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대인사와 일용직 근무 현장의 공존, 배우 곽진석의 유튜브 채널에는 치열한 삶의 흔적이 녹아있었다. 꿈은 배우가 아닌 재밌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지만, 그런 그에게 현재 가장 재밌는 일은 연기다. 벌써 19년 차, 화려한 필모그래피가 부끄럽기도 하다는 배우 곽진석은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어두운 사막에서 반짝이는 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었던 스타뉴스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곽진석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곽진석은 2004년 액션스쿨에 입단해 무술팀 소속으로 영화 '짝패', '한반도', '괴물', '우아한 세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개와 늑대의 시간' 등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참여하며 한국 액션의 중심에서 활약한 대표 액션배우다. 특히 '우린 액션배우다'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이에 그치지 않고 단역부터 조연, 연극 무대까지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올해는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밀수'에서 장도리(박정민 분)의 패거리 갈고리 역으로 출연했고, 이어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지니TV '악인전기' 촬영을 마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지만 행복한 배우"..곽진석의 선택과 집중
먼저 근황을 전한 그는 "다시 일용직 일을 잡아서 해야 한다"고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유튜브에는 '일용직 근로자지만 행복한 배우 곽진석'과 같은 제목의 영상이 다수 게재돼 있고, 그는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있다. 배우와 일용직을 병행하고 있는 곽진석은 "올해 5월부터 시작했는데 역시 출연료 문제가 크다. 이전까지는 들어오는 작품을 다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었다"면서 "다만, 이제 배우로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면서 거절하게 되는 작품이 생겼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여유가 없으면 '선택과 집중'에 어려움이 생기는 탓에 일용직을 병행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곽진석은 "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스턴트맨으로 4년, 이후 배우로 15년. 배우 19년 차가 된 곽진석은 조, 단역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참 많이도 경험했다고. 그는 "제작비에 부담을 느끼는 제작사들이 조연 또는 단역들의 출연료를 삭감하는 사례는 늘 있다. 매번 똑같다. 근데 저는 제 페이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왜 그걸 약자에게 요구하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한다"고 밝혔다.
벌써 19년 차가 된 곽진석의 위치도 투쟁의 이유가 됐다. 나뿐만 아닌,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그는 "또 제가 경력도 많고, 웬만해서는 선배인 입장인데 그 정도 대우를 받고 일하면서 선을 무너뜨리게 되면 저는 후배들을 볼 낯이 없다. 경력 있는 사람은 쓰고 싶은데 페이도 낮추고 싶은 것은 욕심이다"라며 "(제작팀)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최대한 유연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부딪히고, 투쟁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곽진석은 쉴 틈 없이 오디션을 보며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곽진석은 "얼마 전에도 오디션을 보고 왔다. 제가 경력과 작품은 많지만, 대표작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그 배우를 평가할 수 있는 건 오디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오디션을 볼 당시에는 작품이 명확하지 않다. 합격한 후에 시나리오를 받고, 페이를 확인한 뒤에 저에게 선택의 기회가 온다"며 "제가 마음에 안 들면 포기하기도 한다. 오디션을 힘겹게 합격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받아보니까 내가 할 역할이 명시가 안 돼 있는 경우도 많다. 뭘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현장에서 생길 거라고 하더라. 그런 건 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이미지 단역 오디션을 보는 건 감독, 연출이 욕심을 부리는 경우다. 그럴 거면 돈을 주고, 유혹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시나리오에 명시돼 있지 않은 배우들이 받는 페이는 불 보듯 뻔하다"라며 "또 어떻게 보면 필모그래피 하나라도 필요한 배우들한테는 소중한 기회인데 제가 밥숟가락을 뺏을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이 저를 성장시켰죠"..곽진석의 러브스토리
스턴트맨과 배우, 비슷한 듯 다른 연기를 펼치며 곽진석은 많은 차이를 느꼈다. 그는 "스턴트맨이 대역도 하지만, 출연도 많이 한다. 근데 스턴트맨은 스피드와 힘에 꽂혀 있다. 근데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도 그런 것들이 몸에 배어있다 보니까 감정 연기에서 기다리는 게 어렵더라. 허지나 배우를 만나며 많이 변하고 발전했다"고 말했다.
곽진석은 연극 무대에서 만난 허지나와 만나 2016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세부의 한 바닷가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잠수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을 통보했다는 곽진석이다.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도 안 부르고 그런 식으로 결혼했고, 상견례는 마지막 단계에 했다. 오히려 진심 어린 축하를 더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허지나와 결혼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밝히며 "같이 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특히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서로 민감한 건 없다. 바닥까지 오픈하면 만들어가는 과정이 편하더라"라고 말했다.
일용직 일을 하게 된 것도 결혼 이후부터다. 그는 "2년 전에 이사했는데 그때 빚이 처음 생긴 거다. 그러면서 생활비가 모자라는 상황이 생겼다. 촬영이 없는 날 소파에서 누워서 쉬다가 문득 '내가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인데 누워 있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단돈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움직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일용직 일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저는 생각보다 연기를 쿨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19년씩이나 했는데 열정을 앞세워서 하기보다는 쿨하게 다가가는 편"이라며 "목표를 설정해두고 이뤘을 때 쾌감이 있는 거지, 저의 꿈인 건 아니다. 배우가 꿈인 적은 없었다. 직업의 기능을 수행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걸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곽진석이 배우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재미'였다. 그는 "아내랑 늘 같은 얘기를 한다. 배우가 아니라도 행복할 일은 많다. 배우가 아니라도 돈 벌 수 있는 재미난 일이 생기면 지금 당장 때려치울 수 있다"면서 "다만, 지금은 배우가 너무 재밌고,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일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질리는 상황이 두려운 거다. 스턴트를 그만둔 것도 일에 치이고, 재미가 없어져서였다. 재미를 쫓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무대 연기 쪽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렇기 때문에 질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은 거다. 배우로서 자존감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어두운 사막에서 반짝이는 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었던 스타뉴스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곽진석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곽진석은 2004년 액션스쿨에 입단해 무술팀 소속으로 영화 '짝패', '한반도', '괴물', '우아한 세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개와 늑대의 시간' 등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 참여하며 한국 액션의 중심에서 활약한 대표 액션배우다. 특히 '우린 액션배우다'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이에 그치지 않고 단역부터 조연, 연극 무대까지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혔다.
올해는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밀수'에서 장도리(박정민 분)의 패거리 갈고리 역으로 출연했고, 이어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지니TV '악인전기' 촬영을 마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지만 행복한 배우"..곽진석의 선택과 집중
먼저 근황을 전한 그는 "다시 일용직 일을 잡아서 해야 한다"고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유튜브에는 '일용직 근로자지만 행복한 배우 곽진석'과 같은 제목의 영상이 다수 게재돼 있고, 그는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있다. 배우와 일용직을 병행하고 있는 곽진석은 "올해 5월부터 시작했는데 역시 출연료 문제가 크다. 이전까지는 들어오는 작품을 다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었다"면서 "다만, 이제 배우로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면서 거절하게 되는 작품이 생겼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여유가 없으면 '선택과 집중'에 어려움이 생기는 탓에 일용직을 병행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곽진석은 "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스턴트맨으로 4년, 이후 배우로 15년. 배우 19년 차가 된 곽진석은 조, 단역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참 많이도 경험했다고. 그는 "제작비에 부담을 느끼는 제작사들이 조연 또는 단역들의 출연료를 삭감하는 사례는 늘 있다. 매번 똑같다. 근데 저는 제 페이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왜 그걸 약자에게 요구하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한다"고 밝혔다.
벌써 19년 차가 된 곽진석의 위치도 투쟁의 이유가 됐다. 나뿐만 아닌,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그는 "또 제가 경력도 많고, 웬만해서는 선배인 입장인데 그 정도 대우를 받고 일하면서 선을 무너뜨리게 되면 저는 후배들을 볼 낯이 없다. 경력 있는 사람은 쓰고 싶은데 페이도 낮추고 싶은 것은 욕심이다"라며 "(제작팀)의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최대한 유연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부딪히고, 투쟁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곽진석은 쉴 틈 없이 오디션을 보며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곽진석은 "얼마 전에도 오디션을 보고 왔다. 제가 경력과 작품은 많지만, 대표작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그 배우를 평가할 수 있는 건 오디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오디션을 볼 당시에는 작품이 명확하지 않다. 합격한 후에 시나리오를 받고, 페이를 확인한 뒤에 저에게 선택의 기회가 온다"며 "제가 마음에 안 들면 포기하기도 한다. 오디션을 힘겹게 합격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받아보니까 내가 할 역할이 명시가 안 돼 있는 경우도 많다. 뭘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현장에서 생길 거라고 하더라. 그런 건 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이미지 단역 오디션을 보는 건 감독, 연출이 욕심을 부리는 경우다. 그럴 거면 돈을 주고, 유혹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시나리오에 명시돼 있지 않은 배우들이 받는 페이는 불 보듯 뻔하다"라며 "또 어떻게 보면 필모그래피 하나라도 필요한 배우들한테는 소중한 기회인데 제가 밥숟가락을 뺏을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결혼이 저를 성장시켰죠"..곽진석의 러브스토리
스턴트맨과 배우, 비슷한 듯 다른 연기를 펼치며 곽진석은 많은 차이를 느꼈다. 그는 "스턴트맨이 대역도 하지만, 출연도 많이 한다. 근데 스턴트맨은 스피드와 힘에 꽂혀 있다. 근데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도 그런 것들이 몸에 배어있다 보니까 감정 연기에서 기다리는 게 어렵더라. 허지나 배우를 만나며 많이 변하고 발전했다"고 말했다.
곽진석은 연극 무대에서 만난 허지나와 만나 2016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세부의 한 바닷가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잠수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을 통보했다는 곽진석이다.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도 안 부르고 그런 식으로 결혼했고, 상견례는 마지막 단계에 했다. 오히려 진심 어린 축하를 더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허지나와 결혼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밝히며 "같이 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특히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서로 민감한 건 없다. 바닥까지 오픈하면 만들어가는 과정이 편하더라"라고 말했다.
일용직 일을 하게 된 것도 결혼 이후부터다. 그는 "2년 전에 이사했는데 그때 빚이 처음 생긴 거다. 그러면서 생활비가 모자라는 상황이 생겼다. 촬영이 없는 날 소파에서 누워서 쉬다가 문득 '내가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인데 누워 있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단돈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움직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일용직 일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저는 생각보다 연기를 쿨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19년씩이나 했는데 열정을 앞세워서 하기보다는 쿨하게 다가가는 편"이라며 "목표를 설정해두고 이뤘을 때 쾌감이 있는 거지, 저의 꿈인 건 아니다. 배우가 꿈인 적은 없었다. 직업의 기능을 수행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걸로 돈을 버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곽진석이 배우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재미'였다. 그는 "아내랑 늘 같은 얘기를 한다. 배우가 아니라도 행복할 일은 많다. 배우가 아니라도 돈 벌 수 있는 재미난 일이 생기면 지금 당장 때려치울 수 있다"면서 "다만, 지금은 배우가 너무 재밌고,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일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질리는 상황이 두려운 거다. 스턴트를 그만둔 것도 일에 치이고, 재미가 없어져서였다. 재미를 쫓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무대 연기 쪽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렇기 때문에 질리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은 거다. 배우로서 자존감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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