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고려 거란 전쟁' 등 2023년 지상파에서 사극 드라마가 연달아 흥행하면서 드라마 전반적으로 사극 열풍이 불었다. 특히 MBC에선 상당수의 방영작이 사극 장르로, 해외 팬덤까지 만들며 '사극 맛집' 채널로 하반기에 체면을 세웠다.
올해 '꼭두의 계절', '넘버스', '오늘도 사랑스럽개'를 제외하고 MBC 미니시리즈 시간대의 사극은 '금혼령', '조선변호사', '연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4작품이나 있었다. 현대극보단 사극, 퓨전사극이 강세를 보인 것.
편성 작품 수만큼이나 사극이 흥행면에서도 현대극보다 확률적으로 앞섰다. '꼭두의 계절', '넘버스', '오늘도 사랑스럽개'가 각각 1~2%대, 3%대, 1%대의 저조한 성적을 보인 것과 달리, '금혼령', '조선변호사', '연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각각 3~4%대, 2~3%대, 10%대, 7%대 이상의 비교적 높은 결과를 보였다.
1년 전체의 흐름으로 보자면 상반기 '금혼령', '꼭두의 계절', '조선변호사', '넘버스'가 낮은 시청률을 나타내다가 하반기 '연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 높게 반등해 잃어버렸던 지상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연인'은 최고 시청률 12.9%,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최고 시청률 9.6%까지도 치솟아 두 작품은 올해뿐만 아니라 근 몇 해 동안 침체기였던 MBC 드라마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자랑했다.
사극이라고 무조건 흥행한단 보장이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사극 중 흥행이 갈린 포인트를 짚어보자면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의 년차와 노련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연인'은 '김과장', '스토브리그', '천원짜리 변호사'를 통해 '믿보배'로 자리잡은 배우 남궁민이 연기의 큰 중심을 잡았고 '제왕의 딸, 수백향',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 '내 사랑 치유기', '검은태양'을 연출한 김성용 감독이 노하우를 한데 모았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왕이 된 남자',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난 이세영과 '자체발광 오피스', '내 뒤에 테리우스'를 선보인 박상훈 감독의 조합이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연인'은 각 10부씩 파트 1, 2를 나눠 장기 방영됐는데, 제작발표회 당시 남궁민의 자신감 있는 발언이 공약처럼 지켜져 더 주목 받았다. 동시간대 방영된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 제작발표회에서 김래원이 '연인' 제목을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도발하자 남궁민은 "그쪽은 제목이 몇 글자래요?"라며 "모를 수도 있다. 나도 '연인'인지 '인연'인지 모를 때가 있다. 관심이 있어도 제목은 모를 수 있다. (김래원은) 연기를 너무 잘하시는 분이고 전작을 내가 너무 잘 봤다. 만약 지금 하신 말씀이 주연 배우의 경쟁이 표현된 느낌이라면 선의의 경쟁을 잘 해보고 싶다. 근데 래원 씨, 저는 자신이 있어요"라며 여유롭게 웃어보인 것.
남궁민은 2013년 '구암 허준' 이후 10년 만에 사극을 시도했고, 동시에 오랜만에 장르물에서 벗어나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연인'은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작이었지만 이번에도 '흥행불패'를 넘어 또 하나의 연말 연기대상 대상 유력 후보자로 낙점된 상황이다. '연인'은 병자호란의 역사 고증과 주인공 이장현(남궁민 분)과 유길채(안은진 분)의 아련한 전쟁통 사랑 이야기가 '마니아'를 모을 정도로 뜨겁게 호응을 얻고 '명작 드라마'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박연우(이세영 분)와 강태하(배인혁 분)의 시대를 넘나든 로맨스가 '연인'과 또 다른 유쾌하고 발랄한 무드로 전개됐고 해외팬들에게 반응을 얻었다. 이세영은 이미 지난 2021년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사극 여신' 타이틀을 얻은 터라 의심의 여지 없이 이번 드라마도 그 팬층이 고스란히 이어졌다.
'연인'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흥행결이 또 다를 수 있는데, '연인'처럼 정통사극의 깊이감을 강조한 작품으로 국내의 고연령층 시청자를 잡을 수 있는 반면,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처럼 쉽게 접근한 퓨전사극으로 해외 시장의 진출을 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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