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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과 나얼 목소리에 얹어질, 박주연의 가사[김노을의 선셋토크]

  • 김노을 기자
  • 2023-10-13
가수 성시경과 나얼의 감성적인 목소리에 작사가 박주연의 섬세한 가사가 수놓아진다.

성시경은 오는 19일 싱글 '잠시라도 우리'를 발매한다. 이번 신곡은 지난 2021년 5월 발표한 정규 8집 앨범 'ㅅ'(시옷) 이후 2년 5개월 만에 내놓는 것으로,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발라드 곡이 될 전망이다.

수많은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성시경이 오랜만에 컴백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반가운데, 그가 공개한 협업 라인업은 예비 청자들에게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독보적인 음색의 주인공 나얼 그리고, 그간 명곡들에 참여한 작사가 박주연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박주연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임창정의 '그때 또 다시',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 변진섭의 '숙녀에게', '너에게로 또 다시', 김정민의 '슬픈 언약식' 등 당대 히트곡들의 가사를 썼다.

박주연의 작사 신화는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에 의해 더욱 명확히 전해졌다. 지난 2021년 방송된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에서 임창정은 '그때 또 다시' 가사에 대해 "내가 쓴 가사보다 5만배 좋았다"고 밝혔다. 박주연이 직접 쓴 이 곡은 임창정에게 첫 대상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주영훈은 "대학교에서 작사 수업이 따로 있는데 '박주연'을 과목으로 만들었다. 박주연 가사 전체를 분석하지 않으면 작사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할 정도"라고 박주연이 작사가로서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강조했다.

후배들의 기억에 위대한 작사가로 남은 그의 힘은 서정적이고 섬세한 표현, 긴 서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문장, 청자가 노래를 듣고 마치 영화나 영상을 보듯 상상하게 하는 데 있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 보여주긴 싫었어'(입영열차 안에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그대 그늘에서 지친마음 아물게해 /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교복을 벗고 / 처음으로 만났던 너'(오래 전 그날) 등이 그 예다.

박주연은 당시 흔히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을 가사에 넣기도 했다. 지금이야 그런 방식이 신선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다가오지만 당대 가수들은 당혹감을 적잖이 느꼈다고. 변진섭은 자신의 곡 '숙녀에게'에 대해 "제목부터가 어려웠다. 가사를 보니까 '허면'이라는 단어가 있더라. 그땐 시조에 나오는 말처럼 들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대해 박주연은 "'이 가수는 이런 발음을 해도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그만이 쓸 수 있는 단어를 내가 처음으로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시경과 박주연도 인연이 깊은 사이다. 박주연은 성시경이 2003년 발표한 장규 3집의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외워두세요'를 작사했다. 성시경은 이 곡에 대해 "멜로디 없이 가사가 먼저 왔더라. 작곡가 김형석 형이 그 사라르 보고 울었다"고 회상했다.

20여 년 세월이 흘러 재회한 성시경과 박주연은 어떤 호흡을 그려낼까. 성시경의 깊이 있는 곡 표현력과 박주연의 울림 가득한 가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노을 기자 |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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