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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연인' 의상 2000벌 만들었어요"[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3-12-05

-인터뷰②에 이어서

"길채와 장현의 청보리밭 키스신은 미장센이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이었죠. 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아름답습니다. 노랑과 청록은 팔레트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컬러라 어느 시점에 사용할지 아껴둔 컬러였어요. 마침 청보리 밭이 장소로 선택돼 사진으로 받았는데, 설익은 풋사과 같은 길채의 모습, 그 소녀의 첫 키스의 설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생각됐죠."

MBC '연인'(작가 황진영, 감독 김성용) 이 시청자에게 가히 '명작 드라마'라고 극찬받은 데에는 극의 미장센이 큰 작용을 했다. 그 미장센 중 사극에선 '한복 의상'이 또 큰 비중을 차지한 바. 이진희 의상감독의 치밀한 계산과 연출에 따라 '연인' 속 길채와 장현의 '청보리밭 키스신', 웅장한 역사고증과 섬세한 감수성 모두 명장면으로 남을 수 있었다.

'연인'이 지난달 21부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는데, 그 아름다운 장면 장면은 아직까지도 시청자의 뇌리에서 영 떠날 줄 모른다. 병자호란의 전란, 조선, 청의 국가를 넘나든 배경, 두 나라의 왕조와 민초, 겨울부터 다시 봄, 여름, 가을, 또 겨울이 다 담긴 사계절 등 스케일과 디테일이 역대급으로 까다로운 상황이었지만 이진희 감독은 수십 년의 작품 경력과 뛰어난 안목으로 이 모든 조건을 다 소화했다.


이진희 감독은 한예종 무대미술 전공을 한 후 현재 한예종 무대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인 뼛속 깊은 전공자로, 1998년 대학로에서 공연 디자이너로 데뷔해 25년 간 다양한 작품을 디자인했다. 이진희 감독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더 킹 : 영원의 군주', 영화 '화장', '간신', '안시성', '일장춘몽' 등 걸출한 작품의 의상감독으로 활약했고, 드라마 '하얀거탑',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유명 현대물에도 의상감독으로 참여했다.

이진희 감독은 이뿐만 아니라 국립국악원 공연 '붉은 선비', 국립창극단 공연 '춘향', 2019년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폐막식, 2020 세계유산축전 제주 개·폐막식 등 전통공연과 국가행사의 의상감독으로도 활동했다. 2020년 제 56회 대종상 영화제에선 '안시성'으로 의상상을 수상했고, 2022년 한복진흥문화유공자 문화부장관 표창을 받을만큼 이미 '연인' 이전부터 명성이 높은 감독이다. 그는 내년 1월 25일 예정된 '연인' 의상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스타뉴스가 이진희 의상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연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연인'이 워낙 긴 호흡의 드라마였다 보니,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 4계절의 의상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숙제도 있었습니다. 대략 총 몇 명, 몇 벌 정도의 의상을 준비한 건가요?

▶2000벌이 넘은 것 같아요. 1년 내내 옷만 만든 것 같아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작업이었죠. 일반 드라마는 주, 조연 의상, 특별히 설정된 단체복 위주로 새롭게 제작하는데, 이 드라마는 고증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 뒤로 보이는 민복 등 보조출연 의상까지 다 새로 만들었으니까요. 어쩌면 주, 조연보다도 그 뒤로 보이는 인물들의 의상과 생활감에서 작품의 리얼리티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거기다 4계절 의상을 준비해야 하니, 그 규모는 일반 사극의 3~4편 정도 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 '연인' 속 장면과 의상제작 비화를 밝혀주신다면?

▶청보리밭, 마지막신, 노을 등이 있겠네요. 원단 재직 등 전통 색을 쓰기 위해 염색 작업만 몇 달을 했습니다. 특히 관복은 원단을 재직하고 옛날 느낌을 내기 위해 손 염색. 흉배에 대해 정확한 사료가 없어서 고증 자문 위원과 협업을 하면서 지워진 부분을 창작이 아닌 복원하듯이 도안 작업과 채색 작업을 했습니다. 옛날 느낌을 내기 위해 바탕까지 징금 자수 등을 했는데, 고생을 사서 한 작품이죠. 제가 생각하는 원단은 옷의 시작이자 끝이며, 원형적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원단은 각각이 지닌 물성과 그 본질에서 품어져 나오는 힘과 품위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소재들에서 느껴지는 담담하지만 힘 있고 본질에 가까운 미학은 우아함을 넘어 격이 느껴집니다. 제가 추구하는 옷의 철학이 편안하면서도 본원적인 생명력을 담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 보니 원단에 집중하고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고유 원단이 가지는 각각의 특성은 고스란히 의상을 입는 배우의 결에 녹여져 각각의 격과 품위를 만들어 냅니다. 힘 있고 좋은 옷은 입는 사람의 이야기와 삶을 멋지게 담아낸다고 믿고 있습니다. 해서 가급적이면 가장 좋은 원단으로 옷을 지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꼬박 4개월을 원단을 짜고 색을 입히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습니다.

-'연인'이 감독님에겐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으신지?

▶'연인'을 뒤집어서 얘기하면 '인연'이 됩니다. 이 작품은 많은 사람과 함께 고생한 만큼 소중한 인연을 많이 얻은 작품입니다. 작품 끝나고도 자주 뵙고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과 의지가 돼주는 관계가 됐습니다. 김성용 감독님과는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됐죠.

-끝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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