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증인 박 씨와 지인들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박정재 지귀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유아인과 최 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1월 23일 열린 2차 공판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박 씨는 패션 브랜드 E사 대표로 유아인의 공범인 유튜버 양날(본명 양승진)에게 돈을 송금해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날 검찰은 박 씨의 휴대폰 포렌식 분석 결과 나온 문자 메시지를 토대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월 10일 오전 1시 23분경 박 씨는 지인에게 "포렌식 나오는대로 뭐라 할까?"라고 보냈고 지인은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다른 게 더 나오면 골치"라고 말했다.

또한 지인은 박 씨에게 "술 취해서 누가 주는 술 마시고 놀다가 그랬는데 거기에 뭐가 타있는 거 아니냐. 상황은 그렇게 만들 수 있다. 미국 갔다온 거 다행. 대마에서만 끝나도 진짜 감사하다. 대마 때문에 프로포폴은 묻히는 것 같은데. 대마는 미국에서 했다고 하면 마무리되니까 최악은 아닐텐데 더 나오지 않길"이라고 이야기했고, 박 씨는 "제발 더 안 나오길 바라는데 불안 불안. 근데 더 한 것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포렌식에서 나오면 그때는 사죄를 할 것 같고, 안 나오면 당당한 쪽으로 갈 것 같다"라고 보냈다.

해당 문자 메시지가 오고 가던 날, 박 씨는 유아인의 집에 있었다. 때문에 검찰은 '그날 유아인이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대마 외 마약류를 언급해서 지인에게 이같은 메시지를 전송한 거 아니냐'라고 물었고, 박 씨는 "너무 오래 전 얘기라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보낸 문자는 맞지만, 기사를 통해 마약류 몇가지를 했다고 나오니까 불안한 마음에 걱정스럽게 대화한 걸로 기억한다. '더 한 것도 한 것 같다'라고 보낸 이유는 내 추측이었던 것 같다. 대마 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린 뭔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되는 마음으로 말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당시 유아인이 '포렌식애서 나오면 사죄하고 아니면 당당한 쪽으로 간다'라고 언급한 건 사실이냐"라는 검찰 측의 질문에도 박 씨는 "기억 안 난다"라고 말했다.


앞서 박 씨는 "유아인과 안 지 17년 정도 됐다. 어릴 때 알게 된 친구다. 내가 유아인보다 7세 많다. 최 씨와는 안 지 2년 정도 넘었다. 친분 관계로는 유아인보다 최 씨와 친하다. 연락도 최 씨와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최 씨와 연락하는 건 유아인의 근황을 묻기 위한 게 더 크냐'라고 묻자 "그런 것도 있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면서 '유아인과 증인의 집에서 자주 만나는 매우 친한 사이로 보인다'는 검찰 측의 물음에는 "맞다. 집에서도 보고 식당에서도 본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박 씨가 유아인의 친누나 명의로 총 12회 스틸녹스를 처방 받은 사실을 언급했고, 박 씨는 유아인 친누나 명의로 처방 받은 경위에 대해 "유아인에게 부탁을 받았다. (유아인이) '친누나도 스틸녹스를 먹으니 대신 처방 받아달라'고 얘기했다. 정확히 언제 처방 받아달라고 요청한 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기가 되면 유아인이 '친누나 명의로 처방 받아줘'라고 한다. 그럼 시간이 될 때 처방을 받는다"면서 자발적으로 대리 처방을 받은 게 아니라 유아인의 부탁을 받아야만 처방 받는다고 전했다.

검찰 측은 스틸녹스는 1회에 28정만 처방할 정도로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수면제 중 하나인 점을 강조한 후 "의료용 마약은 모든 식약처 자료로 저장돼 관리되고 있다"라며 유아인 친누나의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을 공개했다. 앞서 유아인은 검찰 조사 당시 코로나를 이유로 자신의 친누나가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 박 씨가 대신 스틸녹스를 처방 받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 따르면, 유아인의 친누나는 박 씨가 스틸녹스를 대리 처방 받은 당일과 바로 다음 날, 전날 등에 집 근처 대구의 한 의원을 찾아 페닝정을 처방 받았다. 검찰 측은 유아인의 친누나가 병원에 직접 방문해 페닝정을 처방 받은 것을 보면 스틸녹스 또한 박 씨가 아닌 친누나 본인이 처방 받아도 되는데 왜 유아인이 굳이 박 씨에게 시켰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박 씨는 "(친누나가) 시간이 안 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모르겠다. 스틸녹스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건 기사를 보고 알았다. 잘 몰랐다. (1회 28정 처방되는 사실을) 사건이 불거지면서 알게 됐다. (대리 처방 받은 스틸녹스는) 유아인의 친누나가 먹겠거니 생각했다. 유아인이 스틸녹스 관련해서 문제가 있다는 건 몰랐다. 먹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유아인은 지난해 12월 첫 공판에서 대마 흡연 혐의만 인정, 대마 흡연 교사·증거 인멸 교사·마약류 관리법 위반 방조·해외 도피 등 혐의는 "전반적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프로포폴 외 또 다른 약물 투약 혐의에 대해서도 "과장된 부분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두 번째 공판에서는 오래 전부터 앓아온 우울증과 공황 장애, 수면 장애를 강조하면서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상습 투약을 일부 인정했다. 시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전문적 판단 하에 처방을 받아 투약이 이뤄졌을 뿐, 수면 마취제만 따로 처방받은 사실은 없다는 것. 유아인 측은 "여러 의료 시술을 받으면서 수면 마취에 의존성이 발생한 것은 맞다"면서도 "필요한 시술이 통증을 수반한다는 의사들의 전문적 판단 하에 투약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의존성이 있는 상태에서 투약이 이뤄진 것은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가족 명의를 빌려 수면제를 불법 처방 받은 점, 유튜버 헤어몬(본명 김우준)에게 대마를 권유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유아인은 지난해 10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씨에게는 대마 흡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협박), 범인도피죄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의료용 프로포폴을 181회 상습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44회에 걸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았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한 차례씩 유아인의 구속을 시도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4차 공판은 4월 16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으로 헤어몬의 증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5차 공판은 5월 14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이날은 유아인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해준 의사 두 명이 출석한다. 6차 공판은 6월 18일 오후 2시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이 추가 신청되면 할 수도 있고, 증거 조사 후 어느 정도 사건을 마무리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