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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3년차 이은미, 뜨거운 눈물의 이유[★FOCUS]

  • 김노을 기자
  • 2023-12-10
가수 이은미가 '골든걸스' 무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데뷔 33년 차 뮤지션의 눈물은 그 어떤 무대보다 큰 울림을 전했다.

지난 10월 말 첫 방송을 시작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골든걸스'는 보컬리스트 4인이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의 프로듀싱과 함께 그룹으로 컴백하는 여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 인순이, 이은미, 박미경, 신효범이다. 저마다의 보컬 색이 뚜렷한 네 사람은 프로그램 명과 동일한 팀명 골든걸스로 뭉쳐 걸그룹 도전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평균 나이 59.2세, 토탈 경력만 155년에 달한다.

박진영은 전무후무한 걸그룹을 론칭하기 위해 네 사람을 설득했고, 누군가는 흔쾌히 누군가는 고민 끝에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박진영의 짐작대로 설득이 가장 어려웠던 이은미는 박진영의 호소 그리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동료 보컬리스트들과의 만남에 마음이 동해 큰 결심을 내렸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이은미에게는 금쪽이에서 따온 '은쪽이'라는 애칭이 생겼다. 걸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진영이 제시한 여러 조건, 설명들에 넌더리를 내거나 심지어는 "나 못 해"라며 자리를 이탈, 중도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기억속으로' 등 수많은 명곡은 아무리 봐도 골든걸스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은미가 박진영의 요구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진영 역시 "우리가 하려는 음악과 가장 먼 스타일이 이은미"라고 한 만큼, 이은미에게 골든걸스는 합류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이은미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임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춤을 춰 본 적 없는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세 명과 합도 단번에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이은미는 그저 자신의 성격대로 묵묵히 연습을 거듭할 뿐이었다.

이런 이은미였기에 그가 무대 위에서 흘린 눈물은 큰 울림을 주고도 남았다. 지난달 골든걸스 멤버들은 박진영이 제작한 그룹 미쓰에이의 히트곡 '굿바이 베이비'(Good-bye Baby)를 자신들만의 분위기로 재해석했다. 객석에는 K팝 전문가 30명이 자리한 다소 무거운 평가 자리였지만 명실상부 국내 최고 보컬리스트 골든걸스는 조금도 떨지 않고 완벽하게 평가전을 치러냈다. 그리고 이은미는 눈물을 쏟았다.

첫 완전체 무대에 대한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4.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골든걸스는 환호했다. 이은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애써 웃어 보이다 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내가 제일 문제였잖아. 내가 제일 문제였어"라며 그제야 속내를 털어놨다.

이후 제작진과 마주한 그는 "내가 정해진 동작을 무대 위에서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이 많이 됐다. '내가 못하면 안 된다. 내가 너무 못 해서 다른 멤버들에게 큰 부담이 되면, 나는 정말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막상 (무대가) 끝났다는 것, 넷이 한 무대를 했다는 것이 떠오르며 그제야 다들 얼마나 땀을 흘리며 노력했는지 오버랩이 됐다"고 눈물의 이유를 밝혔다.

이은미의 눈물을 본 박미경은 "(이은미가) 안 하던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 것 아닌가. 자꾸 '나 때문에 민폐다. 스타일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 그걸 혼자서 끙끙 앓았던 것 같다"고 그의 마음을 헤아렸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데뷔 33년 차에 무대에서 토해낸 울음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존경심마저 들게 한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부족함 없는 상태, 즉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물결에 몸을 내던진 장인의 눈물이기에 그렇다.

누구보다 큰 두려움과 고민을 안고 골든걸스에 합류한 이은미는 그동안 수없이 깨왔을 자신의 한계를 다시 한번 보기 좋게 깨부쉈다. 그리고 이것은 언제나 자유롭게 노래하던 이은미의 다음 스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노을 기자 |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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