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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엄마' 김미경, 김태희→신혜선 '자식 70명'.."김혜자 선생님 경이로워"[★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4-01-28

과거 '국민 엄마'가 김혜자였다면, MZ들의 '국민 엄마'는 김미경이다. 배우 김미경은 지난해 '대행사', '닥터 차정숙', '사랑한다고 말해줘'만 해도 4편의 드라마에서 다양한 '엄마' 역할을 맡으며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또 오해영' 엄마, '고백부부' 엄마에 이어 이번 JTBC 토일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극본 권혜주, 연출 차영훈) 엄마,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 엄마까지. 김미경표 '엄마'는 거칠 것 없고 담백하다. 세월을 맞아 툭툭 내뱉는 시니컬한 말투에서 웃음이 날 때도 있고, 가슴이 훅 맞을 때도 있다. 어느새 많은 시청자가 '김미경표 엄마'에 중독됐다.

'웰컴투 삼달리'는 한라산 자락 어느 개천에서 난 용, 삼달(신혜선 역)이 모든 걸 잃고 추락한 뒤, 개천을 소중히 지켜온 용필(지창욱 역)과 고향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며 사랑도 찾는 청정 짝꿍 로맨스.

김미경은 극중 삼달의 엄마이자 해녀회장인 고미자 역을 맡았다. 미자는 물질 중 평생 짝꿍 부미자(정유미 분)를 잃었고, 부미자의 남편 조상태(유오성 분)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앗아간 죄인으로 20년을 살았다. 미자는 딸 삼달이 상태의 아들 용필과 사랑에 빠졌음에도 세상을 떠난 친구와 상태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했다.


-최근 엄마 캐릭터로 주목받은 작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저는 그동안 엄마 역을 한 게 너무 오래됐다. 이번 역할들이 다른 것보다 특별하진 않았다. '웰컴투 삼달리'나 '이재, 곧 죽습니다'는 엄마의 서사가 있지 않냐. 연기할 때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삼달이 때문에 속 터져서 내복바람으로 뛰어다니기도 했는데.

▶내복 입고 뛴 건,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왜 이 엄마는 벗고 뛰지?'라고 생각했다. '또 오해영' 때도 화가 나면 벗어제끼는 엄마였다. 그냥 받아들였다. '내가 그렇지 뭐' 했고 수영복을 입고 뛰라면 뛰어야지 받아들였다. 고미자는 다른 엄마를 맡았을 때와 똑같은데, 제가 엄마이지 않냐. 엄마가 가진 엄마의 마음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던 것 같고 그냥 제 마음으로 갔다.

-유오성과 호흡은 어땠나.

▶극중 이야기를 보면 고의는 아니지만 제 친구 미자가 물에서 살아나오지 못했고 남편인 유오성 씨가 저에게 그런 마음을 갖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갔다. 평생 숨죽여서 살다가 아이를 위해 지난날의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부딪힘이 있고 해소했어야 했다. 유오성 씨는 저랑 거의 40년 가까이 지낸 누나 동생 사이였다. 연기 호흡으론 아주 옛날 연극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서 이 친구와 연기를 하면 아주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유오성 씨가 연기를 워낙 잘해서 나름 제 느낌도 굉장히 진심으로 진하게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 연기 잘하는 사람과 같이 연기하면 도움을 많이 받는 거다.

-최근 엄마 역이 다 따뜻한 엄마 역이었던 것 같다.

▶다른 역도 해보고 싶을 수 있는데 저에게는 나쁜 역을 안 주시더라. 저 나쁜 사람이다.(웃음) 저는 엄마가 아니라 다른 악역도 좋고 해보고 싶은데 그런 역을 주시더라.

-MBC '밤에 피는 꽃'에선 시어머니 역 아닌가.

▶매서운 시어머니의 전통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고 싶어하는 허당이다. 살짝 코믹도 있다.

-최근 작품 '이재, 곧 죽습니다'와 '밤에 피는 꽃'에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슬픔을 공통적으로 보여줬다.

▶'이재'에선 이재가 죽지 않냐. 이 마음이 끝일까, 그런 마음을 깊이 파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다가가려고 했다. 영안실에서 죽은 아이를 붙잡고 '일어나'라고 하는 장면에선 저도 너무 몰입해서 신이 끝나고 한참동안 진정이 안 됐다. 드라마 결이 달라서 '밤피꽃'은 코믹이 많다. 이걸 넘나드는 연기를 한다면 그 무게가 이재만큼 무겁진 않다. 이재에선 진심을 다해서 가야했다.

-실제론 어떤 엄마인 것 같나.

▶딸에게 한번 '너는 엄마가 왜 좋으니'라고 물으니 '엄마가 개그맨 같아서 좋아'라고 했다. 무서운 엄마가 아니어서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저는 딸이랑 베프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을 못하고 친구에게 비밀 얘기를 하던데 우리 딸은 저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다.


-'국민 엄마'란 타이틀이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냐.

▶되게 쑥스럽다. '국민 엄마'는 우리 엄마지.(웃음) 그 수식어는 아직까지 저에겐 낯설고 '내가 무슨 감히'란 마음이 든다. 제가 가끔 '전원일기' 재방송을 본다.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정말 너무 경이롭더라. 그런 분이 정말 '국민 엄마'겠다.

-스타 자식만 7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40대부터 엄마 역을 많이 했다.

▶'햇빛 쏟아지다'에서 류승범의 엄마를 하라고 하더라. 한번 했는데 그거 끝나고 계속 엄마 역이 물밀듯이 들어오더라. 그때부터 '엄마'가 됐다.

-'엄마' 역을 벗어나고 싶진 않았나.

▶제가 정한 기준에 반하지 않으면 일을 웬만하면 하는 편이다. 엄마 역이라고 해도 서사가 없는 경우도 많지 않냐. 누군가의 엄마일 뿐인 경우가 많은데, 어우러짐 속에서 엄마가 힘을 보탤 수 있는 역할이면 얼마든지 오케이다. 그게 아니고 소모적이면 하면서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삼달리'에서 신혜선과 모녀로 호흡을 맞췄는데.

▶여러 딸이 있었는데 역할로 이런 진상이 또 없었다. 개성이 다 뚜렷해서 너무 재미있게 찍었다. 모든 딸들과 호흡을 맞추며 재미있게 찍었다.

-김미경 배우의 엄마는 어떤 엄마로 기억하나.

▶제가 자식에게 하는 게 엄마에게 배운 거겠다. 우리 엄마가 아흔 아홉이시다. 거동은 힘드시지만. 제가 10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네 자매임에도 아빠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게 어머니가 우릴 키우셨다. 엄청나게 강한 분인데 무섭지 않고 딸 누구에게도 소홀함 없이 따뜻하게 키우신 것 같다. 나머지 우리 자매들도 자식들을 키우는 것 같다. 우리 엄마 만큼은 내가 못하는 것 같다.

-난감했던 엄마 역할도 있나. '닥터 차정숙'에서 엄정화의 엄마 역도 했는데.

▶기가 차더라. 엄정화 씨가 저랑 6살 차이가 나더라. 감독님을 만나서 '이건 제가 변장을 한다고 해도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는데 감독님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가능하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내가 28살 때 80살 노인 역도 했는데 '해봅시다' 하면서 했다.

-'삼달리'에서 제주 사투리, 해녀 역을 위해 준비한 과정도 있었겠다.

▶사투리는 제가 '탐나는 도다'를 찍은 적이 있어서 배웠다. 조선시대 설정이어서 맨살에 저고리 입고 반토막 오리발을 찼꼬 수경도 없이 물에 들어갔다. 원시적으로 찍었지만 되게 재미있게 찍은 기억이 있다. 저는 물이 무서운데 물을 좋아한다. 이번에 찍을 땐 오히려 고무복이 잠수할 때 방해가 됐다. 부력이 어마어마해서 납을 차지 않으면 둥둥 뜨더라. 납을 13kg을 달고 찍었다.


-김미경 배우는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가 특징이다. 실제 자신의 말투와 싱크로율이 어느 정도인 건가.

▶드라마가 가진 엄마들의 특성에 맞춰서 연기하려고 한다. 한없이 자해로운 엄마도 연기했는데 나는 '개그맨 엄마'가 마음에 든다.

-종영 이후에도 마음에 남는 자식 역할의 배우도 있겠다.

▶끝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친구가 있는 반면에, 아직까지 전화하면 '엄마' 하는 배우가 있다. 장나라 씨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친구처럼 됐다.

-실제로 자식 삼고 싶었던 배우는?

▶거기까지는?(웃음) 예를 들어 나라 씨를 보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얘길 하면 나이 차이를 못 느낀다. 장나라 씨는 몸 속에 90살 먹은 노인이 들어있는 것처럼 생각이 깊다. 이 친구와 사는 얘길 하는 게 재미있다. 자주는 못 보지만 김태희 씨도 가끔 본다. 어제도 공연을 같이 봤는데, 이 친구는 정말 톱스타 같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이 너무 예쁜 사람이다.

-'엄마' 역만 보자면 어떤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나.

▶'고백부부', '하이 바이 마마', '삼달리', '또 오해영'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해, 현재 데뷔 40년 차 배우가 됐다.

▶연극인들이 힘든 직업이었지만 '연기를 해서 먹고 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저는 죽기 전까지도 연기를 하고 싶다. 연기를 오래 할 수 있는 게 행운이고 감사한 것 같다.

-탐나는 역할이 있다면?

▶제가 일 욕심이 많고 일중독이다. 극단적인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생각해 보면 제가 나이가 많이 들었더라. 액션도 하고 싶은데 내가 이 몸으로 액션을 하면 소화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서글프기도 하다. 그래도 다양한 걸 많이 해보고 싶다.

-대학병원에서 깜짝 주차요원이 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저는 어릴 때 운동선수가 꿈이었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내가 다칠까봐 운동하는 걸 반대했다. 내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려고 한다. 내가 대학병원에 건강검진을 간 적이 있는데 주차 구역이 좁았다. 차를 다시 빼는데 제가 그런 걸 못 본다. 슥 '제가 해볼까요'라면서 했다.


-드럼 친 모습도 화제였다.

▶6년 만에 스틱을 잡아서 엉망이었을 거다.

-최근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이재'를 찍으면서 스카이다이빙 자격증을 따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줄 몰랐다. 남에게 매달려보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오토바이도 살까 말까 5년째 고민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면 빌려서 타보려고 한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작년엔 '내가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4작품을 한꺼번에 찍었다. 하나는 사극이어서 전국 세트장을 돌아야했고 무슨 정신으로 일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특화된 몸인 것 같다.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 1인 13역으로 시작했다. '한씨연대기'에서 딸, 간호사, 미군 장교 등 10초 만에 옷을 갈아입으며 1인 다역을 연기했다. 그게 몸에 익은 것 같다. 저는 한 역할만 하면 게을러지고 상반된 역을 동시에 해야 긴장도가 이어져서 연기를 하더라.

-중년의 멜로 연기는 어떤가.

▶멜로는 정말 쥐약이다. 두드러기가 나서 못 하겠다.(웃음) 멜로를 좋아하지만 나보고 하라면 못 하겠다. 저에게 단 한번도 멜로를 제안한 분도 없었다.

-워커홀릭이 될 정도로 어떤 부분에서 연기가 좋은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다. '한씨연대기' 총 리허설을 봤을 때 우리 이야기더라. 그때 입단했꼬 일을 하면서 제가 느끼는 건 치유가 된다는 것이었다. 무대 위에서 자유로움이 있고 해가 갈수록 비워내는 작업으로 새 인물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비워지고 놓아지고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다.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게 됐다. 스트레스는 거의 안 받는 편이다. 이 인물을 내가 잘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감정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있지만 육체적으론 그렇지 않다.

-40년 동안 연기를 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남았던 것 같은지.

▶이게 중단되지 말았으면 하는 느낌이다. 내 일을 하면서 저는 되게 행복하다. 내가 비워내지는 게 굉장히 좋다.

-연기자로서 목표는?

▶달달한 목표를 세우거나 하는 건 없고, '이게 내 진심인가, 최선인가, 이게 단가' 하는 싸움은 계속해서 할 것 같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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