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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고 뒤튼 '거미집', 앙상블이란 이런 것 [김나연의 사선]

  • 김나연 기자
  • 2023-09-22
새롭고, 도발적이다. 두 편의 영화를 한 번에 본 듯한 '거미집'은 늘 봐왔던 영화의 흐름을 비틀고 뒤튼다. 여기에 연기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거미집'이다.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열(송강호 분)은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 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이 들고, 이를 외면하면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순종적으로 살아가던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개인의 욕망에 충실한 신여성의 모습으로 바꾼다. 극은 파격적으로 흘러가고, 대본은 결국 반체제적이고, 미풍양속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심의에 걸린다. 제작자 백회장(장영남 분) "하던 거나 계속 하라"며 촬영을 반대하지만, 김 감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걸작을 향한 광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 분)만이 김열의 뜻을 지지해주고, 이에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분),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분),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 분)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한다.

그러나 스케줄이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고, 인물들은 저마다의 욕망에 충실해 촬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거미집'은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다. 재촬영을 하려는 김열 감독의 영화 현장과 그가 찍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스토리가 이중 전개된다.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영화 촬영장은 컬러로, 치정과 멜로와 호러, 재난물에 괴기물까지 오가는 영화 속 영화는 흑백의 화면이다. 영화 현장도, 영화 속 영화도 각기 다른 보는 맛이 있다.

이렇듯 컬러와 흑백을 오가면서 다채로운 빛깔의 복합 장르를 선보이는데 전혀 조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 또한 통통 튀며 스크린을 날아다닌다. "앙상블 영화만이 '거미집'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거미집'은 영화 현장 안에서 유기적으로 호흡하면서 스토리를 다이내믹하게 가져간다.

송강호의 연기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영화 속에서 카메라 뒤의 감독으로 변신한 섬세하고 또 강렬하게 중심을 잡는다. 송강호에게 새로운 모습이 있을까 싶지만 또 새롭다. 송강호를 필두로 모든 배우들이 다양한 관계와 감정으로 촘촘하게 얽히고설키는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는 오정세와 정수정이다. 이들은 열렬하지만, 일방적이고, 절절하고도 순수한 로맨스를 잘 표현해내며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한다.

특히 긴 러닝타임 안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점 또한 '거미집'의 장점이다. 관객들의 웃음까지 책임진다. 70년대 배우로 완벽하게 변신한 오정세와 임수정, 정수정의 모습은 색다르면서도 유쾌하게 관객들을 그 시대로 초대한다.

이렇듯 파격적이고 새로운 '거미집'은 '영화란 무엇인지, 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다만, 대중들이 얼마만큼 공감대를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다. 송강호는 "'거미집' 같은 새롭고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살아난다면 관객들이 '역시 영화는 이런 맛이지'라고 느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오는 27일 개봉.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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