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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더 도어' 장항준 "'리바운드' 흥행 실패에 눈물, 연패 끊어야죠"[★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3-10-28
장항준 감독, 제작자 송은이가 영화 '오픈 더 도어'로 뭉쳤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간 두 사람이 새로운 '문'을 열었다.

25일 서울시 마포구 컨텐츠랩비보 사옥에서 영화 '오픈 더 도어'의 장항준 감독, 제작자 송은이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 사건 이후 7년, 비밀의 문을 열어버린 한 가족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기억의 밤', '리바운드' 등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대표 스토리텔러로 자리매김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으로, 송은이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날 장항준 감독은 "2년 전에 촬영을 마쳤는데 CG 작업이 오래 걸렸다. 극장의 위기라고 하는데 그 와중에 개봉하게 돼서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심장이 많이 조인다"고 웃었다.

실제 사건을 차용했다는 장항준 감독은 "교민 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가족들의 우호와 갈등,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이 폭발하는 사건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나리오를 쓰면서는 '문'에 집중했다. 우리가 살면서 몇천개의 문을 들락날락하지 않나. 손잡이를 열면 파멸로 갈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수많은 문 중에 어떤 문을 열어서 이 삶을 살게 됐는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교민 사회를 배경으로 한 데 대해서는 "사실 제작비 때문에 한국으로 무대를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교민사회의 특수성이 있다. 한국인들보다 더 보수적이기도 하고, 그분들이 교민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이 고난하고 힘들기 때문에 가족들끼리 끈끈한 유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다. 교민 사회와 가족들 간의 관계, 갈등,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족들의 분투, 그 안에서의 균열들을 그리는 게 교민 사회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송은이 씨를 졸라서 미국에 며칠 있다 왔다"고 밝혔다.

저예산 독립영화인 탓에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었을 터. 작품에 매료돼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는 송은이는 "비보에 영화에 잔뼈가 굵은 PD님들이 있다. 제작의 형태가 예능에서 영화가 됐다고 해서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제작비가 늘어나는 부분에 있어서는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했다. 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영화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 돈이 들어가야 한다면 그게 맞다는 생각이었다. 영화가 이렇게 하면 훨씬 더 잘 나올 것 같은데 굳이 예산을 줄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의 예산에서 최대의 퀄리티를 뽑아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장항준 감독은 "다른 데서 많이 아껴야 해서 노개런티로 참여하신 PD님들도 있다. 스태프나 배우들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주변 지인들로부터 커피차, 밥차를 많이 받았다. 지원을 많이 받아서 식대도 절감했고, 제작비를 가치 있게 썼던 작품"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오픈 더 도어'의 러닝타임은 71분으로, 단편보다는 길고, 장편치고는 다소 짧은 상황. 장항준 감독은 "현실적인 제작비 여건상 회차가 늘어나면 제작비가 늘어난다. 그런 점은 아쉬울 수 있지만, 처음 이야기의 뼈대를 잃지 않으면서 잘 조율했다"고 밝혔다.

송은이 또한 "콘텐츠의 밀도를 살리기 위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좋은데 조금 지루하다고 느끼게 하는 영화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짧지만, 밀도 있게 영화를 봤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영화는 71분이 맞는 것 같다"고 동조했다.

특히 장항준 감독은 제작자 송은이와 작업한 데 대해서는 "수많은 제작자와 일을 해봤지만, 가장 단신"이라고 농담하며 "가장 격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동료였다. 예를 들어서 세트를 지어야 한다고 하면 제작비 때문에 감독과 제작자 사이에 약간의 긴장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서는 감정이 상하는 과정도 있다. 근데 송은이 씨도 그렇고 회사 분위기 자체가 이유식 하는 초식동물들만 뽑아놓은 것 같을 정도로 유한 사람들이 많다. 서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배려하기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는 데 더 편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자들과 자존심 싸움, 서열 때문에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고, 송은이 또한 "감독님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잘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 장항준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도 했다. 송은이는 "예능에서 보는 장항준 감독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데 확실히 본업에 있어서는 진지한 모드가 되고, 목소리가 상당히 크더라. 컷을 우렁차고 단호하게 하신다. 오케이가 분명하다는 걸 알았다"라며 "'오픈 더 도어'는 인물들 간의 호흡과 대사를 주고받는 톤이 중요한데 거기에 대한 디렉팅도 디테일하더라. 배우들에게 온전히 맡기는 편이라기보다는 생각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배우들에게 연기적인 면을 디테일하게 요구하는 면을 보고 놀라웠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영화 '리바운드'로 관객들과 만난 장항준 감독은 '오픈 더 도어'를 개봉하게 됐다. '리바운드'는 누적 관객 수 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스포츠 경기도 연패를 끊어야 한다. 사실 제가 작가 시절부터 흥행을 못 한 작품이 거의 없다. '리바운드'도 저, 그리고 주변의 반응과는 다른 성적이 나와서 좀 울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제가 90년대부터 영화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였다. 지속적인 발전을 했고,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의 성과도 이룩했는데 최근에 한국 영화가 위축됐고, 극장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는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하는 사람들은 항상 배가 고팠다. 춘궁기가 있었고, 가난함, 배고픔의 대명사였던 것 같다. 진짜 영화가 좋아서 했던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서 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갈구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가 다섯 편 정도라고 알고 있다. 사실 충격적인 상황"이라며 "영화 산업에 있어서는 우리가 아시아의 중심이었는데 이런 위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픈 더 도어'의 개봉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힌 장항준 감독은 "대부분의 상업 영화들은 감정이나 메시지가 직관적인데 그런 환경 안에서 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석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제작자 송은이 또한 "영화 시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럴 때 오히려 더 좋은 이야기에 집중하고 웰메이드에 집중하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본질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영화가 흥행 공식을 따라갈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뚝심 있게, 또 만듦새가 좋게 잘 만든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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