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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뇌 안 빼면 돼"..'닭강정' 이병헌 감독, 말맛과 병맛 사이[★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4-03-19
'말맛'의 대가 이병헌 감독이 '닭강정'으로 돌아왔다. 코미디 장르 특성상 '취향'을 탈 수밖에 없지만, 이병헌 감독은 '호불호'가 나뉘는 반응 또한 성공이라고 "늘 새로운 걸 하려고 한다"고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

이병헌 감독은 "작품이 공개되면 항상 기대되고 설레는데 유독 해외 반응이 궁금했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전작들보다 훨씬 궁금한 점이 많아서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다. (반응을) 찾아보니까 기획 단계에서 원작을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반응이었다. 전작들보다 댓글이나 리뷰를 보는 재미는 더 있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닭강정' 원작을 보고 처음 보는 색깔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이 감독은 "시작 자체가 도전인 것 같은 생각이 있었고, 용기도 필요했고, 의미도 찾아야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며 "그 답을 찾아야 일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제작사에서 이걸 제작하자고 결정하고 원작을 보여준 건 아니다. 저를 상대로 낚시를 하신 건지는 모르겠다"며 "저도 재밌는 소재와 해볼 만한 것들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코미디 장르를 한다면 뭔가 다르고 도전적인 걸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원작이 외모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재미를 느꼈다. 그렇다면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대신에 투자가 안 되더라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가치가 있고, 할 만한 이야기라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한다고 해서 투자가 되진 않을 거다. 부담 갖지 말고 해보자고 시작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예상했다고 밝히며 "그런 반응 자체가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이런 코미디, 이런 장르를 해외 관객에게 어필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이런 데이터가 쌓이고 쌓이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호불호가 좋은 건 아니지만, 나쁜 것도 아니더라. 저는 댓글이나 반응 보는 게 너무 재밌다. '이병헌은 가둬놓고, 이런 거만 찍게 해야 한다'라는 반응도 봤고, '사문난적'이라는 반응도 봤는데 웃겼다. 뇌 빼놓고 봐야 한다는 반응도 봤는데, 만드는 사람만 뇌 빼놓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호불호가 좋은 건 아니지만, 나쁜 것도 아니더라. 저는 댓글이나 반응 보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닭강정'의 극본을 쓴 이병헌 감독은 "사실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도 했다. 저는 촬영을 하든, 글을 쓰든 걱정이나 고민이 생길 때 원론적인 것을 생각한다. 내가 왜 이걸 하기로 했는지 생각하고, 그 생각이 변함 없다면 흔들리고 힘들었던 게 좀 잡힌다. 그글을 쓰면서 마음이 흐트러지는 거 같으면 처음에 결심했던 이유를 계속 떠올린다"고 밝혔다.

가장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던 장면으로는 외계인들의 '핵' 신을 꼽았다. 그는 "쓸 때는 머리 속에서 너무 재밌었다. 막상 현장 나가서 배우한테 보여주고 영상으로 만들어낼 때는 안 될 것 같더라. 배우들은 너무 진지하게 안무팀까지 불러서 몇 가지 동작을 해봤다. 아이디어를 다 모았고, 배우들이 창피할까 봐 저도 같이 가서 춤춰주고 했다. 배우들이 너무 진지하게 접근해 주셨고, 재밌어 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극한직업' 이후 '닭강정'을 만난 이병헌 감독은 "작가적인 접근을 많이 했고, 영화로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저는 대본을 쓸 때 엄청 많이 읽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걸 걸러내는 수정 작업을 많이 한다. 사실 말을 길게 하는 것뿐이지 다 필요한 대사들이다. 저는 말장난이라고 보지 않는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말장난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닭강정'에게 출연한 배우들은 이 감독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캐스팅 과정에 대해 "'누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류승룡, 안재홍 배우밖에 안 떠올랐다. 코믹 연기, 생활 연기를 워낙 잘하시는 분들인데 (원작과) 싱크로율까지 높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캐스팅이었다"며 "배우들이 원작도 재밌게 봐주셨고, 저희가 이 작품을 드라마화한다고 했을 때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창작자로서 느꼈던 재미를 배우들도 함께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 작품이지만, 배우들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접근했다고. 그는 "작품이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 만드는 사람은 더 조마조마하고 진지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도 모든 배우들이 어려운 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해져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진지하게 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분위기는 항상 진지했지만, 매일매일 재밌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며 "(배우들과) 연기에 대해 큰 대화는 없었다. 만화적이고, 연극적인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만 드렸고 나머지는 배우들이 다 채워줬다. 배우들이 호흡도 좋고, 리듬도 좋아서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흔들리지 않았다. '저 정도까지 해주시면 내가 겁먹을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좋은 의미로 다른 의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닭강정'에는 이병헌 감독의 작품마다 출연하며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존재감을 발휘한다. 이병헌 감독은 "저랑 친해서 캐스팅하진 않는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찾다가 캐스팅 하는 것"이라며 "첫 번째는 캐릭터와 어울리는지고, 두 번째는 스케줄이 되는지인데 다들 스케줄이 돼서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와 관계성을 떠나서 그 사람들이 하는 연기가 좋다. 감독으로서, 그렇게 어울리는 역할이 있고 시간이 맞으면 계속 같이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반복 출연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은 '자가복제'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좋아하고 그나마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제가 마냥 '병맛' 장르만 할 수는 없는 느낌이라서 공부하는 과정에 있다. 이런 것들이 제가 또 다른 작품을 하고 계속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제 취향껏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 나름대로는 조금씩 새로운 걸 하고 있었다. 말투가 비슷해서 그런지 '자가복제'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자기 언어, 자기 말투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작가분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다만, 저는 계속 새로운 걸 준비하고 있다. 아직 작품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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