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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작가 "남궁민♥안은진, 못 만나고 새드엔딩 될 뻔..배우들까지 '해피엔딩' 요구해"[★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3-12-10

"기획단계부터 장현은 죽는 것이 아니라 전투에서는 살아남았으나 기억상실로 인해 길채와 만나지 못하는 설정이었습니다. 장현이 기억을 잃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길채가 장현을 찾아나서는 것은 1부부터 예정돼 있었으나, 길채가 장현을 만나게 될지, 길채가 끝내 장현을 만나지 못하게 될지는 열어놓은 채,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뿐 아니라 감독, 배우, 심지어 주변 지인들까지 해피엔딩을 원하며 강요와 협박을 했고...(웃음) 결정적으로 그간 장현과 길채가 너무 고난스러웠다는 말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결말에 많은 분들이 더욱 감동해주셔서 크게 감사했습니다."

MBC 드라마 '연인'(작가 황진영, 감독 김성용)이 21부작까지 달리면서, '장현♥길채' 커플이 끝내 이뤄지고 말아야 한다는 소망은 점점 커져갔다. '섬'(썸)을 탈 듯하면 장현(남궁민 분)이 병자호란의 전쟁통에 뛰어들고, 장현이 조선에 돌아오니 길채(안은진 분)가 장현이 죽은 줄 알고 다른 이와 혼인해버리는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장현과 길채는 절대 지켜야 하는 '고난 커플', '역경 커플'로도 불렸다.

'청보리밭 입맞춤'의 약속만 남긴 채 서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장현과 길채의 모습에 시청자는 더 애가 타고 안달이 났다. 특히 극 초반 피투성이가 된 장현의 모습이 잠깐 보여 '연인'은 처음부터 '새드엔딩'이 아니었겠냔 말들이 많았는데, 황진영 작가가 시청자뿐만 아니라 김성용 감독, 배우들의 협박 아닌 협박(?)에 따라 결국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기분 좋게 드라마를 마무리지었다.

엔딩 자체가 큰 화젯거리가 될 만큼 '연인'은 역사고증과 사극 로맨스를 절묘하게 섞은 웰메이드 스토리로 강한 흡인력을 선사했는데, 영화 '쌍화점', 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등으로 흥행한 사학과 출신 황진영 작가의 필력이 이번에 또 한번 발휘한 것이다.

스타뉴스가 황진영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며 '연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연인' 종영 소감 부탁드립니다.

▶먼저 종방연을 마치고 돌아온 날 새벽, 얼굴을 다치는 사고를 당해, 서면 인터뷰로 대체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질문을 해주시고 관심을 보여주셔서 무척 기쁩니다. 저와 오래 함께 했던 '연인'을 보내기가 아쉬웠는데, 이렇게 기사로 다시 돌아보게 되어 아쉬움이 달래지는 기분입니다.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가끔 이런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버거운 적도 있었지만, 그 순간조차 '연인'을 쓰고 만드는 지금이 제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첫 대본 리딩 때, '연인'을 선택한 모든 분들이 뿌듯한 결실을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넘치는 시청자분들의 사랑으로 그 소망이 이루어진 듯 해서 작가로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작가님이 대본에 표현한 각 캐릭터가 배우를 통해 얼마만큼 잘 표현됐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남궁민 - 남궁민님이 그려주신 이장현이 수많은 여심을 울렸습니다. '연인'의 지독한 순정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남궁민 배우님만의 매력에 빚진 바가 큽니다. 길채에 대한 장현의 사랑이 아름답게 전달되었고, 덕분에 애절하면서도 절대적인 사랑이 돋보일 수 있었습니다. 촬영 내내 보여주신 집요함과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안은진 - 안은진님의 연기는 조금 과격하게 '괴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년간 이어진 고된 사극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집중력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희노애락이 펄펄 살아있는, 수십 가지 표정으로 울고 웃는 길채를 완성시켜 주셨습니다. 그렇게 현장 스텝부터, 제작진, 시청자 모두에게 길채는 그냥 길채가 아니라 '우리 길채'가 되었습니다.

▶이학주 - 입체적인 연기로 병자호란 이후, 혼란했던 조선 지식인의 모습을 표현해주셨습니다. 드라마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남연준의 위치를 정확히 캐치하고 연기해주셨습니다. 이학주님의 명철한 캐릭터 해석과 연기 덕분에 심지가 곧으면서도 유약했던, 모순된 그 시대 유자들의 모습이 잘 그려진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이다인 - 모든 순간 진심을 담아 연기해주셨습니다. 길채의 친구로서 길채를 사랑하고 의지하고 염려하는 연기는 길채를 안타까워하는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해주었습니다. 특히 길채가 죽었을 것이라며 망연해하던 장면에선 은애의 고통이 전달되어 덩달아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심지가 굳은 은애의 캐릭터를 이다인 배우님만의 아우라로 풀어주셨습니다.


▶김종태 - 작가를 자유롭게 해주시는 배우였습니다. 어떤 신, 어떤 대사도 김종태 배우님이라면 다 소화해주신다는 믿음으로 인조에 대해선 매번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인조는 여러 번의 변곡점을 거쳐 마음이 파괴되어 완전한 악인에 이르는데, 그 과정을 매번 다른 눈빛, 다른 표정으로 서서히 달아오르도록, 그래서 악인임에도 그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도록 연기해주셨습니다. 김종태 배우님의 치열한 고민을 느낄 수 있었고, 악인조차도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청아 -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며 각화 캐릭터를 쌓아주셨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각화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때로는 서늘하고 맹렬하게, 때로는 안쓰럽고 애절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났습니다. 이청아님의 열정 덕분에 우아하고 강렬한 각화가 완성되었습니다.

▶문성근 - 후반부를 견인할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고, 장철을 통해 주요한 대사들이 길게 이어져야 했는데, 문성근 배우님이 장철로 분하여 완벽하게 연기해주셨습니다. 장철에 관해 많은 고민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셨고 그 모든 고민이 장철이라는 캐릭터에 정확하게 가 닿았습니다. 문성근 배우님이 아니었다면 장철의 무게감이 살아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일그러지는 장철의 마지막을 오히려 즐겨주시는 모습에서 대배우만의 멋이 느껴졌습니다.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무성 - 양천은 무척이나 아끼던 캐릭터였기에 어떤 배우님을 모실수 있을까, 고대했었는데 최무성 배우님이 출연을 결정해주셨다는 소식에 덩실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구양천은 사나이 중의 사나이로, 품에 날아든 장현과 량음을 거두어 줄 뿐 아니라, 뒤축이 잘리고도 버려진 고아들을 품어주는 그릇이 크고 너른 캐릭터입니다. 큰 산 같은 아우라를 지니신 최무성 배우님이 양천을 연기해주셨기에 구양천이 생동감 있게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김준원 - 지적인 면모를 지닌 홍타이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김준원 배우님을 모셨고, 지적이면서도 카리스마를 겸비한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를 박력있게 연기해주셨습니다. 특히 모든 대사가 만주어로 그 과정이 고되었을텐데도, 여유롭게 홍타이지를 연기해주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머릿속에 그리던 완벽한 홍타이지었기에 혹시 지문에 썼는지 확인해 본 적도 있었는데, 배우의 연기를 설명한 아무 지문이 없음을 알고 배우님의 연기력과 해석력에 경탄했습니다.


▶최영우 - 용골대는 무시무시한 적장이면서 돈을 밝히는 타락한 정치인인가 싶다가, 다른 한편으론 정치에 대해서도 견해가 있는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특히 최영우 배우만의 인간적인 매력이 용골대를 왠지 정이 가는 오랑캐 적장으로 만들어준 점은 작가로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권소현 - '연인'의 시작을 강타해주신 신 스틸러였습니다. 방두네의 활약이 없었다면 패배한 전쟁 병자호란 이야기가 훨씬 더 무겁게 그려졌을 것입니다. 후반부 스토리 진행상 분량이 줄어들자 방두네를 내놓으라는 원성도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 '미쓰백'에서 권소현 배우님을 인상 깊게 봤었기에 그 때와는 너무도 다른 캐릭터인 방두네를 이리도 천연스럽게 연기하시는 것을 보고 타고난 연기자시구나 감탄했습니다.

▶박강섭 - 박강섭 배우를 구잠으로 모시고 구잠과 종종이의 멜로를 쌓으며 무척 기대가 컸습니다. 기대대로 장현에겐 깐족대던 구잠이 종종이에게만은 상남자의 매력을 뿜어주셔서 무척 기뻤습니다. 박강섭 배우님만의 호쾌하고, 의젓한 에너지가 구잠을 더욱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슬픈 이야기가 많았던 '연인'에 구잠이 큰 활력을 채워주었습니다.

▶박정연 - 제 마음속, 종종이의 명대사 명장면이 무척 많습니다. 심지어 종종이의 표정 연기에 감탄해 따로 캡쳐해 보관한 사진도 있습니다. 대단한 몰입력을 지닌 신인 연기자 박정연님이 우리의 종종이가 되어주었다니 우리 '연인'의 홍복입니다. 박정연 배우님이 진짜 종종이가 되어주셨기에 길채와의 우정도, 포로 시절의 고단함도, 피난 길의 고초도 살아났습니다.

▶김윤우 - 만주어부터, 액션, 멜로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또렷한 발음이 돋보였고, 신인에겐 버거웠을 격정적인 감성 연기도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해주었습니다. 타고난 재능인 줄 알았으나 피땀 흘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량음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은 것은 김윤우 배우의 신인답지 않은 걸출한 연기력에 힘입은 바 큽니다.


-'연인'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욕심을 품었습니다. '연인'에서도 장현과 길채, 그리고 두 사람과 얽힌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낸 이야기를 통해, 병자호란과 포로들이 다시 생생해지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장현의 사랑과, 길채로 대표되는 포로들의 생의 의지가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이 포근해졌다면 '연인'의 목적은 넘치게 달성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연인' 속 이장현과 유길채의 엇갈림이 반복돼 시청자들이 더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기대한 것 같습니다. '연인'이 극 초반에 전쟁과 슬픈 무드를 많이 보여줘서 원래 계획된 대본은 새드엔딩이 아니었겠냐는 설도 많았습니다. 원래 작가님이 그리려고 한 엔딩은 방영된 내용 그대로인지, 아니면 처음엔 새드엔딩으로 계획했다가 시청자들의 바람에 맞게 해피엔딩으로 조절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1부 오프닝의 슬픈 분위기는 반전을 예비해 놓은 설정입니다. 1부에서 장현은 내사옥 노비들에게 둘러싸인 채, '꽃 소리'를 회상하며 길채를 그리워합니다. 때문에 많은 시청자분들이 이 지점에서 장현이 죽을 예정이었는데, 결말을 바꾼 것이 아닌지, 궁금해했습니다.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장현은 이 시점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 이 전투에서는 살아남았으나 기억상실로 인해 길채와 만나지 못하는 설정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1부 내수사 노비들과의 전투에는 양천과 닝구친의 포석도 깔아두었습니다. 실패를 쫓아가며 낭군님을 만나는 길채의 꿈 역시 결말에서 장현을 찾아나가는 길채의 복선이었습니다.

결말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장현이 기억을 잃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길채가 장현을 찾아나서는 것은 1부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나, 길채가 장현을 만나게 될지, 길채가 끝내 장현을 만나지 못하게 될지는 열어놓은 채, 고민했었습니다. 사실 비장하게 산화하는 장현, 그런 장현을 심장에 새기는 길채를 그리고 싶은 욕망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뿐 아니라 감독, 배우, 심지어 주변 지인들까지 해피엔딩을 원하며 강요와 협박을 했고...(웃음) 결정적으로 그간 장현과 길채가 너무 고난스러웠다는 말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결말에 많은 분들이 더욱 감동해주셔서 크게 감사했습니다.


-이장현이 '들리는가. 이 소리 꽃소리', '정말 밉군', '안아줘야지' 등 여러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남궁민 배우가 연기해서 더 깊이 있고 사무치는 명대사가 된 것 같습니다. 특별히 남궁민 배우가 잘 소화했다고 생각하는 대사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궁민 배우님만의 멋이 이장현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저는 3부에서 량음의 거짓말을 듣고, '그럼 그렇지'하던 그 절제된 표정연기와 4부에서 송추 할배의 죽음을 접하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 그 놈들... 잡아야겠어.' 하던 신, 6부 엔딩, '이제 여기는... 아무도 못 지나간다.'에서의 남궁민 배우님의 연기가 참 좋습니다. 감성은 절제되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송추의 죽음 앞에서 마치 끄응... 기지개를 펴듯 오랑캐를 잡겠다고 담담히 말하던 순간의 여유와 자신감. 그간 장현은 몸을 사리느라 의병에 나서지 않는 줄 알았으나, 사실 마음을 먹지 않아서였음이 드러나는 신이었는데, 그 자신감이 은근하면서도 멋스럽게, 그래서 심장에 쿵, 하고 박히도록 묘사되었습니다.

그리고 화룡점정, '이제 여기는... 아무도 못 지나간다. '가 있습니다. 앞의 두 신과 마찬가지로, 낮은 목소리었습니다. 자신이 마음을 먹으면 너희는 아무도 못 지나갈 것을 알고 있는 대단한 자신감과 결의를 정말 멋스럽게 그려주셨습니다. 앞의 이 세 장면들은 쓰면서도 기대했던 장면이었으나, 남궁민 배우님의 연기로 기대 이상, 매력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아줘야지, 괴로웠을테니'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 이유로 이 대사를 간명하게 썼고, 지문에도 별다른 디테일을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괴로웠다'는 단어였습니다. 당신이 당한 일은 괴로운 일일 뿐... 수치심을 느끼거나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 대사를 남궁민 배우님이 애틋한 감성과, 따듯한 포옹으로 더욱 위로의 마음이 전해지게 연기해주셔서 울림이 살아난 게 아닌가 합니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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