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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극도 하나의 마음으로"..'알쓸별잡' 뉴욕 여정 마무리[종합]

  • 김노을 기자
  • 2023-08-25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이하 알쓸별잡)이 '뉴욕'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tvN '알쓸별잡' 4회에서는 지구별의 첫 번째 여행지 '뉴욕'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겼다.

이날 김상욱은 프린스턴 대학의 '고등연구소'를 다녀왔다. 전세계 천재들이 모여 하고 싶은 연구를 자율적으로 하는 연구소였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등 '헉'소리 나는 과학자뿐 아니라 초대 컴퓨터를 만든 수학자 폰 노이만과 시인 T.S. 엘리엇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이렇게 받아들인 천재들은 미국 발전의 동력이 됐다. 원자폭탄을 탄생시킨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 대부분이 이민자였다. 노벨상 미국인 수상자가 4배로 증가했고, 과학계는 미국과 영어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처럼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정체성도 변화시켰다. '인종의 용광로(멜팅팟)'라 불리던 시절과는 달리, 하나의 커다란 그릇 안에서 고유의 색을 잃지 않고 알록달록한 공동체로 살아가는 '샐러드볼'의 시대를 맞은 것. 미국 이민의 상징적인 장소 '엘리스섬'에 다녀온 이동진은 현재 교포 2세들의 작품이 미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1965년 국가별로 일정한 쿼터를 부여했던 이민법이 바뀌면서, 아시아 이민자들이 증가했는데, 이때 한국인들도 미국 이민을 시작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이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이민자들의 2세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녹이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인 미국엔 창의성을 북돋는 힘도 있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던 유현준은 이를 공간 설계에서 찾았다. 예를 들어, 하버드 건축대는 서로의 작품과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오픈형 구조로 설계됐다. MIT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복도에 다양한 학과가 모여 있는데, 다른 과의 연구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유현준은 창의적 공간은 타인과의 교류가 있는 공간이며, 온갖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여러 분야의 융합이 창의성의 원천"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란 주제는 이날 방송의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2001년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9/11 테러 사건이 있은 지 10년 후, 9/11 메모리얼이 완성됐다.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그 자리에 거대한 두 개의 사각형 공간과 그 안에 눈물처럼 쏟아지는 인공폭포로 디자인된 공간이었다. 유현준은 이 단순한 디자인을 "메모리얼의 정석"이라고 평가했다. 물소리는 방문객들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줬고, 물을 보기 위해 기댄 난간에 새겨진 희생자의 이름을 자연스레 보게 하는 설계였기 때문.

이에 "미국은 비극조차도 이 거대한 나라를 하나의 마음으로 모으는 데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에 대해 심채경은 "위령탑을 엉뚱한 곳에 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장소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공존한 온전한 추모의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은 공간을 디자인한 마이클 아라드는 놀랍게도 이스라엘 출신의 무명 건축가였다. 그리고 그를 당선시킨 심사위원은 공간을 채우지 않고 비움으로 풀어낸 것으로 유명한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을 디자인한 건축가 마야 린이었다. 이름과 경력이 아닌 누군가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기회를 주는 창의적 '대물림'은 미국이 가진 또 다른 힘이었다.

잡학박사들은 이렇게 배움과 영감을 주고, 잊고 싶은 과거조차도 기억하려 노력하며, 그 기억의 힘을 가진 도시 뉴욕의 여정을 마쳤다. 그리고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지구별 여행을 예고했다.
김노을 기자 |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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