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범수가 5년 전 급성후두염으로 콘서트를 취소하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왔지만, 이번 정규 9집 앨범을 만들며 증상을 회복했다고 털어놨다.
김범수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데뷔 25주년 소감과 22일 오후 6시 공개되는 정규 9집 앨범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김범수는 지난 1999년 1집 앨범 'A Promise'와 타이틀곡 '약속'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데뷔 초 신비주의의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였지만, 압도적인 가창력과 함께 2000년 '하루', 2002년 '보고 싶다'를 히트시키고 '니가 날 떠나', '가슴에 지는 태양', '슬픔활용법', '지나간다', '끝사랑', '집밥' 등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자리잡았다.
김범수의 정규 9집 '여행'은 지난 2014년 발매된 정규 8집 'HIM'(힘) 이후 김범수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으로,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범수의 음악적 깊이와 스펙트럼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여행'을 비롯해 '너를 두고', '그대의 세계', '걸어갈게', '각인', '나이', '머그잔', '꿈일까', '너는 궁금하지 않을 것 같지만', '혼잣말', 'Journey'까지 총 11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여행'은 김범수가 아티스트 김범수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으로,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작사와 작곡, 편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범수의 이번 앨범엔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와 선우정아, 아티스트 이상순, 임헌일, 작곡가 피노미노츠(Phenomenotes)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으로 힘을 보탰다. 또한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머그잔'의 작곡과 피아노 연주에 참여했다. 타이틀곡 '여행' 뮤직비디오엔 배우 유연석이 출연했으며, 선공개곡 '그대의 세계' 뮤직비디오엔 배우 현빈이 출연해 특급 라인업을 완성했다.
김범수는 오는 4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전주, 광주, 대구, 수원, 창원 등 총 8개 도시와 해외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고 25주년의 의미를 다질 예정이다.
-김범수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는지.
▶20주년 콘서트 첫 공연 때였는데 오케스트라도 하면서 힘을 많이 들였다. 저도 공연 전 살도 빼야 하고 목상태에 대한 강박이 심한데 공연 당일날 급성 후두염이 생겼더라. 공연 당일날 공연을 취소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왔고 리허설 때는 대화 할 수 있는 목소리조차 안 나와서 병원에 가니 급성후두염이라 하더라. 의사도 원인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는데 스트레스가 있었거나 환경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공연하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는데 깜깜해지더라.
당시 수많은 차들이 들어가고 있었고 스태프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쥐구멍이 있으면 사라지고 싶었다. 이 상태로 노래를 하고 있는 그대로 설명드리고 환불드리고 공연을 접자고 생각하고서 무대에 올랐다. 가시는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저녁에 사과문도 썼다. 그러면서도 저 자신이 덤덤하게 넘겼다. 제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스태프분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고 감정 없이 하루를 보내려 했다. 근데 그게 화근이 됐던 거다. 울든지 도망을 쳤든지 했어야 했다. 그 이후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무대 공포증이 생겨서 무대에 올라가면 다리가 떨리고 심장 소리가 다 들리고 노래를 부르면 피치가 왔다 갔다 했다. 노래에 무릎을 꿇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이 2년 정도 되면서 코로나 시기가 왔고 그 시기에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오히려 버틸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도 사실 한참을 헤맸고 이 앨범을 하기 직전까지도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 불안했다. 그런데 이 앨범을 만들면서 희한하게 회복이 됐다.
-언제 무대를 하며 행복하나.
▶저는 얼굴보다 목소리를 먼저 알린 가수이기 때문에 그 칭찬이 너무 감사하지만 익숙하기도 했다. 제가 MBC '나는 가수가'에 출연했을 때 무대를 다른 가수처럼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희열이 가장 컸다.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이 정도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앞으로도 어떻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란 부담감을 내려놓은 게 제일 크다. 예전엔 그 단어만 들어도 무서운 단어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는 제 스스로 짐을 내려놓고 '이건 내 거가 아냐. 대중이 붙여준 별명일 뿐이지'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이후 재작년에 공연을 시작했는데 확실히 하면 할수록 두려움이 덜해지는 것 같다. 재작년엔 사실 불안했다. 관객들에게 비춰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공연 내내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올해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겠다. 제게 씌워주신 왕관을 내려놓고 가기만 하면 편안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럼 '김나박이' 외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 가수가 되고 싶나.
▶제 자신을 정의하긴 힘들 것 같고 바람은 있다. 저의 다른 모습을 통해 새롭게 불러주시면 좋겠다.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변한 걸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 이전엔 피지컬 위주의 가수처럼 스포츠처럼 어느 음역대까지 도달하고 테크니션을 수려하게 꺾어서 마무리할까 기계체조 하는 사람처럼 노래했다면, 이젠 노래가 담고 있는 가사를 내가 어떻게 전달하고 어떻게 청자가 듣고 전달 받을까 고민하는 가수로서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다.
-음악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요즘엔 다양한 걸 보여줘야 하는 시대이지 않나. 사업 같은 것 안 하고 오랫동안 한길을 해온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왔는데, 이젠 시대가 바뀌어서 부캐릭터도 가지고 다양한 걸 섭렵해야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더라. 저도 그래서 유튜브에 편승해 봤는데 저에겐 잘 안 맞는 것 같더라.(웃음) 결국 노래하는 게 너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사업은 안 맞았다. 바보 같겠지만 꾸준히 노래하는 사람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후배 보컬리스트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요즘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고 이제 스스로가 자기 얘기를 하는 시대가 됐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 이상의 보컬리스트가 많다. 스스로 곡을 만들 수 있고 엔터테이너적인 요소를 가진 분도 많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많이 놀랐는데, 내가 이제 느끼는 것을 '인생 2회차'인가 싶을 정도로 이미 느끼고 음악하는 분들이 많았다.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게 많다.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발라드 시장 자체가 자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이별하고 찾아 듣는 노래여야 하는데 어느 순간 기술적인 부분이나 고음역대 사운드가 강조되는 걸 보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노래가 전할 메시지가 사라질까봐 걱정이 되더라.
히트곡은 많지만 명곡이 나오긴 힘든 시대이지 않나 싶다. 한편으론 피지컬로 노래하는 가창자들이 목을 좀 아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제 경험인데, 막상 해보니 영원히 나오는 지하수가 아니더라. 콸콸콸콸 압이 넘쳐서 쏟아지던 때도 있었지만 하고 싶다고 다 뱉으면 나중에 물이 고갈되거나 압이 약해지면 지금의 이 피지컬이 했던 곡을 부르기 힘들 것이다. 너무 경쟁처럼 안 되고 안배하면서 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제 음악을 다시 다 꺼내서 듣는 편은 아닌데, 이번 앨범은 저도 가끔 감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이 저에게 선물 같은 것처럼 많은 분들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되면 좋겠다. 제가 싱어송라이터분들의 노래를 듣고 위로 받았듯이, 이 시대의 힘든 많은 분들에게도 제 앨범이 들꽃처럼 안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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