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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박해준 "황정민→정우성과 작업=행운..또 성장했죠"[★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3-12-02
배우 박해준이 '서울의 봄'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밝히며 "좋은 사람들과 작업한 것은 제 복"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배우 박해준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 박해준은 9사단장 노태건 역을 맡았다. 노태건은 전두광의 친구이자 반란군의 2인자로, 소심한 모습부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모습까지 박해준은 탐욕의 2인자의 두 얼굴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영화 개봉 후 만난 박해준은 "매일 관객 수가 얼마나 드는지 보고 있다. 스태프분들 시사 때 미리 봤는데 이렇게까지 재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두 시간 이상의 영화를 볼 때 시계를 세 번 정도 본다고 치면 '서울의 봄'은 제가 시계를 처음 봤을 때 이미 2시간 10분이 지나있더라. 영화관에서 시계를 한 번 본 영화는 처음이다. 너무 재밌었다"며 "뭘 드시면서 보지는 못할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노태건 역할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서울의 봄'의 이야기에 매료됐다는 박해준은 "사실 처음에는 내가 잘할 것 같지 않았다. 근데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9시간 동안 그 많은 소동이 일어나는 얘기가 흥미로웠다"며 "다만, 역할에 대한 걱정은 있었는데 (황) 정민 선배님하고 처음 리딩할 때 걱정이 다 지워졌다"고 밝혔다.

이어 "정민 선배님이 연극 공연을 하고 있을 때인데 에너제틱하게 리딩하시더라. 개인적으로는 '실제 모티브가 됐던 인물이 저렇게까지 얘기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극적 긴장감과 상황의 급박함에 집중하셨더라. (선배님이) 모티브가 되는 인물과 비교하거나 생각하지 말고,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하라고 얘기해 주시더라"라며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훨씬 재밌게 할 수 있고, 해야 할 수 있는 영역이 자유로워지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에 대해서는 김성수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그는 "감독님의 얘기를 듣고 다시 대본을 보니까 '노태건은 이런 인물이구나'라고 다시 깨닫게 됐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해준은 "이 인물이 전두광(황정민 분)을 마냥 따라가는 인물이 아니길 바랐다. 사실은 완벽한 전두광의 편이라기보다는 동업자 느낌으로 보이는 게 나의 목표였던 것 같다"며 "전두광이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걸어갔을 때 그걸 막아보려고 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빠져볼까?' 라는 갈등이 계속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두광의 이야기에 동조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약간의 의심을 늘 가지고 있는, 견제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우유부단하다든가, 주체적이지 않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면에서 주체적이라고 생각했다"며 "권력욕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그 인물을 이야기해주실 때 노태건은 굉장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릭터가 외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할 때 이 인물이 살아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캐릭터보다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려고 노력했다"며 "확실한 캐릭터 설정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내 안에서 찾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목적을 가지면 욕망이 따라가게 되는 것 같다. 그 욕망을 좇아가다 보면 그게 캐릭터가 된다"고 덧붙였다.

박해준은 '서울의 봄' 속에서 전두광 역의 황정민과 주로 호흡을 맞춘다. 특히 황정민의 파격적인 분장에 대해서는 "첫 촬영을 하러 갔는데 황정민 선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신기했던 것 같다"며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이 있는 배우다. 난 그렇게까지 힘이 없다. 배우의 에너지와 힘,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현장과 작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느끼게 됐다. 정말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서울의 봄'을 보면서 2시간 10분째 시계를 처음 보게 된 이유가 초반 인물들이 등장해서 긴장감을 올려놓고,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더라. 심박수가 계속 유지됐다"며 "그건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는 황정민, 정우성의 힘인 것 같다. 나도 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같이 호흡을 맞추다 보면 나도 좋아지고, 그 기운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준은 "촬영 전에 리허설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개인적으로 좋았다. 선배님들의 의도도 파악되고, 그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런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저는 연극 경험도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시작했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박해준은 황정민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그는 "한 장소에 여러 명이 있으면 달려 나가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몇 번 합을 맞춰보면 자기들이 알아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며 "배우들이 카메라가 있으면 카메라를 찾아서 그 공간을 꽉 채우는데 놀라웠다. '좋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참 훌륭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정가네 목장', '야당', 드라마 '머니게임', '폭싹 속았수다'까지 내년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갈 박해준이다. 그는 "앞으로 작품이 쭉 나올 텐데 제가 볼 때는 다 재밌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나쁜 놈도 됐다가 한없이 착한 사람도 됐다가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많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 저한테는 너무 복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봄'의 의미에 대해 "정말 좋은 사람들, 그리고 특출나게 실력이 있는 사람들과의 작업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나를 배우로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저는 현장만 보고 다른 곳에 관심이 없어서 현장이 너무 좋았고 재밌었다"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배움이 있는 곳이 적다. 근데 김성수 감독님과의 작업은 현장, 연기나 연출에 대해 한 분의 선생님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람 얘기를 듣고,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또 연기를 어떻게 하고, 장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배우는 현장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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