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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실화에 집중, 임시완 연기에 소름"[★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3-09-24
강제규 감독이 '1947 보스톤'으로 돌아왔다. 임시완의 열연, 실화의 힘을 등에 업고 추석 극장가 '1947 보스톤'은 힘차게 달릴 수 있을까.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의 연출을 맡은 강제규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

'쉬리'를 통해 '첩보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한국 전쟁영화를 대표하는 '태극기 휘날리며'로 역대 두 번째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강제규 감독이 대한민국 최초 국가대표 마라토너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돌아왔다.

강제규 감독은 "'장수상회'가 끝나고 중국 쪽과 몇 작품을 준비하다가 한한령 때문에 2~3년 정도 그냥 지나갔고, 2018년부터 '1947 보스톤' 대본을 받고, 준비했다"며 "'1947 보스톤'도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밀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러다 보니까 지쳐서 이제는 긴장보다는 빨리 개봉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제규 감독은 코로나19로 개봉을 기다렸던 순간이 좋은 경험이 됐다고. 그는 "후반 작업을 2년 넘게 할 수 있었다는 건 굉장히 큰 축복이었다. 항상 영화를 만들고 나면 제 영화를 보고, 안 좋은 것만 보인다"며 "제 영화를 가장 재미없게 보는 감독 중 한 명인데 이번에는 시간 여유가 있다 보니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동안은 후회도 많고, 아쉬운 지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미련이 없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개봉이 늦어졌지만 그런 점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 소재 영화의 첫 연출을 맡은 강제규 감독은 "그동안 액션 장르를 많이 했고, '태극기 휘날리며'나 '마이웨이'는 전투 장면이 있어서 촬영의 난도가 높았다. 초긴장 상태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는 마라톤 촬영은 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며 "근데 막상 찍어보니까 그렇지 않더라"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사실은 전투나 전쟁 장면을 촬영할 때는 통제 속에 찍기 때문에 쉬운데 이건 길 위에서 찍어야 하다 보니까 시간에 좇기는 느낌이 들었다. 한 도시의 도로를 9시부터 12시까지 전면 통제했는데 세 시간밖에 찍을 수가 없다. 당시에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단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달리기를 찍는 게 힘들더라"라고 토로했다.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었다. 강제규 감독은 "어떻게 사실에 근접해서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가였다.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도 가급적 픽션을 제외하고 실제 이야기를 충실히 담는 데 신경을 썼다"며 "개가 튀어나오는 장면도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빼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저도 굉장히 흔들렸지만, 실화고, 만든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까 당당하게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47 보스톤'인 만큼 실존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강제규 감독은 '서윤복' 역의 임시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 친구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촬영하면서 '이놈 봐라?'라고 생각하면서 소름 돋는 느낌이 들었던 게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임) 시완이 첫 촬영 전에 10회차 정도 촬영했는데 그전 장면도 열심히 재밌게 찍었는데 시완이가 나오는 날이 기다려지더라. 모니터를 통해 시완이의 눈빛, 동작을 볼 때 에너지가 생기고, 너무 신선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하지 않고, 그 시대에 녹아들어 놀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흡입력이 대단했다. 임시완에게는 군소리, 잔소리가 필요없었다. 디테일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보내고, 저도 수정해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강제규 감독은 임시완에게 "우리 영화의 운명이 네 발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고. 그는 "'네가 진짜 마라토너 서윤복이 돼야 관객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다. 네가 마라토너처럼 보이지 않으면 이 영화는 망한다'고 얘기를 했는데 진짜 독하더라"라며 "몸 노출되는 장면을 찍을 때까지는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었다. 저한테 웃통을 까고 보여주면 제가 그만해도 된다고 해도 조금만 더 해야 한다고 하더라. 서윤복이라는 선수가 타고난 체격을 가지고 있는데 시완이가 그런 근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수개월 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그 근육을 완성해 뛰니까 진짜 마라토너 같고 좋더라"라고 칭찬했다.

가장 먼저 캐스팅한 것은 하정우였다. 강제규 감독은 "우리나라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대학 후배이기도 하지만, 옛날부터 볼 때마다 '우리 언제 같이 일해요?'라는 했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사실 '1947 보스톤'의 대본을 받고 나서 제가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았지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래서 손기정 선생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지만 성격도, 외형적으로도 닮은 곳이 많았다. 근데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다만, '1947 보스톤'은 주연 배우 배성우(남승룡 역)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고충을 겪었다. 강 감독은 "영화가 몇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수백, 수천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여서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주연 배우 쪽에서 그런 논란이 생기면 데미지가 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닥치니까 많이 힘들더라. 후반 작업을 할 때도 많은 고민을 했는데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 그러면 영화를 엎거나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이 개봉이 연기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 셈"이라며 "솔직히 지난해 가을쯤에는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아직은 관객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시간이 좀 더 지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성우와 첫 제작보고회 하기 전날 한 시간 넘게 통화했다. 본인도 너무 힘들어하고, 죄송해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은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톤'으로 돌아와 "사실 부담감 때문에 많은 작품을 못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끝내고 나서는 내가 한국 영화에 더욱 도움이 되고, 일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미국에도 갔고, 4년 동안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모든 운이 다 따라주는 것은 아니더라. 큰 뜻을 가지고 갔었는데 CAA에 소속이 됐었고, 에이전트가 감독 제안을 준 게 40편 정도 됐다. 근데 그걸 한 편도 안 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다"며 "SF 영화를 만들기 위해 좋은 제안을 다 거절하고, 소중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장수상회' 이후에 조금 추스르고 큰 영화를 하려고 중국 측과 제작비가 900억 정도 되는 영화를 준비했는데 한한령으로 무산됐다"고 털어놨다.

강제규 감독은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영화를 시작했는데 지금 한국 영화는 큰 성장을 이뤘고,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하고, 또 보람을 느낀다"며 "정말 제 자식이 잘된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데 코로나19 이후 많은 환경 변화가 생기고, 한국 영화가 위기라고 생각한다. 늘 위기는 있었으니까 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관객들의 높아진 문턱을 우리가 넘어야 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숙제이자 과제다. 이런 시기에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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