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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칭찬하다 "너 싫어" 한숨..주호민子 특수교사의 딜레마[★현장스케치]

  • 수원지방법원=윤상근 기자
  • 2023-11-27

제3자의 입장에서 들었던 주호민 아들과 특수교사 A씨 간 대화는 특히나 섬세하고 조심하게 다뤄야 할 발달장애 아동 교육이 가진 딜레마와 고충이 얼마나 힘든 건지를 알수 있는 내용이었다. 학부모의 분노도, 교사들의 탄원서도 모두 이해가 갈수밖에 없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은 27일로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혐의 4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번 공판에서는 주호민 아들이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증거로 확보하기 위해 수집했던 당시 상황이 담긴 150분에 달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재판부는 이날 "일단 원본파일 재생을 하되 사안에 따라서 다른 파일 등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 등교 때부터 하교까지 2시간 30분 가량 녹음됐으며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전체 공개를 밝혔는데 피고인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답변을 첨언했다"라며 "검찰은 녹음파일 비공개를 주장한다"라고 밝혔다. 이후 재판부의 질문에 A씨는 녹음파일 공개 여부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잇지 못하다 결국 공개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직후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는 주호민 아들과 A씨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 내용에서 ■A씨가 수업 준비를 거쳐 차분하게 무언가를 아이에게 설명했고,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듯 "말을 제대로 해. 어떻게 됐어? 뭐가 그렇게야. 말을 해야지. 어떻게 됐어? 뭐? 뭘 보는 거야 그런데?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고 다소 짜증을 내는 듯한 말을 하고, ■A씨는 이후 아이가 집중하지 않는 듯하자 "뭐하고 있어?"라는 말로 다소 언성이 높아지며 "끝까지 다 쓰라고 했잖아", "다시 읽어", "아까 그렇게 읽었어?" "왜 안 읽어?"라며 다시 짜증을 내고 순간 아이와 부딪히는 상황이 큰 소리로 잠깐 들리고 나서 "너 왜 여기에만 있는 줄 알아? 학교에 와서? 너 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왜 이러고 있어 너? 학교에 왔는데 친구들 얼굴 왜 못봐? 친구들하고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가 너. 읽으라고"라고 말하고 앞서 바지를 내린 사건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 A씨가 '버릇이 너무 고약하다'는 문구를 보면서 "너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아이를 지목하는 듯한 말을 하고, "아휴 싫어. 싫어" 등의 발언도 했다.

재판부는 시선이 집중된 이 3가지 상황에 대해 검찰의 생각과 변호인의 해명을 나란히 들어봤다. 검찰은 "성실히 아이가 참여했는데 이와 관련 없는 발언이 나왔다"라고 답한 반면 변호인은 "아이가 집중을 못하니까 한 말이고 전체적으로 교육을 하는 취지다"라면서 "학생들이 집중을 안하게 되면 목소리를 높여서 집중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 차원이었다"라는 A씨 변호인들의 이러한 해명들이 나오자 현장을 찾은 일부 학부모들에게서 탄식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재판은 주호민이 2022년 9월 자폐증 증상이 있는 아들 B군을 학대한 혐의로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를 고소하면서 알려졌으며 당시 B군은 2022년 9월 5일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다. 주호민은 분리 조치 이후 B군이 평소와 달리 불안 증세를 보이자 B군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증거를 수집했고, A씨의 아동학대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호민의 이 해명은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과 맞물려 교권 침해 이슈로 부각되면서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이했고 주호민은 이에 대해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라고 재차 해명했지만 비난은 거셌다.

다만,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이 재판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교사들은 주호민 부부의 신고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태 이후 불거진 교권침해 이슈와 연결돼 부모가 아이 몰래 녹음기를 몸에 장착시켜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파헤쳐 일말의 잘못된 행동이라도 잡아내 불필요한 민원으로까지 제기하게 했다는 것이다. A씨 변호인과 동행했던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인은 공개에 대해 같은 취지를 밝히면서도 위법 수집 증거의 소지를 언급하며 "만약 이 파일이 공개된 이후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유죄의 증거로 쓰이게 된다면 이후 많은 교사들에 대한 녹음에 많이 팽배해질 것이고 교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지고 많은 교권 침해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결국 '이거 증거 능력 인정해주네?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네?'라고 하면 현장에서 교육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사에 대해 발언해서 녹음할 것이고 그만큼 교사에 부담이 가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특수교사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변호인의 말처럼 최근 교권침해 이슈는 끔찍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러 사례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다 서이초 사건의 경우 해당 학부모가 무혐의 처리되면서 더욱 반발이 거세지기도 했다.

반대로 학부모들의 입장도 매우 강경했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해도 발달장애면 3~4세 정도밖에 안되는데 교사가 저런 말을 하다니요. 그런데 변호사라는 사람이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설명하는데 웃고 있어요. 발달장애 교육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분노했고 다른 학부모들도 재판을 방청하며 변호인들의 "훈육 차원"이라는 해명에 기가 차다는 반응을 연신 내비치기도 했다.

일반 학생이 아닌 자폐증의 아이를 교육하는 차원에서의 A씨의 짜증과 화가 섞인 말투가 분명 부모 입장에서는 거슬렸을 수도 있어 보였고 재판을 진행한 판사 역시 "부모 입장에서 속상했을 것 같다"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더욱이 판단이 조심스러운 건 그렇다고 A씨가 이번 녹음파일에서 보여준 행동이 무조건적으로 폭력적인 교육을 보여줬다고 결론내릴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 법적인 문제를 따지는 건 둘째치고 아이와 부모, 교사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재판부의 고심도 커질 것 같다.
수원지방법원=윤상근 기자 |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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