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은이 자신의 대표작 '파리의 연인'을 되돌아보며 민폐 여주인공이 되는 게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김정은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 이경식, 이하 '강남순')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대대힘힘' 코믹범죄맞짱극. 2017년 방영된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K-여성 히어로물'로 '힘쎈' 시리즈가 6년 만에 세계관을 확장해 돌아왔다.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마인' 등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와 '술꾼도시여자들'을 연출한 김정식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강남순'은 마약 범죄를 꼬집는 메시지를 유쾌한 히어로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9% 이상의 높은 시청률과 넷플릭스 8개국(한국,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등) 시청 순위 1위를 기록, 26일 종영한다. 김정은은 극중 정의감에 불타는 강남 현금 재벌 황금주 역을 맡아 딸 강남순(이유미 분), 엄마 길중간(김해숙 분)과 '괴력 3대 모녀'로 활약했다.
-'강남순'을 선택할 때 여성 서사인 점이 좋았다고 했다. 여성 서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는지.
▶저는 사실 '파리의 연인' 때만 해도 연기 전공도 안 했고 현장에서 연기를 배운 사람이다. 이후에 여러 가지 갈증을 느꼈고 소모되는 느낌이 들어서 대학원도 갔다. '파리의 연인' 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지나고 보면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서 선택되는 여자를 그린 것이었더라. 당시엔 그게 귀여움 받는 존재였고 거부하고 싶진 않은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문제해결에 있어서 여자 캐릭터가 민폐가 되는 게 안타까웠다. 여자 캐릭터가 이 정도밖에 못 쓰이나 생각하면서 안타까웠다. 모든 여성이 황금주처럼 해결한다고 최고는 아니지만, '강남순'은 누구의 곁에서 곁다리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성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게 좋았다. 여자들의 서사는 미묘하고 깊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또 목이 말랐던 부분 중에 하나가 '정의로움'이었다. 저는 단 한번도 정의롭지 않았던 인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느 순간 '대체 누굴 위한 정의야?'란 생각이 들더라. 아무리 정의롭더라도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정의롭지 않은 것 같았다. 나만의 만족을 위해 정의로움을 입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있었다. 황금주가 옛날 방식으로 정의로우려면 돈으로 해결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저는 돈지X 하는 걸 좋아합니다'라는 게 바뀐 정의인 거다. 돈으로 해결하는 게 속물이라고들 할 때도 있지만 황금주만의 '거친 정의'를 통해 모두가 행복해진 것 같다.
-멜로는 여전히 계속하고 싶지 않냐.
▶'강남순'에서 헤어진 전 남편과의 묘한 관계와 사랑도 색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황금주는 남순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강봉고(이승준 분)와 이혼을 한 건데, 강봉고와 둘이 그렇게 싫어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웃음) 김해숙 선생님처럼 노년의 사랑도 있는데 여러 종류의 얘기가 흥미롭다.
-'강남순'을 촬영하며 감독님에게 자신의 연기에 대해 '꼰대 같아요?'라고 자꾸 체크했다고 하는 걸 보니, 스스로 '꼰대'가 되길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변화의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밖에서 보는 시야를 갖게 됐다. 결혼하고 홍콩에도 많이 가고 하면서 이 안에 없어서 대본을 접할 기회가 없기도 했다. 사람들은 제가 홍콩에 이민간 줄 알던데 그게 아니다. 20대 때에 치열하게 살았지만 너무 좋은 드라마를 보면 피가 끓는다. 심장이 쳐지는 게 정말 아니고, 그러면서 되게 소중한 기분도 드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도 들고. 오래 연기한 사람은 힘을 빼고 연기하는 게 어렵다. 옛날엔 카메라가 있으면 맡은 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있었다. 이번 작품도 대사를 하고서 점점 호흡이 느려지더라. 감독님이 호흡 조절을 얘기한 대로 연기했더니 이게 맞았다.
이번에 인터뷰 사진을 고를 때도 제가 안 고르려 하고 작가님에게 골라달라고 했다. 올드한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클리셰 투성이가 되면 안 되겠다. 이런 게 재미있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제가 졸업한 학교에서 후배님이 인터뷰 요청을 오셔서 '배우가 되려면 어떤 덕목을 가져야 하나요?'라고 물었는데, 제가 '지금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MZ세대가 행동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접근하는 게 캐릭터에 접근하는 첫걸음이 되는 것 같다. 우리 때는 뭔가를 간직하고 싶어했는데 요즘 친구들이 스냅챗으로 사진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는 게 아직 궁금한 부분이다.(웃음)
-김정은 배우의 대표작인 '파리의 연인' 결말(앞선 회차의 모든 사건과 로맨스가 허구였고 김정은이 쓴 시나리오였다는 내용)은 지금 생각해도 워낙 강렬했는데, 레트로 붐과 함께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대학교 레포트로 '파리의 연인 결말에 대한 고찰'을 쓰려다가 완성시키지 못했다.(웃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사랑했고 다들 몰입하지 않았냐. 그걸 실망시킨 것에 대해선 머리숙여 사과하고 싶다. 저희가 사과하는 게 맞다고 본다. 김은숙 작가님에게 나중에 한번 물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힘이 세서 괴력이 있는 역을 맡으니 내가 진짜 힘이 세진 것 같았다. 가끔 어려운 상황을 보거나 사고가 난 걸 보면 '내가 힘이 세면 저기 뛰어 들어가서 돕고 싶다'고 생각하며 울컥해지더라. 이런 얘기를 좋아해 주시는 이유는 각자 사는 게 팍팍해서일 거라고도 생각한다. 약자, 엄마들이 보면서 저와 함께 많이 공감한 것 같다. 마음 아픈 얘기지만 주말 밤에 보시면서 위로받으셨으리라 생각한다. 저 또한 위로받았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웃으시면서 위로 받았던 드라마라고 하니 저도 성장한 것 같다. 정말 기뻐서 어떻게 갚아야 하지 싶고 정말 감사하다. 마지막엔 제가 보장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연말도 됐으니 다들 정의롭게 부자들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