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토크쇼를 지향하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 '도망쳐'가 정규 편성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새 시사교양 프로그램 '도망쳐: 손절 대행 서비스'(이하 '도망쳐')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연출을 맡은 조철영 PD와 MC 김구라, 김대호, 풍자가 참석했다.

'도망쳐'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 '몹쓸 인연'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김구라, 김대호, 풍자가 대신 관계를 정리해 주는 토크쇼다. MBTI(성격 유형 검사) 결과, 극 'T'(thinking·사고형)라는 세 사람이 MC로 모여 이목이 쏠린다.

이날 조철영PD는 '도망쳐'에 대해 "누구나 해봤던 누구나 받아봤던 인간관계에 대한 난제나 손절을 고민하는 순간들에 대해 우리가 다 같이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한번 얘기해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너무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은 톤으로 모두가 경험해봤던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 '도망쳐'는 재정비 기간을 거쳐 정규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김구라는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며 "감각있는 PD라 믿고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풍자는 "파일럿에 이어 살아남아서 감개무량이다"며 "매번 촬영 때마다 화를 내고 눈물 짓고 있다. 많은 공감대가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호는 "많은 분들이 나처럼 직장 생활에서 손절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많은데 정말 '도망치라'고 말만 하고 어디로 도망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를 마련했으니, 같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유하고 있는 고민들을 가지고 공감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조PD는 정규 편성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파일럿 방송 때는 도망쳐야 하는 대상에 좀 더 집중했다. 그래서 대상이 어떤 인격장애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나 쪽으로 조금은 전문적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다"며 "정규로 편성되고 나선, 방송 시간대와 파일럿 이후 피드백을 고려했을 때, 도망쳐야 하는 대상에 집중하기 보다는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망치라'고 뜯어 말리는 쪽으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조PD는 세 MC의 조합에 대해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조PD는 "김구라 선배는 왜 도망쳐야 하는지 조목조목 잘 알려주고, 풍자는 잘 들어주다가 마지막에 도망치라고 과하고 격하게 얘기해준다. 김대호 선배는 왜 도망쳐야 하는지 정말 독특한 시각으로 말해주는 분이라 조합이 되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기존 고민 상담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뭘까. 김대호는 "일반적으론 사연자들의 고민을 듣고 사연자들의 편을 들어주는 고민상담을 하는데, ('도망쳐'는) T계열이 많이 모여 있어서 아무리 사연자라도 우리를 설득하지 못하면 편을 안 들어준다. '사연자가 고민을 보내기 전에 본인부터 돌아봐야 한다'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풍자는 "보통 연인 관계나 직장 상사에 대한 고민 상담을 많이 받아봤는데 '도망쳐'는 가족관계에 대한 문제도 많이 나온다"며 "나도 MC로 매회 참여하고 있지만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가 생각도 좀 하고 있다. 사연자 얼굴도 공개된다. 편지나 제보로 이뤄진 게 아니라 아무래도 공감이 많이 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김구라는 "젊은 친구들이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나 때만 해도 이렇게 감성적일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게 아닌 거 같다. 고민 상담 프로그램은 원래 대동소이한데, 다만 저희는 고민을 상담해주는 MC들의 3인 3색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구라는 또한 "저희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주는 분들은 본인들의 의지도 중요하다"며 "예전에 전쟁 포로를 풀어줬는데, 남겠다는 포로들도 있었다. 그런 답답한 경우엔 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지금 이 상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 상황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주려고 진심으로 다가갔다"고 덧붙였다.

조PD는 사연의 '리얼함'을 강점으로 꼽기도 했다. 조PD는 "우리가 지향하는 점은 리얼리티 토크쇼"라며 "나오는 분들의 자료나 사연들이나 말씀하신 것들이 정말 진짜 이야기들이다. 각색을 안 한, 날 것 그대로 처해 있는 상황이 나올 것 같다. 현실을 이기는 드라마는 없다고 하듯이 막장 같은 놀라운 이야기들이 강점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대호와 풍자는 지난해 활약에 힘입어 나란히 'MBC 연예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대호는 "상 좋다. '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굳이, 상이 다 그렇지 뭐' 별로 그렇게 큰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받으니까 기분이 좋더라"며 "후배 아나운서들에게도 꼭 받아보라고 할 만큼 인상 깊었다. 꼭 열심히 해서 우수상까지 한번 받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너무 이르지만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대호는 또한 신인상 수상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고맙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하던 일 계속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도망쳐'가 파일럿으로 시작해서 정규 편성까지 하게 됐다. 변화된 부분도 있어서 잘 맞춰서 책임감을 갖고 겸손하게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보도록 해 보겠다"고 말했다.

풍자는 "그동안 재밌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도망쳐'를 통해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아이콘'이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상이 조금 달다. 또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에도 '도망쳐' 열심히 해서 셋이서 베스트 커플상 받으면 어떨까 싶다"고 전했다.

'도망쳐'는 22일 오후 9시 첫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