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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만 남기고 진짜 산으로 간 '치악산'[김노을의 선셋토크]

  • 김노을 기자
  • 2023-09-08
공포 한 스푼, 익스트림 한 스푼, 미지의 존재 한 스푼을 넣고 섞었다니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영화 '치악산'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영화 '치악산'(감독 김선웅)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영화로, 1980년 깔끔하게 18토막이 난 사체 10구가 잇따라 발견돼 비공식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는 허구의 괴담을 소재 삼았다.

'산가자' 리더인 민준(윤균상 분)과 그의 사촌동생인 현지(김예원 분) 그리고 양배(연제욱 분), 수아(배그린 분), 이삭(이태환 분)은 라이딩을 위해 치악산을 찾았다가 미스터리한 일을 겪으며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감독의 욕심대로 공포, 익스트림, SF장르를 다 섞었음에도 신선하지 않다. 만약 '치악산'을 관람하기로 결심한 관객이라면 분명 공포나 호러 혹은 스릴러의 묘미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텐데, 안타깝게도 영화에는 그런 장르적 쾌감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극 중 인물들은 누가 봐도 영 께름칙한 공간에 발을 들이고, 뭔가 이상한 걸 봤다는 친구의 말을 믿지 않아 관계가 어그러지며, 그중 누군가는 미지의 존재에 홀린 듯 자꾸만 이상한 짓을 하는데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나 서사를 이루는 얼개가 한참 부족해 긴장감을 놓치고 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르적 재미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여러 번 찾아온다.

토막 사체 괴담과 익스트림 스포츠인 MTB를 접목해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려는 욕심도 다소 과했다. 시점 쇼트로 펼쳐지는 MTB 라이딩 신은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만큼 산만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장르적 재미와 탄탄한 서사 중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탓에 결말에 이르러서는 '정말 산으로 갔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감독의 구미를 잡아당긴 '토막 사체 괴담'이 공포 영화에 있어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왜 굳이 이 괴담이었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치악산이 자리한 강원 원주시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논란만 남긴 '치악산'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85분. 15세 관람가.
김노을 기자 |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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