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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고다이"..'당당한 슈스' 이효리, 모교 달군 졸업식 축사 [종합]

  • 윤성열 기자
  • 2024-02-14
가수 이효리가 모교인 국민대학교에서 졸업식 축사로 후배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효리는 14일 오전 10시30분 국민대학교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2023학년도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축사로 나선 이효리는 "훌륭한 졸업생 선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날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시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랜만에 학교에 오면서 새삼 '우리 학교가 굉장히 아름다운 곳에 자리하고 있구나' 뒤에 북한산이 있고 공기도 너무 맑고 청명해서 가슴이 펑 뚫리는 기분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민대학교 국민대공연예술학부 연극영화과 98학번인 이효리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연기라기보다는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꿈을 안고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며 "그때만 해도 저는 특출나게 연기를 잘하지도 노래를 잘하지도 예쁘지고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금도 그 점은 크게 변함이 없지만, 운 좋게 연예계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사랑받으면서 잘 활동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하는 데 8년이나 걸린 내가 여러분 앞에서 떠들 자격이 있겠나 싶지만, 여러분보다 조금 더 산 것을 자랑삼아 한번 떠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사실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을 처음 해본다. 그래서 '연설이 무엇일까'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다"며 "국어사전에 연설이란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주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함'이라고 되어 있더라. 사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 누가 자기 주의, 주장,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길게 말하는 건 더욱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듣는 척하면서 들을 수 있지만 계속 그게 반복되면 그 사람 안 만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효리는 또한 "너는 너고 나는 난데 도대체 왜 내가 너의 일장연설을 들어야지. 머릿속에 늘 그런 생각을 했다. 사회 생활하면서 그런 사람을 종종 만났지만, 사실 그런 분들은 나에게 큰 임팩트가 없었다"며 "오히려 자기 주장이나 주의는 뒤로하고 나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들어주시는 분들, 누구에게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나에게는 더 큰 울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효리는 특유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축사를 이어갔다. 이효리는 "그래서 나는 여기서 여러분들께 연설을 늘어놓고 싶지 않다"며 "어차피 여러분도 내 얘기 안들을 거지 않나. 사랑하는 부모님, 친구 말도 심지어 훌륭한 성인들이 남긴 말도 안듣는 우리가 뭐 좀 유명하다고 와서 떠드는데 들을 이유가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그냥 여러분 마음 가는 대로 살아라"며 "여러분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자신이다. 누구의 말보다 귀 담아 들어야 하는건 여러분 자신의 마음의 소리다. 나보다 뭔가 나아 보이는 멋진 누군가가 멋진 말로 날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에게 깨달음을 주길, 그래서 내 삶이 조금 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마음 자체를 버려라. 그런 마음을 먹고 사는 무리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지 마라"고 조언했다.

이효리는 또한 "'나는 나약해, 나는 바보 같애, 나는 더 잘할 수 없는 사람이야' 같은 부정적인 소리는 진짜 자신의 소리가 아니다"며 "물론 나 또 한 그 소리를 듣고 흔들리고 좌절하고 하지만, 그 소리 너머의 진짜 내가 '최선을 다해서 너는 잘하고 있어, 사랑받을 자격 있어'라고 목청 터져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이제 조금씩 느낀다. 그 너머의 소리는 늘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언제나 내가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항상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여러분도 꼭 귀를 기울여 보라. 지금은 너무 작아서 못 들을 수 있지만 믿음을 갖고 계속 들어주면 그 소리가 계속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리는 누구보다 자신을 믿으라고 강조했다. 이효리는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내 안의 그 친구와 손잡고, 그대로 주욱 나아가라"며 "이래라 저래라 위하는 척 하면서 이용하려는 잡다한 소리에 흔들리지 마라. 그리고 웬만하면 아무도 믿지 마라. '우리 가족이다'라고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 조심하라.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 받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인생 독고다이다' 하면서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정말 소중한 인연을 잠깐씩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또 위안받고 미련 없이 자기 갈 길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효리는 이어 "나는 말에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살면서 몸소 체득한 것만이 여러분 것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 많이 부딪히고 많이 다치고 많이 체득하라. 그래서 진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 봐라. 따뜻한 마음으로 늘 바라보고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전날 밤 축사문을 썼다는 이효리는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내가 나도 모르게 이 연설문에 쓰게 됐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한 말 귀담아듣지 마라"고 너스레를 떤 뒤 "여러분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다 잘하리라고 알고 있다"고 졸업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효리는 축사를 마친 뒤 히트곡 '치티 치티 뱅 뱅'(Chitty Chitty Bang Bang)을 열창하며 졸업식 현장을 누벼 분위기를 달궜다.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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