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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보다 새로움"..'거미집' 송강호, 계획이 다 있구나[★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3-09-23
식상한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여정,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의 배우 송강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

송강호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의 감독 김열 감독 역을 맡았다. 1970년대. 대본부터 검열 받아야 했던 한국을 배경으로 악조건 속 감독을 연기하는 그가 그리는 '영화'의 순간은 회의와 자학, 열정과 재능, 자본의 논리. 그사이 부딪히는 욕망들. 그럼에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순간까지 '영화 만들기'의 역동적인 장면들을 실감나게 그린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조용한 가족'(1998)에서 호흡을 맞췄고,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거미집'에서 다시 한번 재회했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님은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근데 김지운 감독님은 항상 저를 설레게 만든다. 영화 여행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이번에는 어떤 여행을 떠날지, 몰라서 기대도 되지만 두렵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미집'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데 대해 "사실 영화 작업을 하다 보면 뭔가 예상되고, 늘 봐왔던 형식과 내용이 많았다. 근데 '거미집'은 새로워서 반가웠다"며 "팬데믹을 거치면서 영화에 대한 생각들이 다양해졌고, 다양한 콘텐츠가 생겼지만, 큰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고 같이 웃는 건 영화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그런 점에서 '이게 영화지'라는 말씀을 해주신다면 가장 큰 극찬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의 감독 김열 감독 역을 맡았다. 그는 "감독 역할이 좋을 줄 알았는데 영화 속 영화인 '거미집'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 너무 잘해서 '나도 저 안에서 연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사실 지금의 정서에는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고전적인 멋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과 앙상블에 대해서는 "다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라서 호흡을 따로 맞추거나 하진 않았다. 서로 그 분위기에 잘 몰입한 것 같다"며 "막내 정수정도 당차고, 선배 배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게 자기 몫을 톡톡히 해줬다. 다른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사실 박정수 선생님도 드라마에서 익숙한 얼굴인데 '거미집'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셨다. 많이 열정도 보이셨고, 열심히 하셨다. 오정세 씨는 말할 것도 없이 다재다능함과 재능을 마음껏 펼친 것 같다"며 "확실히 김지운 감독이 캐스팅 과정이 가장 힘들었을 거다.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 캐스팅"이라고 강조했다.

송강호는 '거미집'을 찍으며 과거를 회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 더 나아가면 '살인의 추억',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 당시의 느낌과 비슷했다"며 "감독의 디렉팅보다는 풀어가는 리듬감이 흡사했고,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엮여있는 형태의 호흡들에 대해 흥분과 설렘을 느꼈다"고 밝혔다.

송강호가 연기하며 가장 고민한 지점은 역할이 아닌 영화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해서 관객들과 소통할지가 고민이었다. 감독님,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거미집'은 낯선 형식이고, 늘 봐왔던 영화의 컬러나 리듬과 달라서 낯설 수도 있지만 이게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역할에 대한 부담보다는 영화 자체를 어떻게 하면 이 영화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고 고스란히 전달될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거미집'은 관객들에게 아는 맛보다 새롭고 낯선 맛을 선사한다. 송강호는 대중성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조용한 가족'은 더했다. 당시에 이런 거 찍으면 안 된다고 하는 감독님도 있었다. 근데 서울 관객만 38만 명이 넘게 들지 않았나. 그건 관객들이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거다. 관객들에게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새로움에서 영화의 힘, 영화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새로운 색깔의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송강호의 의지가 담긴 일이기도 하다. 그는 "저는 넘버 원의 배우도, 칸의 남자도 아닌 일개 배우일 뿐"이라면서 "관객들에게 생소한 얼굴의 배우가 새로운 호흡과 리듬을 가진 영화에 출연하는 것과 잘 알려진 제가 하는 건 차이가 있을 거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는 한국 영화가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를 보고 싶은 대중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흥행 여부를 떠나서 실패한 모험이 될지라도, 가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며 "이번에는 어떤 가치 있는 작품을 할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송강호는 "후배들이 '송강호 선배가 저런 작품을 하네?'라고 생각할 만큼 새로운 모습, 현재에 머물지 않고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 모습들이 동료 배우들, 후배들에게 비춰지는 것이 선배로서 갖춰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은 하고 있다. 성취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움에 대한 탐구와 발자취를 남기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중요한 것 같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내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의 위기에도 '거미집'이 큰 몫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송강호는 "'거미집' 같은 새롭고 파격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살아난다면 관객들이 '역시 영화는 이런 맛이지'라고 느낄 것 같다. 양적인 면도 좋지만, 질적인 발전이 중요하다"라며 "영화만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어필한다면 다시 한국 영화의 전성기는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또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인 송강호는 거장 감독들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는 데 대해서는 "제 무기는 친근감인 것 같다. 우리의 이웃 같고, 또 친구 같고, 그래서 감독님들이 부담 없이 캐스팅하는 것 같다. 배우가 먼저가 아니라 인물로 먼저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저도 매번 자괴감과 자신감이 상충한다. 내 재능에 대한 확신이 안 들 때도 있고, 반대로 '나 왜 이렇게 잘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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