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이 'K-오컬트 장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파묘'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의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서 견고한 세계관을 완성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장재현 감독이 '파묘'로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다.
영화 '파묘'는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렸을 때 너무 충격이었다. 땅을 파내는데 '뭐가 나올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100년 된 관을 줄에 묶어서 끌어올리는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 궁금함, 호기심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언젠가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재현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2~3년 정도 했다. 조사를 다 하고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조사를 병행했다. 사실 '사바하' 끝나고, 하드한 호러 영화를 하고 싶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객들이 어렵게 극장에 갔는데 답답하게 하기 싫어서 방향을 바꿨다. 그래서 화끈하고,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심지어 주인공도 바뀌었다"며 "제가 이 영화를 공포 영화라고 하지 않는 건 (관객들을) 무섭게 만들려고 한 장면은 한 두개다. 그것도 드라이하게 표현했고, 무섭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된 바. 포럼 섹션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색채와 독보적이고 신비로운 개성을 가진 영화들이 초청되는 부문이다. 장재현 감독은 "베를린에서 만난 한 기자가 영화를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이라고 표현해줬다. 근데 제가 그로테스크함과 신비로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건 어두운 세계에 밝은 인물이 들어가는 거다. 밝은 세계에 밝은 인물이 들어가는 것도, 어두운 세계에 어두운 인물이 들어가는 것도 상상이 안 된다"며 "제 작품의 인물들이 다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사는 부지런한 인물들이다.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상황에 따라 점점 더 깊게,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현 감독은 "귀신 잡으러 가는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귀신 잡으러 가는 영화는 쉽다. 풍수사, 장의사가 특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지질학과 교수님 같다. 실제로도 무속인들과 협업도 많이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감독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구성했다. 그는 "실제 무속인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친한 무속인들도 30대 무속인이 꽤 많다. 아는 무속인이 많은데 이 영화와 가장 잘 맞는 클래식한 무속인을 만나게 됐다. 그분 또한 가장 60대 후반인데 며느리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속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아들하고 결혼시켰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며느리가 30대 중후반의 무속인인데 경력이 5년 정도밖에 안 된다. 선생님 밑에 제자들이 80명 정도 있는데 레벨이 다르다. 진짜 많이 도와주셨고, 영화 굿 장면 뒤에 살짝살짝 나온다"며 "자문을 받았고, 그 선생님 굿을 배우들과 같이 보러 다니고, 굿이 크게 세 개 정도 나오는데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 또 무속인들이 저희를 이용해서 홍보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도 안 하시는 분들이셨다. 단지 시나리오가 맘에 들고, 저와 고향이 같아서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의 이런 탄탄한 시나리오는 배우들로 인해 완성됐다. 특히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을 맡아 '대살굿' 등 놀라운 열연을 펼친다. 장재현 감독은 "'화림' 역은 어려운 장면이 많았고, 당연히 베테랑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한 나이대에서는 우리나라에 김고은밖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정민 배우를 통해 조심스럽게 시나리오를 건넸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사바하'의 뒤풀이 장소에서 김고은을 처음 봤다는 장재현 감독은 "한눈에 반했다"고 표현했다. 장 감독은 "당시 눈빛에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김고은이 진짜 전성기가 오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예전보다 더 무르익고, 연륜도 차서 더 깊어졌더라. 김고은 배우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김고은 배우는 '파묘'보다 몇 배 더 연기를 잘할 수 있다. 사실 장르물을 찍다 보면 배우들의 연기를 깎아야 할 때가 있다. 갈등이나 감정 표현이 그려지는 게 아니라 정보, 분위기, 사건이 반복된다. 감정신도 알고 보면 다 정보신"이라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모아놓고, 날개를 못 펼치게 해서 미안할 때가 많다. 배우들의 잠재력을 30%밖에 못 쓴 것 같고, 배우들을 좀 가둬놨다. 처음에는 배우들도 필요한 것만 해달라는 요구를 좀 어색하게 느꼈는데, 나중에 적응이 되니까 호흡이 맞더라. 배우들도 나중에는 그게 편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재현 감독은 '대배우' 최민식과 호흡한 데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기도. 그는 "선배님의 연기력은 말 안 해도 다 안다. 의미가 없다"면서 "본인은 모자 눌러 쓰고 다니셔도 대한민국에서는 두메산골에서도 다 알아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가히 놀랍다. 선배님이 어깨를 한 번 걸어줘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6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기다리겠다고 하시더라. 작품에 필요하면 하시는 거다. 진짜 프로페셔널하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신인 같다. 현장에 와서 대본을 보지도 않으신다. 촬영장에 오기 전 이미 완성해 오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에게는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다"며 애정을 표현한 데 대해서는 "선배님이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저도 말 돌려서 못 하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선배님이랑 잘 맞은 게 아닐까 싶다. 또 개그 코드가 잘 맞아서 허물없이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은 당시 신인이었던 이도현을 주연으로 낙점하는 선구안을 발휘했다. 그는 "'봉길'(이도현 분)캐릭터는 신인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쟁쟁한 배우들이 있으니까 신인 배우가 해야 밸런스가 맞겠더라. 근데 이도현은 잠재력이 부글부글했다. '더 글로리'가 그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이도현을 캐스팅하고 열심히 찍었는데, '더 글로리' 잘 되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웃었다"면서 "이도현 배우는 잘 성장해서 세계적인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자질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은 가장 듣기 좋은 평가는 "발전하고 있다"라고. 그는 "그게 제 목적이고, 사명감이다. '검은 사제들'은 캐릭터만 보이고, 이야기가 얄팍하다는 평가를 들었고, '사바하'는 반대로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서 캐릭터가 손해 봤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 작품은 본능적으로 그 절충안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그의 차기작은 어떤 영화일까. 장재현 감독은 "아직은 '파묘'가 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은 모르겠다"면서도 "어두울 거 같긴 하다. 밝진 않을 것 같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의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서 견고한 세계관을 완성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장재현 감독이 '파묘'로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다.
영화 '파묘'는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렸을 때 너무 충격이었다. 땅을 파내는데 '뭐가 나올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100년 된 관을 줄에 묶어서 끌어올리는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 궁금함, 호기심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언젠가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재현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2~3년 정도 했다. 조사를 다 하고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조사를 병행했다. 사실 '사바하' 끝나고, 하드한 호러 영화를 하고 싶었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객들이 어렵게 극장에 갔는데 답답하게 하기 싫어서 방향을 바꿨다. 그래서 화끈하고,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심지어 주인공도 바뀌었다"며 "제가 이 영화를 공포 영화라고 하지 않는 건 (관객들을) 무섭게 만들려고 한 장면은 한 두개다. 그것도 드라이하게 표현했고, 무섭게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묘'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된 바. 포럼 섹션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색채와 독보적이고 신비로운 개성을 가진 영화들이 초청되는 부문이다. 장재현 감독은 "베를린에서 만난 한 기자가 영화를 그로테스크한 신비로움이라고 표현해줬다. 근데 제가 그로테스크함과 신비로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건 어두운 세계에 밝은 인물이 들어가는 거다. 밝은 세계에 밝은 인물이 들어가는 것도, 어두운 세계에 어두운 인물이 들어가는 것도 상상이 안 된다"며 "제 작품의 인물들이 다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사는 부지런한 인물들이다.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상황에 따라 점점 더 깊게,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현 감독은 "귀신 잡으러 가는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귀신 잡으러 가는 영화는 쉽다. 풍수사, 장의사가 특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지질학과 교수님 같다. 실제로도 무속인들과 협업도 많이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감독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구성했다. 그는 "실제 무속인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친한 무속인들도 30대 무속인이 꽤 많다. 아는 무속인이 많은데 이 영화와 가장 잘 맞는 클래식한 무속인을 만나게 됐다. 그분 또한 가장 60대 후반인데 며느리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속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아들하고 결혼시켰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며느리가 30대 중후반의 무속인인데 경력이 5년 정도밖에 안 된다. 선생님 밑에 제자들이 80명 정도 있는데 레벨이 다르다. 진짜 많이 도와주셨고, 영화 굿 장면 뒤에 살짝살짝 나온다"며 "자문을 받았고, 그 선생님 굿을 배우들과 같이 보러 다니고, 굿이 크게 세 개 정도 나오는데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 또 무속인들이 저희를 이용해서 홍보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도 안 하시는 분들이셨다. 단지 시나리오가 맘에 들고, 저와 고향이 같아서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의 이런 탄탄한 시나리오는 배우들로 인해 완성됐다. 특히 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화림' 역을 맡아 '대살굿' 등 놀라운 열연을 펼친다. 장재현 감독은 "'화림' 역은 어려운 장면이 많았고, 당연히 베테랑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한 나이대에서는 우리나라에 김고은밖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정민 배우를 통해 조심스럽게 시나리오를 건넸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사바하'의 뒤풀이 장소에서 김고은을 처음 봤다는 장재현 감독은 "한눈에 반했다"고 표현했다. 장 감독은 "당시 눈빛에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김고은이 진짜 전성기가 오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예전보다 더 무르익고, 연륜도 차서 더 깊어졌더라. 김고은 배우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김고은 배우는 '파묘'보다 몇 배 더 연기를 잘할 수 있다. 사실 장르물을 찍다 보면 배우들의 연기를 깎아야 할 때가 있다. 갈등이나 감정 표현이 그려지는 게 아니라 정보, 분위기, 사건이 반복된다. 감정신도 알고 보면 다 정보신"이라며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모아놓고, 날개를 못 펼치게 해서 미안할 때가 많다. 배우들의 잠재력을 30%밖에 못 쓴 것 같고, 배우들을 좀 가둬놨다. 처음에는 배우들도 필요한 것만 해달라는 요구를 좀 어색하게 느꼈는데, 나중에 적응이 되니까 호흡이 맞더라. 배우들도 나중에는 그게 편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재현 감독은 '대배우' 최민식과 호흡한 데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기도. 그는 "선배님의 연기력은 말 안 해도 다 안다. 의미가 없다"면서 "본인은 모자 눌러 쓰고 다니셔도 대한민국에서는 두메산골에서도 다 알아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가히 놀랍다. 선배님이 어깨를 한 번 걸어줘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6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기다리겠다고 하시더라. 작품에 필요하면 하시는 거다. 진짜 프로페셔널하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신인 같다. 현장에 와서 대본을 보지도 않으신다. 촬영장에 오기 전 이미 완성해 오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에게는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다"며 애정을 표현한 데 대해서는 "선배님이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저도 말 돌려서 못 하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선배님이랑 잘 맞은 게 아닐까 싶다. 또 개그 코드가 잘 맞아서 허물없이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은 당시 신인이었던 이도현을 주연으로 낙점하는 선구안을 발휘했다. 그는 "'봉길'(이도현 분)캐릭터는 신인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너무 쟁쟁한 배우들이 있으니까 신인 배우가 해야 밸런스가 맞겠더라. 근데 이도현은 잠재력이 부글부글했다. '더 글로리'가 그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이도현을 캐스팅하고 열심히 찍었는데, '더 글로리' 잘 되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웃었다"면서 "이도현 배우는 잘 성장해서 세계적인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자질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은 가장 듣기 좋은 평가는 "발전하고 있다"라고. 그는 "그게 제 목적이고, 사명감이다. '검은 사제들'은 캐릭터만 보이고, 이야기가 얄팍하다는 평가를 들었고, '사바하'는 반대로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서 캐릭터가 손해 봤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 작품은 본능적으로 그 절충안을 찾아갔다"고 전했다. 그의 차기작은 어떤 영화일까. 장재현 감독은 "아직은 '파묘'가 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은 모르겠다"면서도 "어두울 거 같긴 하다. 밝진 않을 것 같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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