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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유재선 감독, 경제학도→봉준호 키즈.."모든 게 기적"[★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3-09-03
유재선 감독이 "어깨너머로 배운" 봉준호 감독의 노하우를 영화 '잠'에 녹여냈다. 스승도 극찬한 유니크한 공포 영화를 탄생시킨 유재선 감독은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잠'(감독 유재선)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유재선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유재선 감독은 '잠'을 통해 첫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경제학도였던 그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의 연출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다양한 이력을 쌓은 바 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다. 유재선 감독은 이러한 극찬에 대해 "제가 감독님과 직접 대화를 나눴을 때는 그런 말씀을 못 들었다. 제가 관객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봉준호 감독님 영화고, 영화인으로서 가장 닮고 싶고 존경하는 분도 봉준호 감독님"이라며 "저는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봐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렇게 높이 평가해 주셔서 기뻤다. 영화를 함께 만든 배우들과 스태프분들께도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잠'을 촬영하며 무의식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봉준호 감독을 많이 모사하려고 노력했다고. 유재선 감독은 "제가 영화과를 안 나왔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대해서 배운 건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게 전부다"라며 "대학 시절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연출부를 했고, 졸업하자마자 '옥자'의 연출부 막내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내가 이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되겠다는 걱정만 앞서서 뭔가를 배운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는데 막상 '잠'을 시작하니까 알게 모르게 봉준호 감독님이 '옥자'에서 연출하셨던 모습을 모사하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중 한 가지는 스토리보드에 대한 중요성이었다. 감독님도 본인이 스토리보드를 그리시고, 그것대로 촬영하려고 노력하셨다. 저도 아무래도 영화를 배운 게 봉준호 감독님을 통해서여서 그런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며 "시나리오를 완성하자마자 투자, 캐스팅이 진행되기도 전에 스토리보드를 그렸고, 촬영에서도 그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요즘 한국 영화는 예산이 빠듯할 경우가 많은데 효율적인 촬영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유재선 감독은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연출팀으로 일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감독으로 데뷔하고 싶은 꿈이 있는 것 같다. 프로젝트 사이에 본인의 시나리오를 쓴다"며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자료조사를 하는 연출부로 일하던 와중 시간이 있어서 제가 감독으로서 연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에 썼다. 다행히도 시나리오를 좋게 봐준 제작사, 투자사 덕분에 기적과 같이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응원과 칭찬에 용기를 얻었다는 유재선 감독이다. 그는 "감독님과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연출팀을 꾸리기 위해 만났을 때 시나리오를 읽어봐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시나리오를 읽으신 감독님이 '너는 이걸 해야겠다. 지금 당장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저는 거기서 감사함과 용기를 얻었고, 본격적으로 이 영화로 데뷔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유재선 감독이 '잠'을 연출하며 가장 우선했던 목표는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몽유병이라는 소재를 먼저 떠올렸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유 감독은 "몽유병이 사실 어디선가 들어본 흔한 호러 영화의 소재인 것 같지만,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인터넷상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몽유병 극단적인 괴담을 들어봤을 것"이라며 "누군가 뛰어내리려고 한다든지 수면 중에 운전하려고 한다든지, 자는 도중에 배우자를 해하는 괴담을 접했고, 거기서 오는 자극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몽유병 환자의 일상, 또 그런 사람을 곁에서 지키는 배우자나 가족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에 궁금했다. 원래 공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게 장르의 흔한 구조인데 '잠'은 공포심을 가지고, 본인을 위협하는 대상이 자기가 가장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포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나리오를 쓸 당시 자신의 상황이 많이 녹아있었다고. 그는 "당시 현재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도 모르게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화두가 이야기에 녹아들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주인공을 신혼부부로 설정했고, 부부의 관계에 치중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시나리오를 쓴 시점에서 이야기를 되돌아봤을 때 '이런 테마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이 있고,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고 싶어 했구나'라고 느껴졌다"며 "부부로서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이런 것을 극복할 것인지, 좋은 부부란 무엇인지가 가장 큰 화두였다"고 했다.

유재선 감독은 캐스팅 과정에 대해 "제작사에서 주인공 역할에 누가 어울릴 것 같은지, 불가능할 것 캐스팅이라도 1순위가 누구냐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정유미, 이선균 배우라고 했다"며 "이미 두 분한테 시나리오가 가 있는 상태였는데 봉준호 감독님께서 그걸 들으신 상황에서 저한테 도움을 주신 것 같다. 기적적으로 1순위 캐스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제가 가졌던 걱정은 두 분은 한국에서 이미 베테랑 배우인데 저는 막 데뷔하는 감독"이라며 "데뷔 감독이 현장에서 가장 경험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배우들도 경험의 미숙함을 느끼지 않을지 걱정했다. '날 진지한 감독으로 안 봐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너무 다행히도 엄청난 협력자였고, 연기는 두 말할 것도 없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엔딩에 대한 힌트도 제공했다.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에는 결말뿐만 아니라 3장에 대한 계획 자체가 없었다. 아웃라인을 잡았을 때도 절반 정도만 시작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아무리 기승전결까지 아웃라인을 꼼꼼하게 빽빽하게 채워도 중간에서 이탈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공감이 되더라"라며 "1~2장을 쓰다 보니까 3장은 어떤 이야기일지 윤곽이 그제야 드러나고, 엔딩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결말에 대한 해석은 관객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영화는 관객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의 해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타당하다고 믿는 입장이다. 영화를 보신 후에 관객들이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활발하게 나눴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편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까지 초청받은 유재선 감독은 차기작도 생각하고 있지만, 현재는 '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촬영도 처음이고, 후반 작업도 처음이다. 심지어 이런 홍보 활동도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걸 생각할 심적인 여유가 없다. '잠'이 개봉하고, 그 이후에 차기작을 생각하려고 한다"며 "생각해 둔 건 있다. 하나는 미스터리 범죄물, 다른 하나는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다들 미스터리 범죄물을 권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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