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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덕분 세상에 나와"..'로기완', 김희진 감독의 첫발 [★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4-03-05
7년의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첫 장편 데뷔작,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을 통해 신중한 첫발을 뗐다.

5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의 연출을 맡은 김희진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단편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연이은 작품상 수상으로 주목을 받은 김희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참여하면서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 과정을 통해 작품의 깊이를 더했고, 냉혹한 현실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로기완을 따라가며, 그를 계속 지켜보고 위로하게끔 이끌어주는 이야기는 신선한 소재로 '로기완'만의 특별한 영화적 감성을 만들어낸다.

첫 장편 데뷔작을 세상에 내놓은 김희진 감독은 "시작한지 오래된 작품이기 때문에 공개되고 나니까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김희진 감독은 "첫 출발은 작가였고, 연출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시작은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님과 신뢰 관계가 있었던 것 같고, 원작과 각색 방향을 제시해 주시면서 (연출을) 제안해 주셨다. 근데 그 방향성이 저와 맞는 부분이 있겠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로서 시작했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방향성이었는데, 멜로 색채를 가미해서 데뷔 작품을 준비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해주셨을 때 마음을 먹게 됐다"며 "특히 원작 소설에는 없는 로기완(송중기 분)이 만난 사람,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런 영역을 상상에 맡겨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송중기는 '로기완'의 시나리오를 고사했다가 7년 만에 다시 접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김희진 감독은 "스케줄 문제나 여러가지 요인도 있었겠지만, 당시 시나리오 안의 '기완'의 선택을 납득하지 못하셨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시나리오와 동일하진 않지만, 송중기 배우님이 읽으셨을 때 자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크게 느꼈기 때문에 '그런 인물이 살아남고자 한 땅에서 사랑을 할 수 있나?'라는 부분을 어렵게 받아들이셨다"고 전했다.

이어 "세월이 흘러서 시나리오가 바뀌기도 했고, 배우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다"며 "송중기 배우 말고 다른 배우들에게 제안이 들어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년 동안 '로기완'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니다. 송중기 배우께 드리고, 고사하셔서 아쉬웠다. 다른 작품을 준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른 작품도 준비했는데 지연되거나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넷플릭스 관계자 분이 예전에 봤던 '로기완' 시나리오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주셨고, 송중기 배우까지 큰 결심을 해주셔서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은 송중기 덕분에 더욱 풍성해진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관객의 시선을 뺏어와야 했다. 풍파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봤을 때 '너무 사실적이어서 못 보겠다', '불쾌하다'라는 느낌까지 간다면 영화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관객들의 마음을 뺏고, 눈물을 흘리게 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모든 부분에서 배우의 연기가 도움을 줬다. 여러 번 대중의 힘을 움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었다. 제가 이것저것 요구하지 않아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송중기 배우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을 많이 가져와 주시지 않았나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원작에 '멜로'의 색채를 더하는 선택을 한 김희진 감독은 "기완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서 말 하나 안 통하는 땅에 왔다가 어렵게 자리 잡은 땅을 다시 떠나는 설정은 가지고 가려고 했다. 무모하고 말이 안 되는 선택을 하려면 사랑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다른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 생각에 기댔다"면서도 "이질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희진 감독은 '마리'(최성은 분)라는 인물을 새롭게 창조했다. 그는 "로기완과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한,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기완이가 이 땅을 떠날 결심을 만들어주는 기능적인 접근도 있었기 때문에 어두운 세계나 사격 설정도 들어오게 됐다. 위험요소의 필요성도 있었고, 기완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도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희진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마리' 역할에 배우 최성은을 낙점했다. 그는 "오디션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뵀는데 성은 배우가 첫 번째 순서로 들어왔다. 사실 대단한 사람이 첫 순서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무의식 중에 기대감이 낮았다. 근데 방에 들어올 때부터 '마리'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디션장에 들어와서 인사하고, 간단한 안부를 나눌 때는 개인이다가 오디션에 들어가면 그 캐릭터가 나오는 게 대부분인데 최성은 배우는 들어올 때부터 희안하게 '마리'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미 밖에서 다 준비가 된 상태에서 들어오신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함께 작업해 본 최성은은 더욱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너무 열심히 하고, 열정이 넘치는 분이다. 최성은 배우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력이 너무 대단해서 현장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또한 연출을 맡은 김희진 감독은 이방인이 느끼는 고난과 아픔을 작품 속에 녹여내기 위해 실제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탈북민을 취재하고, 칼레의 난민을 다룬 다큐와 서적 등을 참고했다고.

김희진 감독은 "브뤼셀에서 난민 지위를 어렵게 인정받아서 직장을 얻고 살고 계신 20대 후반의 탈북민을 만나봤는데 그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워낙 특수한 환경에 계신 분들이다 보니까 신뢰를 얻어서 만나기까지 어려운 과정이 있었고, 만났을 때도 나에게 모든 걸 말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해서 자리 잡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만나 뵀던 분들의 어떤 느낌은 '로기완'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래 시간에 걸쳐 세상에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김희진 감독이 '로기완'에 느끼는 애정과 의미가 대단할 터. 그는 "시작한 지 오래된 작품이고, 의욕적일 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만드는 시기에도 어떤 왜소한 동양인 남자가 말도 안 되게 화려한 유럽의 거리를 걷고 있는 뒷모습을 상상했다. 어깨를 두드려도 도저히 얼굴을 볼 수 없는 쓸쓸한 이미지가 연상됐다"며 "근데 지금은 등을 두드렸을 때 고개를 돌리고, 떠오르는 얼굴이 생기지 않았나. 그게 저에게 주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장편 데뷔작인 '로기완'을 통해 첫발을 뗀 김희진 감독은 "고민 중인 시기다. 구체적인 작품을 언급드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로기완' 하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복기하면서 좋았던 걸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걸 만들고 찍고, 배우들과 얘기했을 때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지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며 "그걸 극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또 캐릭터의 다채로움을 다루는 것들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생각이 들었고, 많은 캐릭터가 나와서 캐릭터플레이를 하는 류의 이야기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다"고 차기작에 대해 언급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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