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ARTIST AWARDS News Photo Content

News

바닥 치고 '내남결'..박민영 "강지원처럼 일어설 수 있다 되뇌어" [★FULL인터뷰]

  • 윤성열 기자
  • 2024-02-23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눈을 감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런 삶에 지친 분들께 이 드라마를 통해 자극적이더라도 재밌고 흥미로운 요소를 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저도 자신한테 '내가 강지원이다, 나도 일어설 수 있다' 많이 세뇌하고 되뇌었어요. 잘 해낼 수 있게 저 자신에게 계속 말했던 것 같아요."

박민영(38)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다시 떠오른 듯 고개를 떨궜다. 지난 20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한진선)에서 주인공 강지원 역을 연기한 배우 박민영(38).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인터뷰에 앞서 "다시 한번 배우로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얼굴엔 긴장하고 반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까지도 그는 전 남자친구와 얽힌 갖은 구설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재력가로 알려진 전 남자친구 강종현이 수백억 원대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연인 사이였던 박민영도 차명 계좌 제공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법한 인터뷰 자리지만, 그는 피하지 않고 당당히 정면 돌파를 택했다.

"제 실수를 바로잡고 싶었어요. 어찌 됐든 더 많은 분께 제 진심을 전하고 싶었죠. 제작발표회도 이 자리도 강행한 이유예요. 제게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결코 없던 일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니고, 실수를 제대로 인정하고 인지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18년 연기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다 내려놓고 홀연히 떠나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섰다. 2회차 인생에서 운명을 바꾼 강지원처럼 절대 주저앉지 않았다. 긴 공백기 없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곧바로 복귀했고, 더할 나위 없는 열연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반전시켰다.

박민영은 "빨리 복귀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드라마를 안 했다면 이렇게 말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지 않았나 싶다"며 "그래서 난 '배우' 박민영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인간' 박민영이 드리고 싶은 말을 '배우' 박민영이 20년 동안 치열하게 노력해왔던 걸 발판 삼아 이용해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연기할 때 제일 행복..바닥 치고 나니 신인 된 느낌"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작품에 열중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냈다.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비로소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진짜 재밌어요. 바닥을 한 번 치고 나니까 뭔가 신인이 된 느낌이에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마치 내 첫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방송 초반부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치고 올라갔지만, 박민영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사실 긴장을 못 놓고 있어요. 제대로 행복해하거나 웃거나 그러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잘 나온 시청률이나 반응에 대한 제 마음의 변화는 별로 없었죠. 전주까지만 해도 맘 졸이면서 봤어요. 이럴 때일수록 더 차분해야 더 좋은 결과가 있으니까 오히려 나 자신을 더 건조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OTT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TV쇼 부문 글로벌 차트에서 K-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1위를 차지한 것. 박민영은 "기쁘더라"며 "처음으로 이제 웃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 작품 끝나면 포상 휴가를 갈 텐데 어떤 박민영이 나올지 몰라요. 고삐 풀린 박민영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전까진 팀원들한테도 미안하지만, 예민한 모습이 더 나왔던 거 같아요. 정말 너무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문제가 되고 싶지 않았고..."

박민영의 빠른 복귀를 의아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박민영도 이미 심신이 무너진 탓에 캐스팅 제안을 정중히 고사하려 했다. 그는 "많은 분이 내가 멘탈이 되게 강하다고 말씀해 주는데, 사실 나도 똑같다"며 "여느 누구와 똑같은 멘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도 그때 많이 부서지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생기고 모든 것에 자꾸 깜짝깜짝 놀라고 의심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그런 와중에 붙들고 있던 유일한 작품이었다고.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여력이 안 되고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체력도 안 될 거 같았죠. 그래도 제가 봤을 땐 너무 재밌는 작품이라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미팅을 갔어요. 해외로 휴가를 떠나서 머리를 식히고 와야겠다고 생각한 상태였는데, 감독님이 '가실 때 차기작 있다는 거 잊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 제작사 DK E&M 김동구 대표, 박원국 감독, 신유담 작가, 손자영 CP 모두 박민영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박민영은 "모두들 '이 작품은 박민영 아니면 안 된다'고 하고, 중간에 계속 내가 지치고 힘든 모습을 보일 때마다 '박박미녀'라고 용기를 항상 불어넣어 줬다"며 "그분들 덕분에 멘탈을 조금씩 부여잡았다. 이분들만이라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적어도 내가 이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다"고 전했다.

"원래는 작품이 끝나면 뭔가 좀 아쉽거나 시원섭섭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부부터 15부까지 어느 신, 어느 감정 하나하나 중심을 잘 잡고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고, '내 정신과 몸을 여기에 올인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37kg 투혼 "어지러워 벽 딛고 일어서..할 짓 아냐"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방송 초반 화제를 모은 것은 깡마른 박민영의 외모였다. 암 환자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37kg까지 체중 감량을 감행한 것. 당시 이온 음료만 마시며 버텼다는 박민영은 이런 '뼈마름' 몸매에 대해 "절대 할 짓이 못 된다"며 "자고 일어나면 어지러워서 벽을 딛고서야 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암 환자들의 치료 지원을 위해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몸이 힘들면 얼마나 괴로운지 미약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강지원 캐릭터를 치열하게 표현해내는 과정은 그에게 치유가 됐다. 그는 "(살을 빼면서) 정말 너무 어렵게 삶을 살았는데, 그 앙상한 뼈가 드디어 화면에 잡히니까 너무 기쁘더라"며 "내 몸은 지금 병들어가는 느낌인데 그 캐릭터를 잘 구현해 냈다는 것이 되게 기분이 좋더라. 이상할 정도로 연기할 때만 되게 좋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누워만 있다가 겨우 일어나서 갔는데 행복하더라고요. 메말라 있던 감정의 선이 연기하면서 살아났죠. 원래는 화도 잘 못 내는데, 연기하면서 때로는 화도 냈고, 소리도 질러 보고 마음껏 아이처럼 엉엉 울어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이젠 제 삶의 일부가 된 느낌이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박민영이 연기한 강지원은 암 투병 중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하는 비극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10년 전으로 회귀한 인생 2회차에서 그는 시궁창 같은 자신의 운명을 절친과 남편에게 돌려주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했다.

"(제작사) 김동구 대표님이 어린 시절부터 저를 눈여겨보셨는데, 지금 이 타이밍에 강지원 역을 맡기면 너무 좋겠단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강지영은 41세까지 살다가 31세로 회귀한 인물인데, 제 나이가 딱 그 중간이에요. 어떻게 보면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다가 큰 벽을 만나서 한 번 무너진 것도 사실이고, 이런저런 저의 인간적인 이슈를 통해 더 많이 얻게 된 감정의 폭이 있어요. 그걸 보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이경 너무 꼴 보기 싫더라..'뜨밤' 노출신 괴로웠다"


분노를 유발한 빌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특히 박민환 역의 배우 이이경은 뻔뻔한 불륜남 연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쓰레기 남편'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박민영은 이이경에 대해 "사실 난 예능으로만 접했던 배우였는데, 실제로 옆에서 연기해보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면서 "처음부터 너무 꼴 보기 싫게 나오더라. 집 신을 먼저 찍는데 소품팀들이 너무 리얼하게 구현을 해주셨더라. 진짜 김치, 라면 냄새도 났고, 소파에 누워서 오락기를 내던질 때는 정말 보기 싫은 걸 본 듯한 느낌이었다. 진짜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극 중 샤워를 마친 박민환이 "자기랑 '뜨밤'(뜨거운 밤) 보내려고 택시 타고 왔다"며 상반신을 노출한 채 강지원에게 들이대는 장면도 인상 깊게 남았다. 박민영은 "갑자기 '뜨밤' 보내자고 수건만 두르고 다가오는데 100% 찐 표정이 나오더라"며 "너무 괴로웠다. '진짜 안 되겠다' 생각이 들게끔 연기를 해줬다"고 돌아봤다.

박민영은 극 중 박민환이 강지원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 꼽기도 했다. 박민환은 조악하게 만든 빵, 철자마저 틀린 문구를 적은 종이만이 전부인 최악의 프러포즈를 기획해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박민영은 "현장에서 정말 화낼 뻔했다"고 웃으며 "촬영은 한 테이크에 끝났다. 너무 웃겨서 더 찍고 싶었는데, 스태프들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플래시백 촬영이 거의 한 번에 끝났다. 실제 그런 프러포즈를 받는다면 용납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절친 정수민 역의 배우 송하윤도 강렬한 빌런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박민영과 송하윤은 실제로도 1986년생 동갑내기다. 박민영은 "병원 신이 첫 신이었는데, 동갑이기도 하고, 데뷔 연도도 비슷해서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서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만나서 그런지 별다른 설명 없이 지원이랑 수민이로 만났다. 보아 씨나 공민정 씨도 똑같은 86라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잘 버텨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이어갔어요. 서로 잘 알고 있고 어찌 보면 이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장면도 있었고...그래서 더 친구로서 케미도, 나중에 완전한 적으로서 케미도 잘 맞았단 생각이 들어요. 되게 좋은 배우이기 때문에 하윤 배우가 어떻게 하는지 리허설을 보고 저는 그 연기를 보면서 영감을 받아서 톤을 조절했어요. 그래서 합이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실제로 수민이 같은 친구는 다행히 없어요. (웃음) 있었으면 제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이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U&K푸드 마케팅 총괄부장 유지혁 역의 배우 나인우와는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엉뚱한 면모로 웃음을 안겼던 나인우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선 강지원의 든든한 조력자로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박민영은 "다행히도 (나)인우랑 로맨스가 진행된 다음에 '1박 2일'을 처음 봤다"며 "그래서 깜짝 놀랐다. '진짜 진실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인우가 정말 착하고 바른 청년인데, 그게 다 '1박 2일'에서 나오더라. 배우는 연기에 몰입해야 하니까 '갈아 끼운다'고 하는데, 그걸 잘하는 배우라 오히려 더 믿음이 갔다. 촬영장에 오면 유지혁이 되어서 와 버리니까, 예능캐와 분리를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박민영은 이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시티헌터', '영광의 재인', '힐러', '리멤버 - 아들의 전쟁', '7일의 왕비', '김비서가 왜 그럴까', '그녀의 사생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월수금화목토'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쉼 없이 활동했다.

박민영은 '강지원처럼 10년 전으로 회귀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많이 찾아봤는데 그때도 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며 "너무 연기에 푹 빠져서 일만하고 있을 때더라. 너무 일에만 할애를 한 것 같아서 돌아간다면 '인간' 박민영한테는 가끔은 쉬라고 하고 싶다. 너무 달리다 보면 지칠 수 있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까 크게 부딪히면 아플 테니 좀 쉬면서 마음도 단단히 여미고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민영은 내달 중 '내 남편과 결혼해줘' 출연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3박 5일간 베트남으로 꿀 같은 포상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이후 아시아 팬 미팅 투어를 돌며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해외 팬 미팅은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박민영은 "똑같은 마음가짐이다. 이렇게 기자님들 뵙고 싶다고 요청드린 것과 비슷하다. 팬들과 하나하나 눈 마주치면서 '나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서 일부러 더 강행한 것도 있다.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차기작도 보고 있다. 열심히 찍어서 더 좋은 배우의 모습으로 찾아뵐 것"이라고 전했다.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
Go to Top
2019 Asia Artist Awards

투표 준비중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