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가 흥행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세계적인 관심을 쏟아낸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 오는 2월 개봉을 앞둔 차기작 '도그데이즈'로 스타뉴스와 마주한 배우 윤여정은 자신의 스크린 활동 재개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다소 뼈있는 발언을 했다. 자신을 향한 관심에 대한 솔직한 소신이었다. 그 자체로도, 답변에 담긴 의미로도 내공이 느껴지는 소신이었고 곱씹어볼 대목이었다.
윤여정은 26일 서울 삼청동 모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오는 2월 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도그데이즈'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 윤여정은 '도그데이즈'에서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애완견 완다와 따뜻한 케미가 돋보인 조민서 역으로 열연했다.
윤여정은 먼저 '도그데이즈' 출연 계기에 대해 조감독 시절 자신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었던 김덕민 감독과의 의리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하고 "감독님은 나와 서로 아무 것도 아닌 시절에 만났었고 이후 속으로 감독님이 나를 필요로 하게 되면 작품에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작품의 경우 감독과의 인연이 (출연 결정에 있어서) 가장 먼저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참을성이 많으셨다. 참을성이 없는 나를 많이 위로해주셨고 오랜 기간 조감독 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입봉까지 도달하기 위해 참고 (묵묵하게)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품이 좋으셨다"라고 말했다. 특히 윤여정은 "조감독 경력을 오래 쌓았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감독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신과 테이크를 완벽하게 가지고 와서 내게 (연기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연기 요청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현장에서 설명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감독님은 현장에서 찍어야 할 콘티만 딱 가지고 와서 효율적으로 촬영했다"라고 치켜세웠다.
윤여정은 자신의 극중 연기에 대해서는 "내 연기를 보며 참 상투적으로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작품을 보면 연기적으로만 보게 되는데 내 연기가 그랬다. 그리고 보기보다 내 모습이 까다롭다고들 하지만 현장에서도 밤새 써온 시나리오도 (자기만의 스타일로 가자면서) 애드리브를 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 편"이라며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많이 연구하려고 하는 편이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특히나 윤여정은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차기작으로 '도그데이즈'를 선택하며 마련된 이번 인터뷰 자리에서 작품 선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작품 출연 제안이 평소보다 많이 들어왔다. 그때 생각을 해보니까 난 이제 인생을 오래 산 입장에서 사람들이 (캐스팅 제안을 많이 하고) 그럴 때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업계에) 쭉 있었고 내게 주인공이 들어올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주인공 제안이 들어오는 걸 보고 씁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인공을 한다는 건 굉장한 책임감은 물론 흥행까지 요하는 것인데 나는 흥행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위험한 도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간사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간사한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외에도 윤여정은 영화계의 현실과 관련한 자신의 소신도 특별히 강조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공교롭게도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이후 사실상의 첫 국내 언론 인터뷰는 바로 '도그데이즈' 개봉 직전 시점이었다. 윤여정은 "그때 정이삭 감독을 도와서 6주 정도 촬영에 임했고 내 촬영은 5주째 되는 시점에 끝났는데 (너무 힘들어서) 끝나고 도망치듯 나왔었다. 그리고 나서 잊고 있었고 아무 계획도 없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미나리' 여우조연상 수상은) 불가사의한 일이고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하며 "산다는 건 참 불가사의다. 인생은 전위예술이자 영원한 미완성인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또한 윤여정은 자신의 스크린 복귀작 '도그데이즈'가 동료 김영옥 나문희 주연 영화 '소풍'과 설 연휴 시점이자 같은 날 개봉하는 것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고 "같은 날인 줄도 몰랐다. 서로 잘되면 좋은데 다만 (영화 관계자들 중에서) 돈만 안 잃었으면 좋겠다. BP(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성공"이라며 말을 이었다.
"영옥 언니는 나의 롤모델이에요. 나보다 10년 선배인데 이렇게 장기간 일을 한다는 것이 대단하죠. 내 나이가 지금 77세고 영옥 언니가 87세인데 어떨 때는 제가 언니에게 '한 프로그램씩만 해' 하고 놀리면 '이 역할은 내가 잘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해요.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나문희 언니는 저보다 고작 5년 위예요. 하하.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하버드 모 교수가 썼던 죽음에 대한 책을 봤는데 자기가 하던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라 하더라고요. 일상을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저도 일상 배우인데요. 배우하다 죽으면 잘 살다 가는 거죠."
한편 윤여정은 배우 활동 이외에도 tvN '윤식당', '꽃보다 누나', '여정의 여정' 등을 통해 예능에서의 존재감도 뽐내며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들 모두 나영석 PD와의 인연으로 완성됐다. 윤여정은 개봉을 앞두고 나영석 PD가 새롭게 론칭한 유튜브 예능 '나불나불'에도 출연했다.
윤여정은 나영석 PD와 관련한 질문에 "나영석 PD는 여우"라고 웃으며 답하고 "나영석 PD가 나를 캐스팅 하기 위해 쏟은 노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를 캐스팅 하려고 온 정성을 다했고 그때 점수를 많이 따서 '꽃보다 누나'에 나갔다. 지금은 미운정 고운정 다 든 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나불나불'에서는 와인을 마시면서 수다를 많이 떨었다.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돼서 방송이 걱정됐는데 걱정하지 말라면서 편집 잘하겠다고 말해줬다"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나영석 PD와의 예능 재회 여부에 대해서는 "나더러 '윤식당'을 자꾸 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노인학대로 걸린다고 했다. '윤식당'은 가짜로 할 수가 없고, 진짜로 다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나영석 PD가 작은 아들에게 '엄마를 생각해서 삼가하고 있다'라고 해서 우리 아들이 감동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도 아마 다 계산 했을 거다. 나 감동 주려고"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한편 윤여정은 영화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마주한 제재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 홍보 때문에 만났던 기억이 나는데요. (잘 몰랐는데) 갑자기 빨간 머리로 염색을 하고 온 애가 저한테 왔었죠. 제가 '염색하면 머리 상한다'라고 얘기해줬었죠. 그리고 이 친구는 참 헤비한 애구나 라고 느꼈어요. 하하. 그래도 저와 관련해서 질문을 하는데 정말 저에 대해서 리서치를 많이 해갖고 왔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어요. 저는 그게 인터뷰어로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앞으로의 행보 등에 대한 질문에는 "흘러가는대로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항상 제 삶이 제 뜻대로, 계획대로 안됐었죠. 제 나이가 70세가 되면 저로서 해야 할일을 부모로서도 다 하고 자녀들도 독립했을거니 빨리 죽으리라고 계획 세웠는데 벌써 그게 7년 전의 일이 됐잖아요. 지금 제게 지병이 있지는 않지만 앉아만 있어도 (하체가) 끊어지는 듯 아프기도 해요. 그래서 65세 때부터 운동을 했고 트레이너가 주3회 저와 함께 해요. (트레이너도) 제가 만약 운동을 안했으면 아카데미 상도 못탔을 것이라고 말해줬었어요. 13년 동안 저와 함께 하면서 제 몸을 제일 잘 아는 사람으로서 감사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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