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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女서사 '강남순' 좋았다..'現 마약 이슈' 생방으로 찍냐고"[인터뷰①]

  • 한해선 기자
  • 2023-11-21

배우 김정은이 '강남순'의 여성 서사가 좋아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 이경식, 이하 '강남순') 종영 기념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대대힘힘' 코믹범죄맞짱극. 2017년 방영된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K-여성 히어로물'로 '힘쎈' 시리즈가 6년 만에 세계관을 확장해 돌아왔다.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마인' 등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와 '술꾼도시여자들'을 연출한 김정식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강남순'은 마약 범죄를 꼬집는 메시지를 유쾌한 히어로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9% 이상의 높은 시청률과 넷플릭스 8개국(한국,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등) 시청 순위 1위를 기록, 26일 종영한다. 김정은은 극중 정의감에 불타는 강남 현금 재벌 황금주 역을 맡아 딸 강남순(이유미 분), 엄마 길중간(김해숙 분)과 '괴력 3대 모녀'로 활약했다.


-'강남순'이 흥행해서 기분이 좋을 듯하다.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너무 기쁘다. 저도 한때 굉장히 바쁘게 연기를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때는 이런 걸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찍자마자 바로 생방으로 내보내는 경우도 많았고 방송을 모니터링하기 힘든 나날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여유롭게 모니터링하면서 많은 피드백도 받는다. 드라마가 릴리즈 되기 전에 걱정도 많이 했는데 좋은 얘길 많이 해주셔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제도 인터뷰할 생각에 잠이 잘 안 왔다.(웃음)

-'강남순'이 사전 제작이었는데 완성본을 보니 느낌이 어땠나.

▶예전과 비교해 보면 스태프분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엔 한 작품당 한 번씩 여배우가 잠을 못 자서 병원 응급실에 가는 경우도 많았고 그만큼 힘들었다. 지금은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 4개월 동안 '강남순'을 찍으면서 텀이 있으니 자꾸 '황금주'에서 '김정은'으로 돌아오더라. 유일하게 생각한 방법이 편집실에 가는 것이었다. 항상 빵 사가지고 편집실에 놀러갔다. '강남순'이 여름에 방송되려다가 가을에 방송이 미뤄지면서 황금주가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방송을 다시 보면서 내가 어떻게 저걸 했지 싶었다.

-김정은의 오랜만의 작품에 시청자들이 반가워했다.

▶이젠 현장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제가 할 수 있는 코미디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저도 어렸을 땐 사람들이 '그게 너의 특징이야'라고 하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걸 왜 칭찬으로, 무기로 생각하지 못했나 싶고 편협했는데, 그게 소중하고 얼마나 엄청난 장점이었는지 이제 깨달았다. '강남순'은 코미디에 건강한 얘기가 좋았다. 작년에 코미디 작품이 잘 없었던 것 같은데 '강남순'은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들이 제가 '로코' 유전자를 가진줄 알지만, 저는 그 수위를 조절하기 어렵다. 김정식 감독님이 코미디를 잘하셔서 캐릭터를 계속 끌고 갈 수 있었다. 제가 날것의 디렉션을 주고 받길 원하기도 했는데 '저 올드해요?', '이상해요?', '꼰대 같아요?'라고 물어보면서 대놓고 피드백 해달라고 했다. 코믹신을 찍으면서는 액션신을 찍는 것 같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청자 반응은?

▶'정말 미친 가족 같다'란 반응도 있었다. 제가 뿌듯했던 건, 사실 황금주는 전 남편이 '투 머치'라고 할 정도로 늘 과하고 의상도 과했다. 지금까지 저는 러블리하고 백마탄 왕자에 의해서 구해지고 도움 받는 캐릭터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저도 나이가 있는데 '캔디'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이번에 '세다', '임팩트 있다'란 반응을 보고 감사한 찬사라고 생각했다. '섹시하다'란 반응도 좋았다. 이제 귀여운 건 절대 안 할 거다.(웃음) 제가 연기한 게 20년이 넘는데 '파리의 연인', '캔디형'처럼 제 고착된 이미지가 있지 않냐. 그게 바뀌어서 행복하고 뿌듯하다. 오토바이를 탈 때도 진심으로 공을 많이 들였다.


-실제 본인의 모습에 예전 캐릭터들보다 황금주 역이 더 가까운 건가.

▶저에게도 황금주가 있고 황금주가 저에겐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강남순'의 세계관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황금주는 돈이 엄청 많은 걸 넘어서 삐끗하는 부분도 있고 속물근성이 있는 부분이 있다. 가부장적인 면도 공존하는 게 현시대를 반영하는 재미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되게 센데 마음 깊은 곳에선 아이들을 사랑하고 머리가 좋지 않은데 돈, 숫자를 중요시하는 게 재미있다. 제 취향인 것 같다. 제가 마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를 좋아하는데 삐끗하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황금주를 연기하면서도 넘 재미있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남순이를 찾을 때 굉장히 절절하게 했는데 5살 때 잃어버린 딸을 22살에 만나는 건데 또 코미디로 금방 바뀐다. 그게 쉽진 않은 감정선이지만 그걸 찍고 작가님에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백미경 작가가 주문한 황금주의 모습은?

▶작가님도 멋쟁이라 '정은 씨는 머리 웨이브를 크게 하고 염색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줬다. 작가님은 제가 수트 입은 착장을 되게 좋아해 주셨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백 작가님의 여성 서사를 제가 좋아했다. 많은 작품들이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그리지만 백 작가님은 여자들끼리 도와주는 얘기, 다양한 여자 군상을 그린다. 힘 센 여자, 3모녀의 이야기란 걸 보고 바로 대본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남순이가 비행기를 세우는 걸 보고 '이게 될까?'라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3부를 보고 마음에 확신이 섰고 '내가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아'란 생각이 들었다. 금주와 남순의 10여년 만의 상봉이 이 드라마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며 금주가 부러웠던 지점이 있을까.

▶'힘센 여자'란 게 엄청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약자로 보이지 않냐. 금주는 돈으로 플렉스 하는 걸 보여줬다. 사회가 각박하고 삶이 어려우니 '돈이 좋구나'란 걸 생각하면 웃다가도 씁쓸해지긴 한다. 제가 황금주를 높이 사는 부분은 '대인배'란 것이다. 가짜 딸이 남순이를 괴롭히고 속이는데 제 마음에 분노가 담기더라. 하지만 대인배로서 분노를 티 내지 않기가 쉽지 않았다. 황금주는 '어나더레벨'의 대인배다. 남순의 생사를 모름에도 황금주가 딸이 어딘가에 살고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도 귀하게 대하는 것도 배울 점이 있었다. 제 삶에서도 도움이 되는 얘기였다. 사람들이 '관리 잘하셨다'고 해주셨는데 황금주 덕에 열심히 운동하기도 했다.

-화려한 의상을 많이 입었다. 기억에 남는 의상은?

▶가죽 의상을 입을 땐 많이 외로웠고, 그 수트를 입을 땐 어디 하나 의지할 곳이 없었다.(웃음) 군살을 요만큼도 용납하지 않았다. 보통 '배우들이 입금되면 다 한다'라고 하던데 이 옷은 현장에 발을 내딛기도 힘들더라. 제가 한번은 디스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척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병원에서 코브라 동작을 시키길래 요가 동작과 허리운동을 열심히 했다. 제가 유산소를 별로 안 좋아한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때 너무 많이 운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구나' 싶었고 정말 라인이 좋아졌다.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면 라인을 유지할 수 있더라. 수트 입는 신과 더불어 크롭티를 입는 신도 있어서 많이 못 먹었다.

-'강남순'이 마약 범죄 소재를 다뤘는데, 최근 사회에서 벌어진 마약 이슈와도 시기적으로 겹쳐서 주목받았다.

▶2022년 9월에 '강남순' 촬영을 시작했고 그 전에 기획이 됐다.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딸을 찾는 과정과 함께 '마약 퇴치'를 다루길래 공부를 하게 됐다. 대본에 '펜타닐'이란 단어도 나오고 해서 유튜브에도 찾아봤는데 미국에선 이게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구나 싶었다. 마약을 접하기 쉽다는 것 또한 되게 놀랐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땐 '세상을 구하자'라고 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고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 요새 뉴스를 접하면서 이게 정말 심각한 일이고 쉬운 얘기만은 아니구나,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다. 어떤 분들은 '시대를 반영하면서 생방송으로 찍고 있지?'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것 같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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