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들어갈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데드맨' 시나리오를 보고 하준원 감독에게 건넨 말이다. 시나리오 작업과 바지 사장 세계 취재만 5년이 걸렸다. 하준원 감독의 열혈 취재와 노력이 깃든 '데드맨'이 봉준호 감독의 응원에 힘입어 배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과 함께 관객들을 찾는다.

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영화 '데드맨' 제작보고회가 개최된 가운데, 하준원 감독과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하준원 감독은 "겉으로 보면 한 남자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진범을 찾아가는 직선적인 구도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세 캐릭터가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하나의 이름을 두고 세 개의 목적을 가지고 톱니바퀴처럼 달려가는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설계할 때 하나의 오케스트라라고 생각한다면 이만재는 극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이끄는 악기라고 생각했고, 심여사는 공연의 전체를 설계하는 지휘자, 공희주는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청중의 입장으로 두고 극을 구성했다"라며 '데드맨' 연출 주안점을 설명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 연출작 '괴물'의 공동 각본을 썼던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명의 도용과 '바지사장' 세계를 소재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 얽히고설킨 다채로운 캐릭터 군단 등 독특하고 신선한 범죄 추적극을 만들어냈다.

조진웅은 바지사장계의 에이스에서 누명을 쓰고 '데드맨'이 된 남자 이만재 역을 맡았다. 김희애는 이름을 알리는 데 정평이 난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 심여사로 분해 대체불가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수경은 이만재의 행방을 쫓는 '이만재는 살아있다' 채널의 운영자 공희주 역을 연기한다.

조진웅은 "이름대로만 살면 좋을 것을 그렇게는 못 사는 인간인가 보다. 어떻게 되는지는 영화를 보시면 안다. 세상 사는 게 어려워서 팔다팔다 이름까지 팔게 되는 인물이다"라며 이만재 역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굉장히 잘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취재를 5년 정도 꼼꼼히 하셨더라. 이런 비극적인 일들의 실타래를 잘 풀어보면 어두운 곳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심을 줄 것 같았다. 감독님의 치밀함도 고스란히 녹아져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인 스크립트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희애는 심여사 역에 대해 "그동안 보도 듣지 못한 캐릭터였다. 1000억 횡령 누명을 쓴 이만재를 다시 세상에 끌어내는 인물"이라면서 "너무 매력적이어서 아마 여배우라면 너무나 탐낼 만한 역할이었다. 전해들었는데 하준원 감독님이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을 공동 집필하셔서 친분이 있어서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다. 심여사는 어떤 배우가 좋을까 의논하시다가 떠오르지 않다고 하시더라. 나에게는 신비롭고 귀한 역할이었다. 너무 행복했다"라며 심여사의 매력을 자랑했다.

또한 김희애는 "굉장한 파워와 돈이 있다. 그래서 나의 재력을 통해 이만재를 다른 세상으로 끌어낸다. 극중 내가 빌런이 될 지 이만재의 큰 빽이 될 지 보시면 알 것 같다"라며 '데드맨' 관람을 독려했다.

이수경은 "나의 아버지가 이만재 사건과 연루돼있어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만재를 추적하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굉장히 뜨겁고 집요한 여성이다. 초중반부터 그 목표만을 달려갔던 이 캐릭터의 성격이 이만재를 만난 이후 조금씩 바뀐다. 이 부분도 참 매력있었다"라며 공희주 역을 소개했다.


조진웅은 자신만의 주안점도 털어놨다. 그는 "상황들이 극변한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일관적인 관통선을 가지곤 있지만 '그 상황에 100% 던져보자', '날 것처럼 드러내볼까'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김희애는 "이미 여러 작품을 했지만 '데드맨' 이만재는 조진웅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진웅의 매력을 극찬했다. 이어 그는 "심여사는 너무나 다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어서 외적으로도 변신이 필요했다. 미술, 분장, 헤어팀이 '어떻게 하면 김희애처럼 안 보일까?' 고민했다. 배우는 그 전의 인물과 최대한 다르게 보이는 게 신나고 재밌는 작업이다. 그래서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준원 감독은 '데드맨' 탄생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이름을 가지고 태어나서 책임을 갖고 살지 않나. 살다보면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지 못하고 대리인의 이름으로 그걸 대신하는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감독이자 작가로서 사회적인 문제 의식을 갖게 돼 대중적인 이야기로 풀어보자고 생각했다. 바지 사장은 굉장히 익숙한 단어인데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소재이기 때문에 '이름'이라는 화두와 붙었을 때 조화로울 것 같았다"라며 '데드맨' 소재로 바지 사장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실제로 하준원 감독은 '데드맨' 준비를 위해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그는 "바지 사장계 취재가 상당히 어렵더라. 본인들의 정체를 노출하는 경우도 없고 명의 거래도 취재해야 하는데 어려웠다. 외국으로 넘어가서 벌어지는 실제 범죄 사건을 접했는데 위험한 취재였다. 그런 취재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방대한 자료로 여러분들이 즐기실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김희애는 '데드맨'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 깜짝 놀랐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감독님이 어려운 세계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조사하셨다고 해서 놀랐었다. 보시면 아실 거다. 허구와 진짜의 세계가 넘나들면서 뭐가 진짜인지, 드라마인지, 8색조 같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희애는 '데드맨' 출연 배우 중 누가 캐릭터 싱크로율이 가장 높았냐고 묻자 "나이고 싶다. 욕심이다. 나의 소망이다"라고 웃은 뒤 "극 중 힙스터로 나오는 소녀시대 최수영. 어떻게 그렇게 노래도 잘하면서 연기를 잘하는지, 그 인물에 딱 맞게 시크하면서 요즘 MZ 세대처럼 너무 매력있었다"라며 최수영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조진웅은 바지 사장 세계를 원래 알고 있었는지 묻자 "전혀 알지 못했다. 감독님이 취재 자체가 힘드셨다고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세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현명하고 올바른 방법들이 있었을텐데, 바지 사장은 막연한 단어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대답했다.


앞서 하준원 감독은 바지 사장 세계를 취재할 때 위험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힌 바. 이와 관련해 어떤 위험한 순간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범죄 영화를 쓰는 경우, 취재를 하다보면 취재원도 있고 깊이 들어가서 보면 노출을 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 조차 언급하는 과정에 있어서 부담이 되는 면이 있다. 자세히 말씀드리긴 그 분들의 입장도 있고 해서 말을 아끼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하준원 감독은 첫 연출작 '데드맨' 이후 감독으로서 계획에 대해 "첫 작품을 범죄 영화로 인사드리게 됐는데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긴 한다. 주제 의식이 뚜렷하고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있으면서 대중적으로 흥미로운 영화를 찍는 게 대중 영화 감독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하준원 감독은 "대본을 보시면 '이건 들어갈 영화다, 안 들어갈 영화다'라는 걸 직관적으로 말씀해주시는 편이다. 대본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이나 캐스팅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다. ''데드맨'은 들어갈 것 같다'라며 힘을 주신 기억이 있다"라며 봉준호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준 이후 얻은 조언을 고백했다.

영화 '데드맨'은 2월 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