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와 교권 침해의 첨예한 대립각에 불을 붙인 '주호민 재판'이 1심 선고로 재판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 두 키워드의 충돌 이외에도 주호민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특수교사 A씨와 관련한 설왕설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은 지난 1일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 선고기일을 열고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형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200만원 및 이수 제한 등의 명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이수명령,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주호민 부부가 아들을 통해 몰래 수집한 증거는 인정되며 일부 정서 학대 혐의는 유죄가 판단된다"라고 결론을 짓고 "맞춤 수업 과정에서의 짜증이 피해자 보호를 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다만 수업 중 발언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고 실제 어느 정도 해를 끼쳤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많은 이들이 선처를 요청한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법 수집 증거의 경우 피해자 모친이 아들로 하여금 몰래 녹음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다만 여러 규정을 고려했을 때 위법성 여부가 존재하는지 판단해야 하고 증거능력이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문제가 될 부분은 정당 행위와 관련되는데 녹음 행위가 정당한지는 대법원 판례 요건 등을 조건 별로 참고해야 한다. 이 사건은 아동학대 정황을 위해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볼수 있다"라고 전하는 모습이었다. 이어 "CCTV 미설치, 지적 장애 학생만이 수업을 받고 있었고 피해자가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으로서 보호 대상이고 이 수업도 의무교육에 포함되고 수업 녹음을 통해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라며 "녹음 행위는 정당하므로 증거 사용이 가능하다"라고 판시했다.
주호민 부부의 몰래 녹음 행위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고 두 키워드의 충돌을 촉발시킨 포인트였다.
먼저 주호민은 아들을 통해 몰래 녹음한 것에 대해 장애 아동 보호 차원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아동을 통해 교육 과정을 몰래 녹음해서 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을 위한 증거로 삼았다. 주호민은 재판 직후 "얼마 전에 몰래 넣은 녹음은 증거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굉장히 우려가 많았다"라고 말하며 "사실 이러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는 정말로 어떻게 이런 일들을 잡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것들도 어떤 방식으로 이런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운 어린이들, 노약자들 또 장애인들을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주호민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장애아동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학대의 정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방법이라는 것.
이 부분이 바로 교권 침해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으로 이어진다. 교사 입장에서 학생과의 교육을 진행하면서 누군가가 감시를 하고 심지어 인지도 못한 채 녹음이 되고, 이것으로 증거 수집을 할수 있다면 이를 악용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
A씨의 변호를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몰래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특수 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되면 교육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A씨는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주호민은 재판 직후 "자신의 자식이 학대가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당연히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고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시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 사건이 장애 부모와 특수교사들 간에 어떤 대립으로 비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 둘은 끝까지 협력해서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하는 정말 협력을 해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그런 것들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꼭 밝히고 싶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주호민의 생각은 이러하다고 하나 주호민의 이번 행동을 바라보는 다른 장애아동 학부모의 입장은 또 달랐다. 재판 직후 "너희 아들만 자폐아동이고 피해자냐"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고, A씨의 직무 해제로 인한 특수교사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왔따. 이전에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A씨가 직무해제가 되고 되려 자폐 퇴행이 오기도 했다", "A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등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주호민이 이번 민원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람과는 전혀 배치되는 대목이다.
주호민 아내를 향한 분노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주호민 아내와 함께 아들의 동급생을 둔 부모라고 밝힌 B씨는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호민 아내가 동의하지 않은 녹음을 하려 했다고 폭로하고 "학부모들 간의 대화도 무조건 녹음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알고 보니 우리 아이와의 수업을 녹음한 후에 특수 선생님이 직위해제됐고 재판을 받는 중에 또 자녀에게 몰래 녹음기를 넣어서 보냈다가 활동 보조인에게 걸려서 사과한 사건까지 있었다. 정말 소름 끼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는 반대로 A씨를 향한 곱지만은 않은 시선도 엿보인다.
주호민은 재판 이후 직접 진행한 생방송을 통해 A씨에 대한 선처 탄원서가 아닌 유죄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선처를 결심하고 만남을 요청드렸는데 (A씨가) 만나는 건 부담스럽다면서 변호사를 통해서 서신을 보내왔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들이 있었다"라고 주장하고 "선처 탄원서를 쓸 게 아니고 고소 취하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했고 위자료도 달라고 요청했다. 당황해서 답신을 못 드렸더니 2번째 요구서에는 금전 요구는 취하할테니 자필 사과문을 써달라고 했다.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모든 요구하는 문장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한 단어였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그때 선처 의지를 접고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변호인에 따르면 A씨는 앞서 2023년 8월 문제가 된 녹음 파일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고발 여부와 관련, "장애 학생의 아버지를 고발하는 게 장애 학생에 대한 아픔을 주는 거고 그 다음에 지금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그 장애 학생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지금 많이 걱정이 되고 눈앞에 어른거린다"라며 장애 학생에 대한 걱정도 있고 만약에 고발을 하면 장애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아픔을 느낄까 봐 도저히 고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호민의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A씨의 주호민과 주호민 아들을 향한 입장에도 다소 앞뒤가 안맞는 대목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기윤 변호사는 스타뉴스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당시 상황은 내가 변호를 맡지 않았을 때의 시점인 걸로 안다"라고 답했다. 이후 A씨는 "주호민에게 금전을 요구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하면서 "국선변호인에게 어떤 선에서 합의하는 게 좋을지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뿐"이라며 "추후 변호사에게 금전 요구 부분은 원하지 않는다고 요청했고 변호사는 주호민의 국선변호인에게 금전배상 요구를 삭제하고 다시 전달했다"라고 강조하고 "사실을 과장 확대해 왜곡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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