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MBC 예능은 '비전문 예능인'들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띄었다. 웹툰작가 기안84, UDT 출신 덱스, 김대호 MBC 아나운서가 독특한 캐릭터와 폭소 터지는 호흡으로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의 중심에서 활약하며 마성의 '예능 버뮤다 삼각지대'를 형성했다.

기안84는 특히 '2023 MBC 방송연예대상'의 유력한 대상 후보자로 연초부터 거론됐고, 1년 내내 기세 좋게 활약했다. '나혼산' 멤버 전현무, 박나래가 이미 과거에 대상 수상자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후 올해 차기 대상자가 또 '나혼산'에서 나올 수 있을지 계속해서 관심이 이어졌는데, '나혼산'의 또 다른 터줏대감인 기안84가 그 주인공이 되는 분위기다.


연초에는 '나혼산' 멤버들끼리 농담처럼 '기안 대상설'을 꺼냈는데, 기안84의 한결같은 독특함이 여러 번 웃음을 자아내며 연말까지 점점 '대상'에 근접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인 기안84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린 새 여행 예능 '태계일주'가 시즌1부터 '대박'이 났고, 시즌3까지 빠르게 편성되면서 기안84는 MBC 중 히트작을 2편이나 탄생시켰다. 믿었던 '놀면 뭐하니?'가 주춤하고 '라디오스타'도 예전만한 화제성을 못 끌던 시기에 기안84가 출연한 프로들이 MBC 예능에 새 전성기를 가져온 것이다.

마침 '나혼산'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것까지 기안84에겐 대상을 가져가기에 더 없이 좋은 그림이 됐다. 기안84는 올해 여러 명장면을 탄생시켰는데, '태계일주'에서 갠지스 강물을 손수 떠마신 모습과 '나혼산'에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여러모로 놀라게 했다. 편견없고 독창적이며 실행력 있는 그의 모습이 기존 예능인에게서 볼 수 없던 재미를 선사했다.


특수부대 UDT 출신이 방송가를 휘어잡을 줄 누가 알았을까. 유튜브 '가짜사나이'의 악마 교관,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메기남'으로 처음 얼굴을 알렸던 덱스가 올해 MBC에서 '피의 게임' 시리즈와 '태계일주'로 맹활약했다. 덱스는 '피의 게임'에서 피지컬뿐만 아니라 처세술에도 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게임을 주도했고, '태계일주'에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기안84와 반대로 정신줄을 잡고 오지에서의 강행군을 보여줬다.

덱스가 잘생긴 외모와 피지컬만 어필했다면 이토록 많은 예능에 쓰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하고 건강한 멘탈과 이성에겐 플러팅, 동성에겐 살가운 모습, 간혹 허당기가 있는 '반전미'가 전국에 '덱스 앓이'를 유발한 것일 터. 덱스는 MBC에서도 예쁨 받는 아들이 돼 MBC 에브리원 '나는 지금 화가 나있어'와 '먹술단'에 연달아 출연하기도 했다.


'MBC의 또 다른 아들' 김대호 아나운서도 올해 보물 같은 발견이었다. 김대호가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나혼산'이지만, 사실 이에 앞서 MBC 아나운서 유튜브 채널 '14F'에서 공개한 그의 일상이 워낙 기상천외해 지상파 예능까지 진출한 것이다. 김대호가 '나혼산'에 처음 등장 하자마자 기존 멤버들은 물론 시청자 모두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산자락 보금자리, '호장마차', VR여행 등 소박하지만 자신의 로망을 이루고 사는 그의 삶이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특히 김대호는 정시퇴근을 지키며 회사 밖에서의 자아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으로 많은 직장인의 공감과 응원을 얻었다. 보통 아나운서가 예능물을 먹으면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아 김대호 역시 곧 프리로 MBC를 떠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지만, 아이러니하게 김대호의 캐릭터가 '직장인'으로 발이 묶여있어야 정체성을 갖기 때문에 이 또한 웃음 포인트가 됐다.

이를 모를리 없는 MBC는 김대호에게 소속 아나운서로서 가능한한 최대한의 처우를 해주려는 입장. 이에 'MBC의 두 아들' 김대호와 덱스 중 누가 올해 방송연예대상 신인상을 차지할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아마 MBC 방송연예대상 역사상 처음으로 대상보다 어려운 신인상 경쟁구도가 펼쳐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