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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비판 NO"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세 거장의 완벽 캐치볼 [종합]

  • CGV용산=김나연 기자
  • 2023-11-22
세 거장의 완벽한 캐치볼이다. 연출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의 사카모토 유지, 음악의 故 사카모토 류이치가 뭉쳐 영화 '괴물'을 완성했다. 세계적인 명장들의 색다른 시선과 완벽한 작업들을 통해 스크린에 펼쳐진 '괴물'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22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영화 상영 이후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브로커'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왔다. 그런 그가 선보이는 신작 '괴물' 또한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완성해 냈고, 그 결과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처음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사카모토 유지 씨가 긴 플롯을 보여줬고, 그게 5년도 더 됐다. 그때 플롯을 읽는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감정이 들었고, 또 저도 모르게 누가 나쁜지, 괴물은 누구인지 찾고 있더라"라며 "근데 나중에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진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고, 난 절대 쓸 수 없는 플롯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느꼈던 긴장감, 괴물을 찾아 나가는 과정 등을 관객도 비슷하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괴물'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데뷔작인 '환상의 빛' 이후로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각본을 처음 연출하는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지만 긴장감이 유지되는 스토리라인에 반했고, 이 영화에는 내가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플롯과 각본을 읽었을 때 3장으로 이뤄진 구성인데 3장에 이르러서야 아이들의 세계가 나온다. '이걸 나한테 맡기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안을 받아서 한 거긴 하지만 비유하자면 누군가를 던진 공을 잘 받아서 던져줘야 했다"며 "모든 면에서 답이 명확한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3년간 캐치볼을 하듯이 디테일하게 조정했고, 공동 작업을 하긴 했는데 마침 코로나19 중에 제작이 스톱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함께 만들어 나갔다"며 "제가 각본을 쓸 때는 일상 묘사를 쌓아가다가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토리가 나중에 형성된다. 그런데 사카모토 유지 작가는 플롯 안에서 스토리텔링이 뛰어났다. 그 스토리텔링 자체가 일부러 사람들을 착각하게 하는 거다. 때로는 학교가 나쁜지, 엄마가 나쁜지, 관객의 생각을 갖고 노는 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관객을 괴롭히는 작가라고 얘기했다. 괴롭힌다는 것의 의미는 뛰어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괴물'은 故 사카모토 류이치가 영화 음악에 참여한 마지막 작품이기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선생님께서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주신 곡도 있고, 기존의 곡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두 소년을 축복하는 듯이 '아쿠아'라는 곡이 흘러나온다. 선생님께 제안하고 오케이를 받기 전에 이 곡을 넣어서 편집했을 정도로 잘 어우러졌다"며 "선생님이 유작이 이 작품이 됐다는 것은 안타깝다. 전 세계 음악계, 영화계의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감독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닿게 될 것이다. 그분의 작업에 내 영화가 조금이라도 관여된 것이 큰 긍지다"라고 밝혔다.

특히 '괴물'의 주역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는 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속 아역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었으며, 압도적으로 뛰어난 연기력으로 선택된 만큼 작품 속에서 초등학생 '미나토'와 '요리'로 각각 분해 완벽한 열연을 펼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아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은 '아무도 모른다'와는 전혀 달랐다.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입으로 전달하면서 즉흥적으로 연기를 하게 했다. 순간순간 그 장소에 그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며 "이번 영화에서는 굉장히 복잡하고, 단순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디션 단계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대본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뽑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연하지만, 오디션 과정에 두 명의 소년이 가장 뛰어났다. 두 사람 모두 대본이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대본을 미리 주고, 리딩하고, 리허설을 했다"며 "또 성교육 공부를 포함해 LGBTQ(성소수자) 관련 선생님을 모셔 아역 배우, 스태프가 모여서 교육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당연히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아역배우들의 연기를 만들어갔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접근법은 좋았다고 생각하고, 다행히 아이들의 좋은 연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일단 일본 사회에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고, 가족, 사랑, 부부의 형태에 대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면에 있어서는 좁게 정의한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제도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일반적이라든지,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이 억압적으로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 그 누구도 가해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엔딩에 대해서는 "여러 버전의 결말이 있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은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할 수 있고,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최고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야기의 결말이 무엇을 향해가는지보다는 무엇이 긍정적이고,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인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한편 '괴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CGV용산=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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