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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제 자신 사랑했다면 AOA 더 했겠죠?" 솔직 고백[★FULL인터뷰]

  • 안윤지 기자
  • 2024-02-24
K팝 스타들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한국 대중가요의 저변이 확장됐다. 국내 팬들을 겨냥했던 가수들은 점차 글로벌을 목표로 앨범을 제작했으며 미국 음원 시장인 빌보드를 겨냥했다. 실제로 수많은 스타가 빌보드 '핫100' 차트에 오르며 K팝 스타들의 힘을 확인시켰다. 이런 상황은 한국 음악의 발전에 상당한 발판을 마련했다. 아이돌 음악으로 국한됐던 K팝이 힙합, 발라드, 록 등을 넘어 실험적인 음악이 다수 등장했고 한 가지 콘셉트에 국한되던 가수들이 자신의 틀을 벗고 도전했다.

가장 큰 변화를 가진 가수는 여성 솔로다. 과거 여성 솔로 가수는 '섹시'를 기반으로 음악을 해왔다면 이젠 퍼포먼스는 물론 가창력을 보이는 음악도 서슴지 않고 해내기 시작했다. 스타뉴스는 이런 여성 솔로 가수들을 주목하기로 했다.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아온 지금, 험난한 가요계 속에서도 홀로 살아남아 자신의 길을 걷는 가수들은 어떠했을까.

'여솔백과'의 세 번째 가수는 그룹 AOA 출신 솔로 가수 초아다. 초아는 2012년 AOA 1집 앨범 '앤젤스 스토리'(Angels' Story)로 데뷔했다. 그는 AOA 활동을 하면서 타이틀곡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심쿵해'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국민 걸그룹으로 떠올랐다. 특히 그의 날선 음색은 그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룹 활동과 동시에 힙합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와 협업한 '아끼지마'로 첫 솔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초아는 2019년 AOA 탈퇴 후 회사도 떠나며 공백기를 보낸다. 약 3년의 시간을 보낸 그는 프라이머리와 함께한 곡 '클라우드'(Cloud)로 복했으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커버 영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초아는 최근 서울시 종로구 스타뉴스 사옥을 찾았다. 3년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그는 E채널 예능 프로그램 '놀던 언니'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다. 그는 이날 자신이 솔로 가수로 걸어온 길과 더불어 앞으로 활동 계획을 밝혔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 E채널, 채널S 예능 프로그램 '놀던언니' 촬영을 마치고 시즌2를 앞두고 있어요. 유튜브도 꾸준히 하고 있고 작년에도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못 내서 올해는 꼭 내야겠다 싶어요. 주변에서 다들 '왜 앨범 안 나오냐'고 말하더라고요. 음악도 많이 듣고 있고 단순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게 아니라 잘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어요.

-긴 공백기가 있었고 방송에서 여러 차례 이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컴백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지요.

▶ 이젠 없죠. 그런 생각은 복귀했을 때 들었고 제일 무서웠어요. 지금은 조금 더 내려놓고 결과보단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활동하면서 상황이 좋지 않고 마음이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주위에 연락할 사람이 없거나 위로할 때 음악의 힘이 큰 거 같더라고요. 저도 노래에서 (위로의) 힘을 가장 크게 느낀 거 같아요. 평소에도 타 가수 무대 보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고, 저도 그런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형식적인 말이지만 진심으로 전하는 마음입니다.

-공백기를 끝냈을 땐 정말 두려움이 컸을 거 같아요. 사실 이전엔 '은퇴'란 단어가 나오기도 했었으니까요. 당시 마음은 어땠나요.

▶ 그만둘 생각도 있었어요. 30세에 복귀한다고 했지만 기사도 많이 나고 은퇴 같은 말도 올라왔죠. 이렇게 쉬다가 본의 아니게 은퇴가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또, 전 가수의 꿈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 당시 음악 방송을 보면 괴로웠죠. 한참을 그렇게 아무것도 듣지 않고 살다가 현 소속사 대표님이 '유튜브를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유튜브를 해보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공백기 때 음악을 듣는 게 괴로웠다면 아예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은 없었나요?

▶ 카페를 창업 할까 싶어서 (프렌차이즈 카페 본사에) 전화도 해보고 그랬어요. 근데 자영업이 정말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현실적으로 보증금, 인테리어 등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했고 몇년을 급여 없이 일해야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었어요. 자영업자 분들 다시 한번 존경합니다. 하하.

-AOA로 활동했을 당시, 초아 씨는 아이콘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 많이 바쁘게 활동도 하고 독보적인 콘셉트를 보여주셨는데요. 원래도 가수가 꿈이셨나요.

▶ 중, 고등학교 땐 공부면서 아이돌 무대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연예인을 할 거라 생각을 못 했죠. 오디션만 보는 정도였는데 TV에서 쿨 유리 선배님이 '꿈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뤄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믿어 보자고 생각했죠. 연예계에 오래 계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요. 기회는 어떻게든 생기긴 하더라고요. 제가 사실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데뷔하고 열심히 하니까 잘한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열심히 하면 나도 인정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30대에도 열심히 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AOA 활동을 아쉽게 마무리했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을 테지만 가수의 꿈을 갖고 데뷔한 그룹인 만큼, 즐거운 일도 많았을 거 같아요. 그간의 활동기를 좀 돌아본다면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 활동하면서 전 무대에 서는 게 재밌었어요. 더 예쁘고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는 과정도 재밌었죠. 아이돌 활동이 힘들어서 그만뒀다기보단 전 우울함을 가져서 그만두게 됐죠. 항상 만족스럽지 않았던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쉬는 동안 제 영상을 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최근 옛날 제 영상을 보게 됐어요. 앨범을 보는 거처럼 말이죠. 그걸 보니 그땐 왜 그렇게 저 자신이 미웠을까 싶었어요. 계속 미운 부분만 보였거든요.

아마 스스로 예쁘다고 칭찬하고 활동했다면 계속 활동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요즘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란 말이 있잖아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꾸준히 자기를 칭찬하고 사랑해줘야 해요. 자존감이 정말 중요하고 나 스스로 갇혀서 안 좋은 것만 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자꾸만 좋은 면을 봐야 해요.

-어릴 때부터 봐왔던 AOA 멤버들은 이제 각자 다양한 길로 흩어지게 됐죠. 이런 모습을 보면 자신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체감하실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 전 정말 멤버들한테 고마워요. 연습생 시절에 정말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보고 연습했고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노력했죠. 전 저 스스로가 아쉽다고 생각하고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느꼈는데 멤버들은 잘해서 제가 못 한다는 게 드러나지 않았을 거예요. 이게 팀이기 때문에 힘을 합쳐서 그랬던 거고 정말 잘했구나 싶었어요. 우리 팀이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열심히 살았어요.

-개인적으로 초아란 가수를 떠올리면 '아끼지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당시 알앤비(R&B)를 하던 이미지가 아니라 그런 곡에 참여했단 게 충격적이기도 했고요. 레이블 설립 후 복귀했을 당시 프라이머리와 또 한 번 작업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어땠나요.

▶ 전 정말 프라이머리 님이랑 작업하면서 아이돌 음악과 아티스트 음악이 다르다고 느껴요. 아이돌들이 연습하는 건 아티스트 음악인데도 말이에요. 절 기억해주는 분들은 아이돌 모습이 크다 보니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해야 하나 싶다가도 아이돌 활동을 오래 해왔으니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하고 싶기도 해요. 이제 곡도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프라이머리 씨와의 작업으로 음악 스펙트럼을 넓힌 거처럼 요즘 여성 솔로 가수들의 콘셉도 다양하게 넓어진 거 같아요. 선배 가수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또 체감하는지요.

▶ 정말 케이팝이 어떤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요. 아이돌 가수도 너무 많고 청취자들이 원하는 음악도 많으니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는 거 같다. 나조차도 새로운 걸 찾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주류의 음악이 아니어도 여기저기서 음악을 하는 분들에게 관심을 갖고 계신 거 같아요. 또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곡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좋은 거 같고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빛을 보고 있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놀던언니'에서 여성 가수 선후배의 만남이 기쁘기도 했습니다. 또 서로 진지한 조언을 나누는 것 역시 공감 가고 재밌기도 했고요. 자신도 공감했던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일까요?

▶ 채리나 선배님께서 '지금 어떻게 하냐 보단 뒤돌아봤을 때 자리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나르샤, 아이비 선배님은 말보단 행동으로 챙겨주세요. 특히 아이비 선배님은 제가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밥 먹었니?'라고 하면서 챙겨주시고 놀러 와서 좋은 말씀도 해주세요. 저도 나중에 선배가 됐을 때 후배들에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얘기를 듣다 보니 '놀던언니'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이 떠올라요. '놀던언니' 멤버들이 무서운 언니들인 줄 알았단 말이요. 시즌2까지 제작하는 지금, 멤버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 프로그램 제작 초반엔 멤버가 확정되기 전이라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했었죠. 멤버 라인업을 듣고 '난 하녀 확정이다', '잔심부름이나 하고 와야지' 생각했어요. 근데 언니들이 세 보이지만 여리고 따뜻해요. 시즌1 마지막 촬영 때 (이) 지혜 언니 생일 파티를 할 때 울기도 했죠. 언니들과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이제야 좀 얘기를 나누나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말이죠. 시즌2가 된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어요.

-'놀던언니'에서 많이 놀고 싶다고 말한 장면이 기억나네요. 혹시 촬영 후 바뀐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언니들은 열심히 일도 하고 놀기도 놀았고 그랬는데 사실 전 활동할 때 갇혀있던 편이라 술도 안 마셨죠. 그래서 제가 6개월 전에 술을 처음으로 마셨어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은 스트레스 해소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임을 알았거든요. 술을 요새 좀 마시기 시작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알아가게 됐어요. 하하.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하자면요.

▶ 그동안 고민도 많이 하고 푹 쉬었는데요. 이 3년 공백기를 보내고 나니 시간이 아까워도 꼭 필요했던 시간 같아요. 음악 활동을 못 했는데도 여전히 제 음악을 들어주고 기다려줘서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내가 누구 팬이다'라고 할 때 부끄럽지 않게끔 좋은 아티스트가 되겠어요.

-끝.
안윤지 기자 |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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