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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데뷔 25주년, 신효범 언니·이창동 감독에 감사"[인터뷰①]

  • 한해선 기자
  • 2023-11-10

"스무살에 데뷔해서 어느덧 마흔여섯이 됐어요. 시간이 참 빨라요. 작업하면서 느낀 건데, 분에 넘치게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였구나 싶었어요. 제가 그나마 잘하는 노래를 주어진 대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많이 위로를 받았구나 싶었어요. 정말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가수 박기영이 데뷔 25주년을 맞아 지난달 18일 베스트 앨범 'Love You More'(러브 유 모어)를 발표했다. 1998년 1집 앨범 'One'으로 데뷔해 '시작', '마지막 사랑', '선물', '산책'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았고 변함없이 스펙트럼 넓은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가 지난 세월을 되돌아봤다. 이번 베스트 앨범의 테마는 '감사'. 그렇기에 첫 번째 트랙은 박기영이 가장 감사했던 존재 신효범의 '난 널 사랑해'가 됐다.

스타뉴스가 최근 박기영을 만나 25주년을 맞이한 소감부터 그의 흔들림 없는 음악적 신념에 대해 들었다.

박기영은 지난 8월 데뷔 25주년 기념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일렉트로닉 앨범 'Magictronica'(매직트로니카)를 발표한 바. '러브 유 모어'는 25주년 두 번째 프로젝트 앨범이다. 앨범에는 신효범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타이틀곡 '난 널 사랑해'를 비롯해 '사랑이 닿으면', '꽃잎', '안부', '거짓말' 등이 수록됐다. 박기영의 히트곡 '시작', '나비', '마지막 사랑', 'Butterfly'(버터플라이), 'Blue Sky'(블루 스카이), '산책'과 '상처 받지 마', '아네스의 노래', 'Long Long Ago'(롱 롱 어고), '그대 때문에', '빛'까지 16곡이 담겼다.

박기영은 지난 1998년 모던 록 스타일의 노래 '기억하고 있니?'로 데뷔했다. 그는 이후 빼어난 가창력을 무기로 알앤비 솔, 일렉트로닉,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박기영은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스무살에 데뷔해서 어느덧 마흔여섯이 됐다. 시간이 참 빠르다. 작업하면서 느낀 건데, 분에 넘치게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였구나 싶었다. 내가 그나마 잘하는 노래를 주어진 대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많이 위로를 받았구나 싶다. 누구에게나 삶이 고단한데 나도 그렇다. 아픔, 슬픔, 걱정, 고민 그런 게 노래할 때만큼은 완전히 잊혀진다. 제 음악을 듣고 기억해 주시는 분들도 추억이 있으실 테고 박기영의 '시작'을 들으면 학창시절이 떠오른다고도 하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있는 추억에서 위로를 받는단 얘길 들었다. 5년 전에 저에게 제 음악으로 수능 준비를 했다고 한 팬이 대학에 들어갔다 하고 누나 따라다닐 거라고 하더라. 내가 '취업 준비 잘 하라'고 했다. 엄마 따라서 콘서트를 보고 제 팬이 된 분도 있다"라고 팬과의 추억도 꺼냈다.

박기영은 "정말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남들보다 실력이 뛰어나거나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게 기본이고 재능까지 더해서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결과를 내는 거라 생각한다. 저는 저보다 더 실력 있고 재능 있고 열심히 하시는 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있고 현재 진행형인 걸 보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 제가 가진 걸 잘 관리하고 잘 연마해서 무대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음악이 많은 분들의 삶 속에 제 음악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앨범 제목을 '러브 유 모어'라고 했고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한 거다"라고 했다.

이번 앨범의 주요 테마는 무엇일까. 박기영은 "이번 앨범에서는 제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음악으로 돌려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공연도 생각했는데, 박기영의 '넬라 판타지아'를 내년 가을쯤에 낼 생각이다. 일렉트로 앨범까지 포함해서 단독 공연을 내년 연말에 하고 싶다"고 데뷔 25주년 활동의 계획도 밝혔다.

박기영의 팬들도 그와 함께 세월을 실감했다. 박기영은 "제 팬들도 20대에서 40대들이 됐다. 3040이 특히 많고 남성이 75% 정도 비율이다. 한참 일하고 육아에 치어있는 연령이고 사회에서 가장 바쁜 시기에 있는 거다. 그분들에게 내가 사랑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킬링보이스'를 했을 때도 팬분들이 '언니, 누나' 하면서 응원해 주더라"고 말했다.


1번 트랙으로 삽인한 신효범의 '난 널 사랑해' 리메이크곡은 이번 박기영 앨범의 주제를 관통한다. 박기영은 "신효범 언니와 역사가 있다. 언니가 저에게 사랑을 많이 준 선배다. 후배들을 어떻게 사랑하고 챙겨야 하는지 저에게 몸소 가르쳐주셨다. 엄마들은 임신, 출산 때 어떻게 해주는지에 따라 평생 기억에 남는데 언니가 나에게 참 잘해주셨다. 효범 언니는 나에게 각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효범 언니 노래를 리메이크한 가수가 (김)범수밖에 없더라. '불후의 명곡' 때 내가 언니 곡을 리메이크하겠다고 했는데 언니가 전설로 안 나오셔서 앨범으로 리메이크를 하게 됐다. 제 가수생활 25주년 동안 딱 떠오르는 사람이 효범 언니인데 언니 노래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 제목이 '난 널 사랑해'니까 그동안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히트곡 '시작', '나비', '마지막 사랑', '버터플라이', '산책', '선물', '블루스카이' 등을 선별하는 과정에 대해선 "히트곡으로 일단 다 뽑았다. 어떤 곡을 넣을까 말까 고민만 몇 달 했다. '빛'은 히트곡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어서 넣었다. 그 뒤로 어떤 걸 할까 하다가 25주년 박기영의 역사를 담아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박기영의 여러 히트곡 중 그가 가장 애착하는 곡은 무엇일까. 박기영은 "영화 '시'에서 착안한 '아네스의 노래'를 꼽고 싶다. 오늘의 박기영이 25주년을 맞을 수 있게 해준 곡이다. 이창동 감독님 덕분에 정말 큰 위로를 받았는데, '박기영 씨는 음악으로 사람을 위로해 주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면서 '앞으로도 음악을 해달라'고 했다. 2010년에 저를 살린 한 마디가 아닐까 싶다"고 털어놨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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