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천만 영화, 그리고 첫 흥행 실패. 아이러니하게도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387일간의 촬영, 편집 버전만 52개. 최동훈 감독은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열정을 되새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외계+인' 2부의 최동훈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2년 7월 개봉한 '외계+인' 1부의 후속편으로, 큰 기대 속에 개봉했지만,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기록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동훈 감독의 첫 흥행 실패였다.
이날 최동훈 감독은 "'영화감독의 운명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성공이나 실패나 다 과정이라는 걸 느꼈다. 1부가 끝나고 나서 그게 끝이 아니고, 저에게는 2부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동력을 찾아야 했다. 근데 OTT에로 본 관객들의 반응을 듣는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후반 작업을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 '타짜'는 4주 안에 끝냈어야 했고, 영화가 커지다 보니까 후반 작업 기간이 늘어났는데 그렇다고 1년 반 동안 할 줄은 몰랐다"며 영화라는 게 결과가 너무 중요하고, 그걸 떼놓을 수는 없다. 근데 내가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걸 느껴서 좋았다. '내가 영화를 사랑하고 좋아했지'라며 모니터링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며 "저도 제 영화에 만족해야 하지만, 관객들도 만족해야 하고, 그게 감독으로서 예의라고 생각했다. 도사 나오는 영화를 찍다 보니까 '도를 닦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외계+인' 2부는 편집 버전만 52개, 편집만 150번 이상을 거듭했다.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셈이다. 최동훈 감독은 "편집실에서 편집하고, 집에 와서 그걸 봤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도 아니고, 지나가다 본 사람이라고 뇌를 속이는 것"이라며 "그러고는 빈틈을 발견하면 다음 날 편집실 가서 일주일 동안 다시 편집하는 과정을 150번 동안 반복했다. 중복되면 안 되고, 너무 설명적이어도 안 되게 이어져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펙터클한 어드벤처라도 중간중간 숨은 쉬면서 봐야 한다. 바쁘게 따라가다가도 한 번쯤 웃거나 긴장감을 늘리면서 템포를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2부 초반에 등장하는 4분 30초의 1부 요약본을 완성하는 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최동훈 감독의 깊은 고민을 대변한다. 그는 "어떻게 하면 몰입에 도움이 될지 고민했고,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우빈, 김태리 씨에게 부탁했다. 두 캐릭터만이 1부의 전모를 아는 사람들이었다"며 "두 분한테 녹음본을 받고, 작업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2부의 시작을 여는 건 이안(김태리 분)이 돼야 할 것 같더라. 우빈 씨가 했었던 내레이션은 지금보다 더 장엄했다. 근데 이안의 목소리로 하는 게 더 솔직하게 들리더라. 녹음만 열 번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 과정에서 재촬영도 거쳤다고. 그는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인데 편집하면서 가장 몰입하기 좋은 형태를 찾다가 이 결과가 나온 거다. 문제는 이하늬 씨의 첫 등장이 더 직관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나리오를 다시 써서 이 영화에 나오는 민개인(이하늬 분)의 첫 등장을 찍었는데 시간도 하루밖에 없어서 후다닥 끝냈다. 첫 등장과, '조상님을 만나러 갈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두 신을 한 번에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동훈 감독에게 많은 힘이 돼준 것은 역시 배우들이었다. 그는 387일간의 여정을 함께한 류준열, 김태리에 대해 "이 영화에서 제가 필요했던 두 주인공의 모습은 청춘이었다. 이들은 좀 다르지만 뭔갈 하고 싶어 하는, 내적 의지가 강한 캐릭터"라며 "촬영하면서 두 배우가 보여준 집중도가 너무 좋았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세 번 헤어지는데 두 배우를 데리고 멜로를 찍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둘만 느끼는 교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는 게 너무 재밌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첫 촬영 때 가짜 결혼식 장면을 찍었는데 그걸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돼서 잠이 안 오더라. 근데 둘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고, 그 장면을 재밌게 찍었다"며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다. 전작에서 호흡을 맞춰봤던 배우라서 둘이 커뮤니케이션을 알아서 잘했고, 영화 내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배우들의 대단함은 몰입도를 만들어버린다는 거다. 저뿐만 아니라 그 배우들과 같이 작업했던 감독님들, 또 보시는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영화 보는 내내 그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야 하는데 그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배우들인 것 같다. 배우는 완성되지 않는 게 더 좋은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또한 2부에서 분량이 다소 적은 김우빈에 대해서는 "역할이 크든, 작든 존재감이 있는 배우가 있다. 내용상 어쩔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썬더'가 나와서 '무륵'이를 때릴 때 후회했다. '한 대 더 때리게 할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사실은 '썬더'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변한다. 그의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사람이 저렇게 잘 걸을 수 있다니', '저렇게 쉽게 고독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니' 하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김우빈은 볼 때마다 좋다. 사석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최동훈 감독에게 '외계+인'은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암살'을 오랫동안 준비했고, '암살' 찍고 번아웃이 왔었다. 근데 '외계+인'을 찍고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번아웃이 웬 말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신인 감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며 "몸은 아픈데 정신이 젊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다 받아들여야 한다. 우스갯소리가 '1부보다는 잘 되겠지'라고 하지만, 흥행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흥행을 예측하거나 하진 않고, 2부가 이 세상에 나오면서 이 영화가 완성됐다는 것 자체로 기쁘다"라며 "팍팍한 세상에 작은 재미라도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외계+인' 2부의 최동훈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2년 7월 개봉한 '외계+인' 1부의 후속편으로, 큰 기대 속에 개봉했지만,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기록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동훈 감독의 첫 흥행 실패였다.
이날 최동훈 감독은 "'영화감독의 운명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성공이나 실패나 다 과정이라는 걸 느꼈다. 1부가 끝나고 나서 그게 끝이 아니고, 저에게는 2부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동력을 찾아야 했다. 근데 OTT에로 본 관객들의 반응을 듣는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후반 작업을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 '타짜'는 4주 안에 끝냈어야 했고, 영화가 커지다 보니까 후반 작업 기간이 늘어났는데 그렇다고 1년 반 동안 할 줄은 몰랐다"며 영화라는 게 결과가 너무 중요하고, 그걸 떼놓을 수는 없다. 근데 내가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걸 느껴서 좋았다. '내가 영화를 사랑하고 좋아했지'라며 모니터링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며 "저도 제 영화에 만족해야 하지만, 관객들도 만족해야 하고, 그게 감독으로서 예의라고 생각했다. 도사 나오는 영화를 찍다 보니까 '도를 닦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외계+인' 2부는 편집 버전만 52개, 편집만 150번 이상을 거듭했다.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셈이다. 최동훈 감독은 "편집실에서 편집하고, 집에 와서 그걸 봤다. 나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도 아니고, 지나가다 본 사람이라고 뇌를 속이는 것"이라며 "그러고는 빈틈을 발견하면 다음 날 편집실 가서 일주일 동안 다시 편집하는 과정을 150번 동안 반복했다. 중복되면 안 되고, 너무 설명적이어도 안 되게 이어져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펙터클한 어드벤처라도 중간중간 숨은 쉬면서 봐야 한다. 바쁘게 따라가다가도 한 번쯤 웃거나 긴장감을 늘리면서 템포를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2부 초반에 등장하는 4분 30초의 1부 요약본을 완성하는 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도, 최동훈 감독의 깊은 고민을 대변한다. 그는 "어떻게 하면 몰입에 도움이 될지 고민했고,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우빈, 김태리 씨에게 부탁했다. 두 캐릭터만이 1부의 전모를 아는 사람들이었다"며 "두 분한테 녹음본을 받고, 작업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2부의 시작을 여는 건 이안(김태리 분)이 돼야 할 것 같더라. 우빈 씨가 했었던 내레이션은 지금보다 더 장엄했다. 근데 이안의 목소리로 하는 게 더 솔직하게 들리더라. 녹음만 열 번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 과정에서 재촬영도 거쳤다고. 그는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인데 편집하면서 가장 몰입하기 좋은 형태를 찾다가 이 결과가 나온 거다. 문제는 이하늬 씨의 첫 등장이 더 직관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시나리오를 다시 써서 이 영화에 나오는 민개인(이하늬 분)의 첫 등장을 찍었는데 시간도 하루밖에 없어서 후다닥 끝냈다. 첫 등장과, '조상님을 만나러 갈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두 신을 한 번에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최동훈 감독에게 많은 힘이 돼준 것은 역시 배우들이었다. 그는 387일간의 여정을 함께한 류준열, 김태리에 대해 "이 영화에서 제가 필요했던 두 주인공의 모습은 청춘이었다. 이들은 좀 다르지만 뭔갈 하고 싶어 하는, 내적 의지가 강한 캐릭터"라며 "촬영하면서 두 배우가 보여준 집중도가 너무 좋았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세 번 헤어지는데 두 배우를 데리고 멜로를 찍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둘만 느끼는 교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는 게 너무 재밌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첫 촬영 때 가짜 결혼식 장면을 찍었는데 그걸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돼서 잠이 안 오더라. 근데 둘이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고, 그 장면을 재밌게 찍었다"며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다. 전작에서 호흡을 맞춰봤던 배우라서 둘이 커뮤니케이션을 알아서 잘했고, 영화 내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배우들의 대단함은 몰입도를 만들어버린다는 거다. 저뿐만 아니라 그 배우들과 같이 작업했던 감독님들, 또 보시는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영화 보는 내내 그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야 하는데 그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배우들인 것 같다. 배우는 완성되지 않는 게 더 좋은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또한 2부에서 분량이 다소 적은 김우빈에 대해서는 "역할이 크든, 작든 존재감이 있는 배우가 있다. 내용상 어쩔 수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썬더'가 나와서 '무륵'이를 때릴 때 후회했다. '한 대 더 때리게 할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사실은 '썬더'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변한다. 그의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 '사람이 저렇게 잘 걸을 수 있다니', '저렇게 쉽게 고독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니' 하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김우빈은 볼 때마다 좋다. 사석에서도 그렇고,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최동훈 감독에게 '외계+인'은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암살'을 오랫동안 준비했고, '암살' 찍고 번아웃이 왔었다. 근데 '외계+인'을 찍고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번아웃이 웬 말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신인 감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며 "몸은 아픈데 정신이 젊어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다 받아들여야 한다. 우스갯소리가 '1부보다는 잘 되겠지'라고 하지만, 흥행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흥행을 예측하거나 하진 않고, 2부가 이 세상에 나오면서 이 영화가 완성됐다는 것 자체로 기쁘다"라며 "팍팍한 세상에 작은 재미라도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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