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상쾌, 통쾌하다. 배우 라미란의 평범한 얼굴이 놀라운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굵직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들이 곳곳에 포진해 자기 역할을 해내는 '시민덕희'다.

11일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의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박영주 감독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으로,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이날 박영주 감독은 "꿈을 이룰 수 있게 돼서 기쁘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겁다"며 "피해자분들, 경찰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피해자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자책감을 많이 느낀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를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잘 그려보자고 생각했고, '덕희'의 심리 묘사를 중점으로 생각하면서 작업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기 피해를 당하신 분이 조직원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총책을 잡는 데 기여한 데까지가 실화고, 다른 부분은 극적 재미를 위해서 상상력으로 구성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영주 감독은 '시민덕희'의 캐스팅에 "제가 인복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부터 미란 선배님을 떠올리고 작업했는데 선배님이 '덕희'를 해주셔서 저도 놀랐을 정도였다"며 "(염) 혜란 선배님은 제가 팬이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봤을 때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제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멋있는 배우라는 생각에 꼭 한번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윤주, 안은진에 대해서는 "배우 본체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다. 사람 전체가 매력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좋아서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명 배우는 제가 데뷔작을 봤는데 그때부터 깨끗한 얼굴에 깨끗한 연기를 한다는 생각에 여러 색깔을 입혀보고 싶었다. 실제로 같이 작업하면서 다양한 얼굴을 발견했다"면서 "(박) 병은 선배님은 제가 팬이어서 함께 하고 싶었는데 너무 바쁘셔서 제가 많이 졸랐다"고 밝혔다.

또한 '총책' 역을 맡은 이무생에 대해서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를 고민했다. 우연히 드라마 '봄밤'을 보게 됐는데 무생 선배님이 나쁜 역할로 나왔다. 분을 못 이겨서 손을 파르르 떠시는 걸 보고 현실로 욕이 튀어나오더라. 실제로 만났는데 선배님 자체는 너무 젠틀하시고 다정하신데 아우라가 대단했고, (라) 미란 선배와 붙여놨을 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전 재산을 잃게 된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헤쳐가려는 '덕희' 역을 맡아 생동감 있는 연기를 완성했다. 라미란은 전 재산을 잃게 된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헤쳐가려는 '덕희' 역을 맡아 생동감 있는 연기를 완성했다. 이날 라미란은 "시나리오를 읽고 단숨에 '덕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평범하지만 용감하고, 강단 있는 이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 '덕희'가 돼서 통쾌함을 느끼고 싶었다. 극 중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 힘들기도 했지만, 덕희가 그걸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어떤 용기를 내는지를 생각하면 '덕희'가 자랑스럽더라"라며 "저는 그 안에 있는 인물에게 동화되려고 하는 편인데, '덕희'는 좀 더 응원해 주고 싶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손대리'로 활동하며 '덕희'를 곤경에 몰아넣었다가 예상 밖 공조를 하게 되는 '재민' 역은 공명이 소화했다. 그는 "군대 가기 전에 찍고, 전역하고 여러분 앞에서 선보이게 됐다. 긴장되고 떨리는 자리"라며 "저도 옆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관객분들이 올해를 시작하면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오셔서 통쾌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염혜란이 그려낸 '봉림'은 '덕희'와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든든한 친구고, 장윤주는 덕희에게 더없이 의지가 되어주는 '숙자' 역을 맡았다. '봉림'의 여동생이자 칭다오의 택시 기사 '애림' 역은 안은진이 그려냈다.

염혜란은 이번 작품을 위해 중국어 연기도 완벽히 소화했다. 그는 "사실 중국어 연기에 대해 힘든 점을 얘기하려고 했는데 얼마 전에 '노량: 죽음의 바다'를 보고, '조용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니더라"라며 "근데 즉흥적으로 나오는 대사를 못 하는 부분이 답답했다. 미리 준비한 애드리브가 많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윤주는 "저는 거짓말을 못 하는 순수한 사람인데 영화가 너무 재밌다"고 '시민덕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숙자'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제가 나오면 잠깐이지만 분위기가 환기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기했다"며 "이번이 '베테랑', '세 자매'에 이어 세 번째 영화다. 오늘 영화 끝나고 화장실을 갔는데 어떤 관객분이 '작품 선택을 잘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데 눈물 날 뻔했다"고 전했다.

'시민덕희'는 안은진의 첫 영화 촬영 작품. 그는 "제가 마지막으로 합류했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언니들과 빨리 친해지면서 긴장이 풀렸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늦어졌는데 예전에 찍은 작품임에도 언니들과 많은 만남을 가져오며 지금도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기만 하면 에피소드가 생겼고, 저희끼리 수다 떨다가 집중해서 연기하고,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화면에서도 그 친밀함이 담긴 것 같아서 뿌듯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안은진은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에 대해 "촬영 전 콘셉트를 잡는 과정에서 '애림'이가 쓰고 나오는 안경이 탐이 나더라. '애림'이의 역할이 명확하기 때문에 더 재밌고, 톡톡 튀는 역할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좀 더 망가지고 싶었다. 막상 영화를 보니까 부끄럽더라. 근데 그런 모습으로 재밌게 촬영했던 기억이 나서 저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병은이 연기하는 사건 담당 경찰 '박형사'는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조망하는 인물이다. 박병은은 "전형적이지 않은 형사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 현실에서는 애로사항이 많은 것 같다. 현실적이고, 진짜 리얼한 형사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무생이 연기한 '총책'은 영화의 중반까지 철저히 베일에 싸인 존재로 등장해 공포감을 자극한다. 그는 "처음에는 이야기에 끌렸다. '덕희'가 어떻게 총책을 잡는지, 어떻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지에 큰 감명을 받아서 작품을 하게 됐다"며 "역할 자체로 놓고 보면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이 좋은 작품에 일원으로 '덕희'의 통쾌한 복수극이 제대로 보여진다면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총책이 너무 힘이 없으면 '통쾌한 복수극을 할 때 추진력이 생길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감독님과 많은 조율이 있었다. 다행히도 감독님이 많은 얘기를 해주셨고, 제작진들이 (역할에 대한) 레퍼런스, 자료들을 많이 주셔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영주 감독은 관전 포인트에 대해 "'덕희'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총책을 잡는지, '덕희'라는 캐릭터의 힘이 큰 것 같다"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고, 케미가 좋다. 또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소홀히 다루지 않았고, 의미와 메시지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