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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침묵' 양현석의 한숨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게 해달라"[★현장스케치]

  • 서울고등법원=윤상근 기자
  • 2023-09-27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의 보복 협박 혐의 무죄 호소는 이번에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대표와 YG 매니저 출신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5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항소심 변론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양현석과 김씨의 최후 변론을 진행하며 선고기일을 오는 11월 8일로 예고했다.

이날 결심공판에 검은 양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한 양현석은 최후변론을 통해 직접 적어온 글을 읽으며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다. 4년 간의 긴 시간 동안 이 재판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참석해야 했던 양현석은 A4 용지 2장 분량의 글을 직접 적어와 판사 앞에서 읽었다.

양현석은 "한서희가 2016년 마약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비아이가 언급된 사실을 들었다는 말을 듣고 황당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다. 비아이가 13세부터 5년 동안 연습생을 마친 신인이었고 매니저도 함께 했기에 비아이가 한서희와 친하게 지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지, 먼저 왜 연락을 취했는지 궁금해 가볍게 한서희를 만났고 30분 정도 만났으며 사옥 7층에서 만났다. 한서희를 외부에서 만난 적이 없었고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라 생각했다. 그 만남으로 몇년 뒤 4년 동안 조사를 받고 이 자리에 올거라 생각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양현석은 글을 읽으며 한숨을 쉬고는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이후 1997년 YG를 설립해 지난 27년 간 수많은 가수들을 발굴하고 스타를 만드는 일에 매진했다.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살아오지 않았겠지만 후배 가수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왔다. 지난 4년 동안 억측들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도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조용히 바랐다. 개인적은 소견을 언론이나 SNS 통해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유명인이 갖춰야 할 책임감과 소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했다. 앞으로 그 어떤 빌미가 되는 일조차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임하겠다. 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K팝을 이끌어나갈 후배들을 마음껏 양성하고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도록 해달라"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양현석 변호인은 최후 진술에서 양현석 무죄의 근거로 역시 한서희의 진술에 대한 진정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이었다. 변호인은 "마약과 관련된 조사를 다수 받아왔다. 한서희 진술은 상대방에 따라, 자기 기분에 따라 말이 달라져왔다.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면서 "만 20세 이전에 호기심에 마약을 했고 직접 마약을 구매도 했다. 그간 마약 관련 조사를 받으며 대마, 엑스터시, LSD 등이 검출됐다. 집행유예 기간에도 마약을 했다. 아직 20대에 불과한 젊은 여성이 마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서희는 자신의 기분과 향략이 중요할 뿐 재판도 가벼이 생각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감 생활을 즐거운 추억이라고 떠올리기도 했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변호인은 "만약 양현석이 한서희에게 보복협박을 했다면 공익신고에 포함됐겠지만 포함되지 않았다. 유명인을 기소할 마음이 앞섰던 것이라고 볼수 있다"라며 "한서희는 양현석과 만남을 통해 비아이의 마약 진술을 하지 않아 도움을 받고 돈까지 받으려 했던 것이다. 양현석은 한서희에게 마약을 하지 말라고 진술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은 "수년간 재판을 끌어오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던 한서희가 돌연 지난 공판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서희가 얼마나 재판 결과를 가볍게 여기고 얼마나 즉흥적이며 일관성이 없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하며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최종 의견을 통해 "양현석이 아이콘 비아이 마약 범죄 제보자를 불러 제보를 무마했다"라며 "초기 무마로 비아이가 대중의 인기를 받으며 연예 활동과 막대한 이익을 취득했다. 이는 결국 양현석에게 돌아갔고 피고인들이 중대한 처벌을 저질렀음에도 1심은 무죄를 내렸다. 이는 부당한 수사 무마가 정당화될 우려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1심 결과는 사실 오인 판결"이라고 강조하고 "양현석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제보 진술을 번복하는 건 위력 행사에 해당한다. 반드시 유죄 판결을 내려달라. 전혀 반성이 없으며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볼때 엄중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양현석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YG 매니저 출신 김모씨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양현석은 지난 2016년 8월 당시 YG 소속 그룹 아이콘 멤버였던 비아이가 마약을 구매해 흡입했다는 혐의와 관련, 공익제보자 한서희를 회유·협박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현석은 자신이 한서희를 불러 '(연예계에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거듭 부인해왔지만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해악 고지를 한 것이 명백하다"라며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보복 협박이나 강요죄로 처벌하려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공포심으로 의사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번복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러 사정을 종합하더라도 양현석 전 프로듀서의 발언이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충분한 증명이 되지 않았다"면서 양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사실관계 인정과 법리 해석을 잘못했다"라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측의 입장이 이번에도 팽팽한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윤상근 기자 |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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