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도 영화 '소풍'을 택했다. 노인들의 삶과 그들의 존엄사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소풍'이다.

23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소풍'(감독 김용균)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용균 감독을 비롯해 배우 나문희, 김영옥, 류승수가 참석했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가수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가 OST로 삽입됐다.

이날 김용균 감독은 '소풍'이 11년 만의 연출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작이 2013년이더라. 11년 만이라 감개무량하다. 개인적으로 감회가 깊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영화인 거 같다.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년들의 삶을 다룬 '소풍' 연출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고 했다. 김용균 감독은 "그 마음들을 감히 헤아릴 수 없어 시작할 때부터 난감했다. 제가 이해하기엔 뭔가 어쭙잖은 느낌이 들어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 많이 여쭤봤다. 작품의 첫 번째 관객으로서 지켜본 매력이 정말 컸다. (그 매력이) 고스란히 관객들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풍'에서는 현실적인 80대 노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특히 노인들의 대한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소재에 대해 이야기하던 나문희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남편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은 마음대로 죽을 수 있다고 하는 걸 보건소에서 봤는데, '소풍' 촬영할 때만해도 연명 치료하는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영감과 함께 '연명 치료가 싫다'고 했다. 보건소에서는 대형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입원하는 절차들이 힘들더라. 그걸 하지 못하고 한 사람은 갔다"고 덧붙였다.

나문희는 "여기서 현실과 다른 건, 이제 보건소에서도 (연명 치료를 ) 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래도 이 작품이 현실과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풍'을) 볼 때는 다른 사람들의 연기만 봤는데 이번엔 현실적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는 특별한 OST가 등장한다. 바로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다. 임영웅은 OST로 사용된 음원 저작권료를 기부하기로 했다.

김용균 감독은 영화 OST로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를 삽입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용균 감독은 "저희 영화가 80대의 삶을 다룬다. 영화 음악을 사용할 때 아이러니한 곡을 쓰면 재밌겠다 싶더라. 상상도 못한 음악을 제안해 줬을 때 그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채워지지 않았다. 위로, 포근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곡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우연히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며 "저희 제작진이 온마음을 다해 편지를 썼다. 그걸 읽어 봐 주셨다. 나문희, 김영옥이 출연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런 마음을 알아주신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용균 감독은 "임영웅이 음원 저작권료를 기부까지 했다"며 "임영웅에게 정말 감사하고, 이걸 지지해 주신 영웅시대(임영웅 팬덤명)에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임영웅의 팬으로 알려져 있는 김영옥은 "그 친구(임영웅)가 행사를 해도 어마어마한 개런티를 받을 텐데, 어림도 없는 허락을 해준 거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팬인데 노래까지 깔리니 '대박'이라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팬이니 그런 게 좋을 수밖에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나문희는 임영웅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지난 21일 열린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투어 2023'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 나문희는 당시 임영웅이 직접 팬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코너에 편지를 보냈다. 사연에서 나문희는 자신을 '일산에 사는 호박고구마'라 소개하며 지난해 12월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나문희는 "나도 콘서트를 보고 싶어서 편지를 썼다. 우리 '소풍'에 OST까지 선사해 주니 감사한 마음도 컸다. 원래 콘서트를 가고 싶었는데 표도 비싸서 못 갔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내 사연이 채택이 됐더라. 콘서트에서 아버니지에 대한 음악, 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을 불러주더라. 정말 너무 잘 불렀다"고 전했다.

당시 콘서트에 동행했던 김영옥은 "나문희가 사연 쓴 것도 몰랐다가 거기서 알고 깜짝 놀랐다. 본인도 채택될지 몰랐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소풍'은 구정이 직전인 2월 7일 개봉된다. 김용균 감독은 "저희 '소풍'이 구정에 개봉하게 됐다. 고향가는 날이다. 고향은 마음의 안식처같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고향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떠올리기만 해도 몽글몽글하고 설레는 곳이다. 평생을 떠올리게 되고 가슴 시리고 애틋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모든 감정들을 배우들이 잘 표현해 주셨다. 관객들도 그 소중한 감정을 보시고 공감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나문희는 "손꼽아 기다렸다. 구정에 상영되니 축복받은 거 같고 감사하다. 관객 여러분들도 좋은 마음으로 구정에 '소풍'을 보며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란다. 모두 행복하셔라"고 전했다.

김영옥은 임영웅의 팬답게 임영웅의 트레이드마크인 '건행'(건강하고 행복하세요)를 외쳤다.

류승수는 '소풍'의 공감 가득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예고했다. 그는 "저도 50대 중반이 되니 영화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제 아버지도 사실 요양원에 계신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말했다.

또한 류승수는 "작품에서 나문희가 김영옥을 목욕시켜 주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면서 좋은 친구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생로병사는 피해갈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건강을 위해 깨달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풍'은 오는 2월 7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