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이를 연기한 건 저에게 천운이에요."

배우 이유미가 '강남순'으로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또 하나의 글로벌 히트작을 냈고 이번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 이경식, 이하 '강남순')으로 3연타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강남순'은 이유미의 드라마 주연으로서의 성공작으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은 이유미가 '오징어 게임'으로 일약 스타가 된 배우라고 알 테지만, 사실 이유미는 2009년 중학교 3학년 때 CF 출연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아역 출신이다. 이유미는 '태희혜교지현이', '신의 퀴즈3', '야경꾼 일지', '으라차차 와이키키', '보이스2', '의사요한' 등 드라마와 '황해', '배우는 배우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패션왕',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등 영화까지 상당수의 작품을 해온 15년 차 배우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대대힘힘' 코믹범죄맞짱극. 2017년 방영된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K-여성 히어로물'로 '힘쎈' 시리즈가 6년 만에 세계관을 확장해 돌아왔다.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마인' 등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와 '술꾼도시여자들'을 연출한 김정식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강남순'은 마약 범죄를 꼬집는 메시지를 유쾌한 히어로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10.4%의 최고 시청률과 넷플릭스 8개국(한국, 볼리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등) 시청 순위 1위를 기록, 26일 종영했다.

이유미는 극중 할머니 길중간(김해숙 분)과 엄마 황금주(김정은 분)의 모계 유전으로 태어날 때부터 괴력을 소유한 '긍정 파워' 강남순 역을 맡았다. 도봉순(박보영 분)의 사촌인 강남순은 어린시절 가족을 잃어버리고 몽골의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가 항금주, 길중간과 극적으로 상봉하고 마약 퇴치 등 정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강남순은 경찰 강희식(옹성우 분)과 '마약 빌런' 류시오(변우석 분)를 퇴치하며 러브라인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남순' 종영 소감은?

▶어제 마지막 방송을 봤는데 9개월 동안 찍은 작품이 끝나니 너무 아쉽고 더 보고 싶더라. 아직까진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다.

-'강남순'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주변에서 받은 반응은?

▶진짜 힘이 세냐고도 물어보셨다. 제 기준에선 제가 진짜 힘이 센 편이다. 무거운 것도 잘 들고. 어느 정도 남순이와 비슷하게 생각했다. 장을 보면 무거운 걸 꽉 채워서 양 손으로 든다. 생수 1.5L짜리 세 통은 든다. 나름 힘이 세다.

-전작 '도봉순'의 인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전작이 있다고 해서 부담도 됐고 누가 되지 않게 노력을 많이 했고 긴장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걸 원동력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강남순이 반말을 하면서 어떻게 더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스런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강남순이 아기처럼 표현됐다고 생각하진 않는지?

▶감독님 딸이 있는데 반말을 한다더라. 근데 한 번도 미워보인 적은 없다고 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에서 나온 친구처럼 보이고 싶어했다.

-드라마에서 와이어 액션신이 많았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과정은 어떻게 됐나.

▶아예 무섭진 않았지만 제가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음을 내려놓고 했다.

-첫 드라마 주연이었다. 캐릭터에 어느 정도 만족했나. 점수를 줘본다면?

▶점수 매기는 걸 진짜 못하는데 앞으로의 남순이는 저뿐인 거지 않냐. 좋은 점수 주고 이 캐릭터를 제껄로 하고 싶어서 100점으로 하고 싶다.

-결말은 어떻게 봤나.

▶남순이의 성장도 보이고 엄마, 할머니의 성장이 다 보여서 그걸 보면서 뿌듯했다. 같이 성장한 느낌도 들고 애틋하기도 했다.


-김정은과 모녀 호흡은 어땠나. 대선배와의 만남인데.

▶정은 선배님이 엄마처럼 정말 잘 챙겨주셨다. 연락도 자주 해주시고. 현장에서 저도 모르고 계속 '엄마 엄마' 하면서 따라다녔고 편안하게 지냈다. 선배의 모습이 아니라 가족처럼 촬영했다. TV에서 '와 와' 하면서 봤던 배우인 선배를 만나서 제가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긴장도 되면서 감동적이더라. 너무 좋은 선배님이었고 저는 행복에 겨워서 했다. '한반도'란 작품에 제가 아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서 정은 선배와 인연이 있다. '강남순'을 하면서 정은 선배님께 얘기했더니 신기해 하시더라.

-OTT '오징어 게임'을 넘어 TV로도 흥행을 입증하는 배우가 됐다.

▶TV에서 저를 많이들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최근에 부산에 촬영을 갔는데 연령층이 다양한 분들이 '남순아 남순아' 하면서 불러주시더라. 그때 많은 사람들이 '강남순'을 보고 있고 나에 대해 알아봐 주시는구나 실감했다.

-강남순 캐릭터에 자신의 사랑스러움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나.

▶남순이가 저보다 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 저는 그냥 밝은 것 같고 남순이는 더 맑은 친구인 것 같다. 저에게 있는 100%를 남순이를 연기하며 150%를 연기하며 끌어올린 것 같다.

-'강남순'이 넷플릭스 인기를 얻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등 글로벌 히트작을 계속 내놓는 비결이 무엇일까.

▶비결이요?(웃음)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세 작품을 공통점으로 찾아보면 장르가 명확했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좀비, 초능력적인 힘 등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 흥행 포인트였던 것 같다.

-옹성우와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계속 장난쳤다.(웃음) 둘 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장난 치면서 많이 친해졌다. 옹성우 씨는 공부를 많이 하고 착실한 배우였다. 어떤 신이 있으면 감독님과 많이 얘기하고 어떤 부분에서 저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연기에 진지한 친구였다. 본방 보면서 성우의 멋있는 모습이 나오면 카톡으로 캡쳐해서 보내줬다. 카톡으로 장난 많이 쳤다.(웃음)

-옹성우와 키스신은 어땠나.

▶어떻게 할지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하니까 민망한 것은 없었다. 하나 하나 찍으면서 마무리를 하는 촬영이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마약 범죄, 사기꾼 얘기 등 '강남순'이 현재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더욱 주목 받았다.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게 시기적으로 잘 맞을 수 있었지? 생각했고 시기적으로 맞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딥한 소재가 아니라 좀 더 가볍고 사이다 같은 이야기로 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드라마가 된 것 같았다.

-옹성우와 변우석 사이에서 로맨스를 보여줬다.

▶남순이는 어느 캐릭터와 붙어도 로맨스가 잘 보인 것 같다. 희식이와 시오는 다르지 않냐. 한 명이 둘 다와 잘 어울려서 그런 소릴 들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남순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전 둘 다 좋다.

-'남순♥시오'를 응원하는 반응이 있었다.

▶시오도 매력이 있었다. 시오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겠구나 싶었다.

-연기가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

▶자신감은 있었다. '언젠간 그래도 될 거야'란 생각이 저를 많이 잡아준 것 같다.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이걸 계속 하고 있는 것이 감사했다. 힘든 생각이 들어도 찰나였고 연기가 재미있어서 돌아왔고 더 욕심났다.

-이유미의 롤모델은?

▶저는 사실 롤모델이 정말 정말 수시로 바뀌고 정말 많다. 그래서 롤모델을 지정하지 못했다. '강남순'을 하면서 정은 선배님과 해숙 선배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정은 선배님이 사람을 정말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을 더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숙 선배님은 오랫동안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하나하나 말씀이나 행동이 너무 사랑스런 부분이 많아서 저에게 또 롤모델이 됐다. 저에겐 수만명의 롤모델이 있었다.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과 '강남순' 중 어느 인물로 더 알아보는 것 같나.

▶예전엔 '오징어 게임'으로 많이 알아봐 주셨는데 요즘엔 '강남순'으로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 김밥을 사러 가더라도 남순이라고 알아봐 주셨다. '남순아 남순아'라고 불러주시는 게 저에게 새롭더라. 남순이를 연기한 건 저에게 천운이었다고 생각했다.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또 하나의 끌리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아직 제가 못해본 게 많아서 궁금하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도 했는지.

▶해외에 놀러가고 싶어서 공부를 하지만 쉽게 늘지도 않더라.(웃음) 할 수 있으면 저에게 나쁠 건 없으니 다양한 문화를 습득할 기회가 생기면 도전해보고 싶다. 도전은 늘 재미있지 않냐.

-'강남순'은 여성 서사 중심의 극이었다. 재미있게 생각한 포인트는?

▶다른 의미로 설렜던 것 같다. 남자에게 고백받는 것에서 설렘을 느껴왔다면 이번 작품에선 여자가 직진하고 사랑 고백을 한다. 그 부분에서 너무 설레더라. 해숙 선배님이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설레서 여자들이 더 당차보이는 느낌 또한 누군가에게 설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정은이 나오미 캠벨로부터 언급될 정도로 '강남순'이 글로벌 인기를 얻었다.

▶그걸 보고 나도 신기했다. 다른 의미로 나에게 '강남순'은 글로벌로 사랑 받은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배우들이 사랑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강남순을 연기하며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주변에서 더 밝아졌다고 말하더라. 남순의 긍정적인 모습이 저에게 들어와서 주변에서 말할 정도로 바뀐 게 느꼈다. 남순이를 연기해 보니 앞으로 못할 연기가 없겠더라. 이렇게 밝고 맑은 캐릭터를 연기하니 다른 것에도 용기를 내도 되겠단 생각을 했다.

-드라마 본 가족의 반응은?

▶저희 엄마는 '유미야 네가 너무 밝고 사랑스럽게 나와서 뿌듯하다'라고 했고 아빠도 매번 챙겨본다고 했다.


-요즘 입지가 오른 게 느껴지나.

▶사인하는 일이 많아졌다. 집에서 사인이 계속 부족하다고 하더라. 엄마 주변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는데 그게 변화인 것 같다. 엄마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딸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

-예전에 배달 일을 해본 적이 있더라.

▶그래서 무거운 걸 드는 게 힘들진 않았다. 창고 신을 보면서 '여기서도 일해도 재미있었겠다' 생각했다.

-배우로서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해온 것 같나.

▶독립영화를 했을 때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징어 게임'으로 저를 안 분들은 '쟤 누구야?'라고 했겠지만 저는 한번도 연기를 쉰 적이 없다. 그래서 저는 차근차근 올라온 것 같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유미만의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이란? 멘탈 관리 어떻게 하려고 하나.

▶멘탈 잡는 방법 중 하나는 저의 성격인 것 같은데 되게 쉽게 까먹는다.(웃음) 어떤 기분이 들었을 때 '이런 생각 하지 말아야지'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더라. 감정이 들었을 때 억지로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나아져있더라. 그게 어떻게 보면 제가 오랫동안 연기를 재미있게 생각한 비결이 된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오징어 게임 챌린지'가 공개됐다. '오징어 게임' 때가 다시 생각나나.

▶신기했다. 실제로 일반인들이 그 게임에 참가한 걸 버라이어티로 보면서 저 안에 지영이, 새벽이가 있을 것 같고 그런 사람을 찾게 되더라. 마음이 콩닥콩닥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응원하면 바로 떨어지기도 했다. 쫄깃하게 봤다.

-이유미의 요즘 관심사는?

▶요즘 쉴 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뭔가 시켜먹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요리를 안 해먹다가 요즘 쉴 때 다시 밥을 해먹어보려고 하기 시작했다.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했지만 다시 시작해보니 재미있더라. 고추전도 만들어 봤는데, 최근에 전주에서 촬영하면서 레시피를 공수해서 집에서 만들어봤다.



-'강남순'은 자신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장 컸던 드라마라고 생각할 것 같다. 이 에너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뿌듯할 것 같다.

-시즌3에 옹성우와 깜짝 출연도 기대하는지.

▶시즌3가 만약 나올 수 있다면 신나게 가서 연기하겠다. 불러주시면 감사하겠다. 멋있는 경찰이 돼서 범인을 잡으러 다니고 싶다. 희식이와 같이 부부 경찰로서 상도 많이 받고 강남을 지키는 대표적인 경찰로 나오면 좋겠다.

-차기작은?

▶'Mr. 플랑크톤'란 넷플릭스 차기작을 찍고 있다. 지금의 강남순과는 달리 사랑에 대한 깊은 얘기를 할 거다. 또 다른 매력의 모습을 보여줄 거고, '재미'란 친구인데 이름대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유미의 연말 계획은?

▶연말에 쉰다면 집에 가서 사인을 해야겠다. 퀵으로도 보내드리고. 숙면도 취해야겠다. 연초에 '연말까지 일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연말까지 일해서 꿈을 이뤘다.

-내년 계획은?

▶내년에도 좋은 작품을 만나서 행복하게 일을 하고 싶다. 저의 지속적인 목표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

▶맛집 있으면 놀러가고 친구랑 만나고. 가끔 사진 찍어달라 하시면 찍고. 감사한 일이지 크게 불편하진 않다. 문화생활도 잘 즐기고 영화도 잘 보면서 밖에서 하고 싶은대로 잘 하고 지낸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