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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삶과 죽음의 경계..감독 조현철이 건넨 위로 [김나연의 사선]

  • 김나연 기자
  • 2023-10-13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 찬란한 사랑이기에 상실은 더 쓸쓸하게 다가온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조현철의 명확한 색깔, 이를 빛내는 배우 박혜수, 김시은의 연기가 눈부신 '너와 나'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배우 조현철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눈물을 흘릴 만큼 슬프고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며칠 전 다리를 다쳐 병원에 누워있는 친구 하은이 죽어버린 꿈, 세미는 이 꿈을 계기로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함께 수학여행을 떠나고 싶은 세미와 하은은 여러 방법을 강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꾸만 어긋나고, 서툰 애정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세미는 하은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이길 바라지만, 두 사람 사이의 벽이 있다고 느껴질 때 서러워진다. 하은을 향한 세미의 진심은 우정을 넘어선 사랑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상할 정도로 눈 부신 햇살과 그로 인해 흐릿해진 풍경으로 시작하는 '너와 나'는 세미와 하은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여느 여고생들의 대화를 훔쳐보는 듯한 생생한 장면이 이어지며 웃음이 터지다가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사랑'의 감정이 스크린에 피어나며 숨을 죽이게 된다.

영화는 10대 소녀들의 풋사랑이라는 큰 줄기에서 작고 큰 사랑의 가지들이 뻗어나간다. 그리고 영화는 현실인 듯 꿈 같은 흐릿한 경계를 담은 장면이 이어지며 자꾸만 이별을 조명한다. 교정에 죽어있던 참새를 시작으로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견의 죽음, 그리고 남아있는 이들을 비추며 사랑에서 상실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4월의 봄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려는 고등학생들, 그리고 안산역이라는 공간이라는 퍼즐이 맞춰지게 되면 우리는 곧바로 그 거대한 상실의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세미와 하은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다정한 뽀뽀를 나눌 때도 마냥 웃으며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두 사람이 맞이할 '내일'을 직감해버렸기 때문일 터다. 영화 막바지 흘러나오는 '사랑해'라는 메아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선 수많은 너와 나를 보듬어주는 듯하다. 특히 '너와 나'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 더욱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조현철 감독이 전하는 선명한 메시지이자 따뜻한 위로다.

또한 '너와 나'는 세미와 하은을 연기한 박혜수와 김시은이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두 사람이 연기한 여고생의 일상과 세심한 감정은 관객들을 스크린에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영화 '다음 소희'로 신인상을 휩쓸고 있는 김시은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우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영화계에서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배우"라던 조현철 감독의 칭찬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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