금 발전이 있었나 싶었다. 내 나름대로 어려웠던 임성한 작가님의 작품을 8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큰 사고 없이 좋게 마무리가 돼서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은성의 강아지 오이지와 호흡은 어땠나.
▶오이지가 촬영하기 전부터 저희 집에 와있었다. 처음부터 말을 정말 잘들었고 처음부터 저와 산 아이처럼 적응을 잘했다. 얘는 짖지도 않고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도 않고 시키면 참고 하더라. 너무 칭찬해주고 싶다. 촬영하는 속도가 다른 강아지의 반도 안 걸렸다. 작가님의 주문으로 촬영 한 달 전에 오이지를 집에 데려온 거다. 사진을 보고 비숑이나 다른 종일 줄 알았는데 놀랐다. 막상 보니 너무 귀엽더라. 오이지가 은근히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오이지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다.(웃음)
-중국 팬들이 도이와 세미의 이야기에 크게 반응하더라.
▶제 SNS 댓글도 중국팬들의 댓글이 많더라. 해외에서 '아씨 두리안'의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
-'아씨 두리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저는 임성한 작가님이 '이야기 보따리꾼'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야기라도 이 분이 마음 먹으면 100가지 이야기를 1000가지로 표현할 수 있구나 싶었다. 시청자들이 빠져서 보게끔 하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충격적인 내용이 없어도 집중해서 보게 된다. 변기물로 얼굴도 닦지 않냐. 과거 신도 오가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민준과 부부 연기 호흡은 어땠나.
▶너무 잘 맞았다. 민준 오빠가 4살 오빤데 되게 선하셨고 첫 촬영부터 되게 잘 맞았다. 끝날 때까지 친했는데 오빠가 끝날 때 '치감이가 은성이에게 사과할게'라고 문자도 보내줘서 감동했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슬립 입고 남편을 유혹하는 장면도 있었다. 촬영할 때 부담은 없었나.
▶부담도 있었다. 그런 의상을 입고 촬영한 게 처음이었는데 나만 어색했지 다른 분들은 아무렇지 않아하더라.
-최명길의 현장 모습은 어땠나.
▶최명길 선생님은 체력이 되게 좋으시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시고 너무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지 알겠더라. 그릇도 굉장히 크시고 후배들도 다 챙겨주시고 식사 때도 다 챙겨주셨다. 불만도 한 번도 없으셨고 항상 스탠바이가 빠르셨다. 연출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으셨다. 그래서 저희 팀 분위기가 좋았다. 체력이 어떻게 그렇게 좋으신지 물으니 수영을 새벽마다 하신다고 하더라.
-실제 가정에선 어떤 며느리인 것 같나.
▶저는 기본적인 도리는 다 하려고 노력한다. 어른들이 보시기에 선을 벗어나진 않으려 한다. 일을 한다고 그걸 내색하거나 그걸 핑계삼아서 집안의 대소사를 안 챙기진 않는다. 집안 행사는 잘 챙기려 노력한다.
-남편은 '아씨 두리안'을 보고 어떤 반응은 보였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신우철 감독님과 임성한 작가님의 조합을 신기하게 봤다. '드라마 너무 좋았어, 고생했어'라고 해줬다.
-은성이 두리안에게 대리모를 요구한 장면은 어떻게 생각했나.
▶나중에 정상적인 사람은 은성이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갑자기 대리모 얘기를 해서 은성이도 정상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저는 감히 생각하지 못한 장면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여자에게 그러는 게 가능할까 생각했다.
-결말 이후 은성은 어떻게 살았을 것 같나. 남편이 두리안과 사라졌는데.
▶은성이라면 남편을 기다릴 것 같다. 남편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강아지 개체수를 늘려서 '개엄마'가 됐을 것 같다.(웃음)
-결혼 후 활동적인 측면은 어떻게 바뀐 것 같나.
▶내가 안 쉬고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미안할 정도로 내 일에 치중을 많이 해서 나는 아직 결혼을 했는지 잘 생각을 못할 때도 있다. 가족들이 잘 서포트 해줘서 활동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결혼을 하니 혼자 있을 때와 다른 게 있더라. 혼자 있을 땐 구애받는 게 없는데 결혼을 하니 생각하는 것도 바뀌었다.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다른 역을 연기하기 어렵진 않나.
▶그동안 캔디 같은 역도 하고 여러 역을 했는데 내가 도회적인 역을 할 때 파급력이 센 것 같더라. '도회적'이란 것에서 한다감의 영역을 확실히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든 드라마든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한은정에서 한다감으로 개명한 후 이제 익숙해지는 것 같다.
▶예전부터 저를 알던 분들은 '은정'이라고도 하는데 최근덴 '다감'이라고 한다. 이젠 어색한 게 없고 옛날 이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옛날 이름도 지금 이름도 좋다. 몸이 많이 안 좋아서 개명을 한 것이다. 조금 특별한 이름도 갖고 싶었다.
-개명 후 삶이 좀 바뀐 것 같나.
▶제가 몸이 진짜 약하게 태어나서 옛날부터 별명이 '또 아파'였다. 내가 콜라 광고를 찍고 해서 건강하게들 보기도 했지만 몸이 안 좋았다. 지금은 5% 남기고 다 고쳤다. 건강해졌고 안색도 많이 바뀌었다. 나는 원래 한 신 찍고 누워있으면서 촬영했는데, 이젠 촬영하면서 끄떡없다. 20, 30대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다. 술, 담배도 안 하지만 몸이 좋아진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선 어떤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나.
▶또 다른 캐릭터도 보여주고 싶다. 완전히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요즘 더 연기 의욕이 커보인다.
▶거의 쉬지 않고 일했는데 나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철도 많이 들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해내고 싶다. 다행히 몸도 건강해졌고 딱히 지금은 쉬고 싶지 않다.
-어떤 점에서 철이 든 것 같나.
▶예전엔 '고맙다', '감사하다'고 막연하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디테일하게 얘길 한다. 나를 생각하고 찾아줄 때 더 잘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더 배려하게 됐다.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같이 일하면서 피해는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오래 가려고 하는 편이다. 친해지면 꾸준히 쭉 가려고 한다.
-한다감만의 건강, 미모 관리법은?
▶저는 운동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되게 열심히 한다. 예전엔 헬스장에서 PT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등산을 많이 한다. 틈날 때마다 산을 많이 가고 등산 후 하산하면 얼굴이 달라진다. 주기적으로 3가지를 하는데 헬스장 PT, 등산, 한강변 걷기를 한다.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웬만하면 한식을 주로 먹고 전날 많이 먹으면 다음 날 적게 먹고 치팅데이도 가지면서 페이스를 조절한다.
-신인 배우 유정후, 이다연의 연기는 어떻게 봤는지.
▶두 친구는 카메라로 한 줄 한 줄 다 찍으면서 대본 연습을 했다고 하더라.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박수를 많이 쳐주고 싶다.
-'아씨 두리안' 안에서 다른 캐릭터를 해본다고 하면?
▶주남 역을 해보고 싶다. 백도이도 괜찮은 것 같다. 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멋진 여성캐릭터로 나와서 방송을 보면서도 너무 예쁘고 멋있단 생각을 많이 했다.
-'아씨 두리안' 시즌2를 한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나.
▶저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다. 그 속에서 은성이가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겠다.
-데뷔한 지 25년 정도가 됐다. 그동안 어떻게 활동해온 것 같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아쉽다. 똑같은 걸 한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웃음) 많은 걸 쌓아왔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시간을 소중히 쓰려고 한다. A를 하느니 B를 하는 게 낫지 않냐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한다. 그래서 잘 안 쉰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생긴 관심사가 있는지.
▶오늘이 '아씨 두리안' 공식 일정 마지막날이라 일단 딱 일주일만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싶어서 날씨가 좀 꺾이면 등산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미래의 한다감은 어떻게 기대하나.
▶똑같을 것 같다. 하는 역할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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