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맛이 쏙 빠진 '데블스 플랜'에 단 하나의 쾌감이 등판했다. 그 주인공은 서동주다.

지난달 26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 플랜'(연출 정종연)은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플레이어로는 서동주, 하석진, 이시원, 박경림, 승관, 조연우, 이혜성, 서유민, 김동재, 기욤 패트리, 곽준빈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나뉜다.

변호사, 의사, 바둑 기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데블스 플랜'을 연출한 정종연 PD는 전작들인 '여고추리반', '대탈출', '더 지니어스' 등 두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마니아, 골수팬을 양산했다. 이에 공개 전부터 신작인 '데블스 플랜'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움 가득한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각 라운드마다 치러야 하는 메인 매치의 룰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플레이어가 있거나 게임 자체를 즐기기보다 눈앞의 '생존'에만 급급한 나머지 자기 플레이를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연합에 의존한 채 개인 플레이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일부 플레이어들의 게임 태만은 결국 긴장감과 몰입도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행히도 몇몇 출연자는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서동주다. 대중에게는 코미디언 고(故) 서세원, 방송인 서정희의 딸로 더 친숙한 그는 '데블스 플랜'을 통해 자신의 특장점을 최고치로 끌어 올리는 반전 모습으로 매회 시청자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배우 이시원이 룰을 잘못 이해해 소중한 첫 기회를 날린 상금 매치 '기억의 조각'에서 서동주의 진가가 빛났다. '기억의 조각'은 단기 기억력이 중요한 게임으로, 1987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마틴 핸드포드가 만든 '월리를 찾아라'처럼 복잡한 그림 속 흩뿌려진 수많은 정보를 암기해야 한다.

서동주는 이 게임에서 첫 번째 문제부터 마지막 열 번째 문제까지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며 상금 5천만 원을 획득하는 기가 막힌 활약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시청자들 역시 서동주의 활약상을 명장면으로 꼽으며 침착하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정답을 맞히는 그의 모습에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의 미미한 활약, 다소 지지부진한 게임 진행 방식, 긴장감 없는 연합 등으로 혹평의 위기까지 맞았던 '데블스 플랜'에서 서동주의 이런 활약은 기분 좋은 반전을 그릴 기회까지 함께 안겼다.

지략도 능통하다. 거액의 상금을 걸고 펼쳐지는 게임들의 연속인 만큼 심리전은 물론이고 이성적인 판단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서동주는 자신과 궤도가 주축이 된 연합이 흘린 거짓 정보 때문에 김동재가 탈락했을 때에도 악어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가다듬고 혼란, 자기연민, 죄책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강철 멘털'을 입증했다.

준결승에만 무려 8인의 플레이어가 진출한 '데블스 플랜'은 단 두 개의 매치만 남겨뒀다. 방송 초반부터 한 배를 탄 듯 보였던 하석진과 이시원이 비밀의 열쇠를 손에 넣으며 새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시청자들 사이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서동주가 또 한번 뛰어난 활약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