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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욕이 부른 촌극인가..'마약 수사' GD 여유가 불편한 이유 [윤성열의 참각막]

  • 윤성열 기자
  • 2023-11-07
"(경찰 조사는) 웃다가 끝났어요. 장난이고요."

지난 6일 마약 투약 혐의로 자진 출석해 경찰 조사를 받은 가수 지드래곤의 표정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중의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다. 몰려온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임하면서도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거나 머리를 쓸어 넘기고 기지개를 펴는 등 줄곧 산만한 태도를 보였다. 농담까지 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간 얼굴을 가리거나 굳은 표정으로 경찰서를 드나들었던 여느 연예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마치 자신을 끌어들여 수사 실적으로 삼으려는 모양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지적하듯, 지드래곤은 조사가 끝난 후 SNS에 짧고 굵은 고사성어를 남겼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지드래곤은 "처음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여 올바르지 못한 일이 일시적으로 통용되거나 득세할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라고 부연했다. "마약을 투약한 적 없다"는 결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더불어 경찰의 잘못된 수사 방향과 자신을 향한 왜곡되고 편협한 일각의 시선을 비판하는 의미로도 읽힌다.

지드래곤은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4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상당히 성실하게 임했다. 혐의를 줄곧 부인해온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굳이 답변을 피할 필요가 없었다. '무리한 수사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무리라곤 생각 안 한다. 누군가의 진술에 의해 직업 특성상 할 일을 한 거다"고 경찰을 두둔하기도 했으나 "좋은 쪽으로 더 무리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른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은 더 이상 무리하지 마셨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당부를 남겼다.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지난달 25일 마약류 관리에 법률 위반 혐의로 지드래곤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식 수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내사 과정에서 어떤 유의미한 단서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월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드래곤을 특정했다.

하지만 경찰이 과잉 수사를 벌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드래곤은 "조사에서 경찰이 제시한 증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입건 이후 수사에 진척이 없다면, 경찰이 뚜렷한 증거 없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지드래곤은 마약 간이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가 남아있지만, 현재까진 반전은 없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마약사범에 대한 수사기관의 부실한 수사를 꼬집은 바 있다. 그는 "연예인 사건 터졌을 때는 분명히 상선(공급자)을 뒤져야 한다. 하정우 사건 때도 상선을 수사했어야 하는데 안 하니까 그 뒤로 터지는 거다. 마약 수사는 시작이 중요한게 아니라 마무리가 중요하다. 상선을 안 수사하고 적당히 자르면 또 독처럼 퍼진다"고 지적했다. 대마초 흡연 전과가 있는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도 "연예인이 10명이 걸리면 사적으로 있는 분은 1만 명이 걸려있다고 봐야 한다"며 "연예인은 잡지로 치면 겉표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연예계를 뒤흔든 '마약 스캔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퍼진 마약의 심각성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경찰의 마약 수사가 '화려한 겉표지'에 눈이 멀어 연예인만 들쑤시고 다니는 미봉책으로 끝나선 안 된다. 이번 지드래곤의 조사도 경찰의 과욕이 부른 촌극이 되질 않길 바란다.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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