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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 저주 푼 탁재훈 "16년 많은 일..번개처럼 훌쩍" [인터뷰 종합]

  • 윤성열 기자
  • 2024-01-04
'2023 SBS 연예대상' 영예의 대상은 탁재훈에게 돌아갔다. 데뷔 30년 만에 SBS 예능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그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여곡절을 딛고 다시 정상에 오른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3일 오후 탁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해 인사로 환하게 웃으며 말문을 연 그는 여느 때처럼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라고 했다.

"하루 딱 즐기고 잊어버렸어요. 하하."

그에게 '2023 SBS 연예대상' 대상은 이미 지나간 과거였다. 그는 '아직 여운이 남아있는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아니다. 충분히 즐겼다. 여운을 또 가지고 있으면 저주받을까 봐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다시 없던 걸로 하고 막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상 받고 나서 바로 또 '미우새' 뒤풀이 장면을 찍었어요. 상암동에서 회식하느라 아침 6시에 들어갔는데 그다음 날은 완전히 술병이 나서 누워 있었죠. 하루 동안 누워서 잘 즐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탁재훈은 2007년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 이후 한동안 침체를 거듭했다. '연예대상 수상 저주'라는 웃지 못할 속설도 들려왔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재치와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고, 올해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마침내 'SBS 연예대상'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KBS 연예대상' 대상 이후 무려 16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탁재훈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탁재훈은 "어저께 '신발 벗고 돌싱포맨' 촬영할 때도 (대상 수상)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올해는 받은 적이 없다', '작년에 받았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며 "자꾸 (대상을) 생각하면 행동이 느려지고 자꾸 나답지 않은 어른 같은 생각이 들까 봐 그 무게를 안 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너무 무게감이 들어서 그런가'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걸 드는 순간 바로 끝이다"고 강조했다.



"16년 많은 일 있었는데 번개처럼 지나가 눈물"


탁재훈은 대상 수상 후 크게 감격했다. 애써 흐르는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16년 전 'KBS 연예대상' 대상을 받았을 땐 울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땐 아무래도 젊었을 때니까 이제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또 반 정도 더 지났으니까 아무래도 그때와 온도 차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대상 수상 후 눈물이 났던 이유에 대해선 "이번에는 16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번개처럼 지나가더라"며 "그런 것에 대해 느낌적으로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더 눈물이 나는 걸) 잘 참았다.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작년과 달리 대상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아 소감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그는 "할 말도 진짜 많고 다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런 것 자체가 생각이 잘 안 나더라. 그래서 아예 준비를 안 해갔다. 그동안 탄다, 못 탄다 말들은 있었는데, 나는 아예 마음을 비우고 갔다. 사실 작년에 예상이 틀리고 나니까 '아, 이건 나의 영역이 아니구나' 싶더라"고 털어놨다.

탁재훈은 지난 2021년부터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번번이 수상이 불발돼 아쉬움을 삼켰다. 3수 끝에 마침내 대상 트로피를 거머쥔 탁재훈에게 많은 축하 문자가 쏟아졌다. 그는 "이래저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축하 문자 500통은 받은 것 같다. 카톡에 추가 안 된 분에게도 문자가 오더라. 답장을 거의 다 했다. 12월 31일 하루 동안은 집에서 안 나가고 있었는데 잘 즐긴 것 같다. 하루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그는 대상이 주는 무게감을 훌훌 털고 힘찬 새해를 맞이했다. 2024년 갑진년에도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며 웃음과 재미를 책임질 전망이다. "사적으로 고마웠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수상 소감을 전하면서 일일이 호명하지 못했어요. 사적인 자리에서 (고마움을) 표현하려고요. 대상 탔다고 '더 잘해야 하는데, 뭔가 좀 더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100% 안 되더라고요. 전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하려고요. 받아도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16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하려고요. 하하. 그게 저한텐 더 좋은 포지션인 것 같아요."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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